불황 장기화에 경쟁업체와도 손잡아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유통업체들이 ‘생존전략’으로 경쟁사와도 손을 잡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온·오프라인 채널을 가리지 않고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면 힘을 합치고 있는 것. 리스크를 줄이고 유통망을 넓혀 시장 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경쟁사 손잡고 함께
이마트의 대표적인 PL(자체 브랜드)인 피코크를 롯데홈쇼핑에서도 살 수 있게 됐다. 기존의 피코크는 이마트를 비롯해 SSG닷컴·신세계백화점·위드미·에브리데이·신세계면세점 등 그룹 내 유통채널에서만 구매가 가능했다. 하지만 올 3월 소셜커머스업체인 쿠팡에 120종의 상품을 공급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 6월1일에는 롯데홈쇼핑과 함께 ‘피코크 조선호텔 김치’ 판매에 나섰다.
이마트가 과거 현대카드몰·삼성카드임직원몰 등 특정회원을 상대로 한 유통채널에 피코크를 공급한 적은 있으나, 쿠팡과 롯데홈쇼핑처럼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한 신세계그룹 외 타 유통채널에 피코크를 공급하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현재 GS홈쇼핑 및 백화점·오픈마켓·홈쇼핑 등 다방면의 유통업체와 피코크 상품 공급을 협의, 올해를 기점으로 서로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는 업체에 상품공급을 적극 확대에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김일환 이마트 피코크 담당은 “피코크는 맛과 디자인이라는 최우선 가치를 바탕으로 신세계그룹 내 유통채널을 통해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쌓을 수 있었다”며 “피코크가 이마트 자체 브랜드라는 한계를 넘어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식품 브랜드로 재탄생할 수 있도록 공격적인 상품 공급 확대 전략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화장품 라이벌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3년 넘게 이어온 화장품 특허 관련 소송을 중단하고 화해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두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특허에 대해 통상실시권 허여 계약을 체결했다.
‘통상실시권 허여’는 특허권자가 다른 사람에게도 일정 범위 안에서 해당 특허를 사용할 권리를 허락하는 것으로, 아모레퍼시픽은 LG생활건강에 쿠션 화장품에 적용된 특허를 사용할 권리를 허락하고 LG생활건강은 자사 치아미백 패치에 적용된 특허를 사용할 권리를 허락했다. 이와 관련해 두 회사는 “K뷰티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함께 힘을 모으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편의점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과 G마켓·옥션 등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는 지난 5월 ‘온·오프라인 상품 판매 및 편의서비스 제공’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베이코리아는 전국에 퍼져 있는 GS25 편의점을 배송 거점으로 활용하고, GS25는 온라인 고객을 편의점으로 끌어오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협약을 통해 이베이코리아는 1인 가구와 여성 고객을 위한 무인안심택배함 ‘스마일 박스’ 서비스를 시작한다. 이베이코리아의 온라인 쇼핑몰인 G마켓, 옥션, G9에서 상품을 주문하면 미리 설정한 배송지 인근 GS25 편의점에서 택배를 찾을 수 있는 서비스로 365일 24시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오픈마켓 11번가는 5월 초 소셜커머스 티몬과 제휴를 맺었다. 11번가는 모바일 앱을 통해 티몬에서 제공하는 전국 맛집과 뷰티, 여가생활, 교육 등 2000여개 상품 쿠폰을 판매한다.
11번가 관계자는 “티몬과의 제휴로 11번가 내 e쿠폰 상품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해당 카테고리 매출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상품구색이나 매출 측면에서 11번가와 티몬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제휴”라고 설명했다.

뭉쳐야 산다
핵심 역량을 모아 차별화된 제품을 내놓는 사례도 늘고 있다. 지난 3월 말 출시된 ‘동원참치 라면’은 세븐일레븐이 동원F&B의 동원참치와 팔도의 컵라면을 하나로 합쳐 만든 제품이다. 이 제품은 출시 전부터 SNS에서 큰 이슈가 됐고 4월 한 달에만 70만개가 팔리는 등 소비자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동원F&B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번에는 장류 대표기업인 대상과 함께 ‘자연&자연 동원골뱅이’를 최근 출시했다. 이 제품은 제품 개발 단계부터 아예 콜라보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다는 설명이다.
회사 측에 따르면 골뱅이캔의 맛을 결정하는 중요 요소인 간장소스에 집중, 기존 골뱅이캔 대비 더 건강하고 고급스러운 맛을 내기 위해 시중 고급 간장들을 적용해 시험하는 과정을 통해 ‘청정원 햇살담은 자연숙성 발효양조간장’이 최종 파트너로 낙점했다. 
회사 관계자는 “소비자들께 더 새롭고 건강한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각 카테고리에서 최고 기업끼리 손을 잡고 만든 프리미엄 골뱅이캔”이라고 전했다.  
그런가 하면 국내 떠먹는 플레인 요거트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매일유업의 발효유 브랜드 ‘매일 바이오’는 건강한 시리얼의 대명사 농심 ‘켈로그’와 손잡고 ‘매일 바이오x켈로그’ 제품 2종을 선보였다. 두 제품은 각각 매일 바이오 요거트 상단에 그래놀라, 콘푸로스트가 투명한 용기로 별도 포장돼있어 언제 어디서나 휴대하고 다니며 한 끼 식사대용으로 섭취하기에 간편하도록 개발됐다.
매일유업 발효유 마케팅 담당자는 “건강한 플레인 요거트가 바쁜 현대인들에게 한끼 식사를 대신하는 건강식이라는 인식이 형성되며 최근 다른 식품과 섞어 먹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며 “이번 콜라보레이션은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플레인 요거트와 켈로그 리얼 그래놀라를 아침 식사로 함께 먹는 패턴이 많은 것에서 착안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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