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제품 공포에 친환경 제품 급부상…직접 만들어 쓰는 ‘노케미족’까지 등장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인해 화학제품에 대한 불안감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공포 수준으로 커져나가고 있다. 이에 친환경·천연 제품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시판 제품은 믿을 수 없다며 아예 직접 만들어 쓰려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노케미’족이라는 용어가 등장할 정도로 그 수도 부쩍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
베이킹소다 등 친환경재료 불티
가습기 살균제 사태 이후 세탁 및 주방세제는 물론 탈취제나 방향제 등 그동안은 큰 의심 없이 사용하던 제품도 함부로 못 쓰겠다는 사람이 늘었다.
소비자시민모임이 최근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알고 있는 494명을 대상으로 생활화학제품 인식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7%는 ‘생활화학제품의 안전성을 믿을 수 없게 됐다’고 답했다. 심지어 84.8%는 ‘생활화학용품을 사용하기 꺼려졌다’고 응답했다. ‘생활화학제품 대신 천연 재료나 친환경 제품을 사용하려 한다’고 답한 응답자도 69.2%에 달했다.
또 생활화학제품 10개 품목을 대상으로 품목별로 어느 정도 안전하다고 생각하는지를 조사한 결과, 10품목 모두 5점 만점에 3점미만으로 나타나 생활화학제품에 대해 전반적으로 안전하지 않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품목별로 표백제(2.19점), 방충제(2.26점), 탈취제(2.47점), 방향제(2.50점), 청소세제(2.51점), 제습제(2.65점) 등의 순으로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소비자시민모임 관계자는 “화학물질을 첨가해 만든 생활화학제품 전반에 대한 소비자의 불안감과 안전에 대한 불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소비자의 안전과 알권리를 위해 생활화학제품의 모든 성분을 공개하는 등 표시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불안감과 불신은 실제 소비에도 고스란히 나타났다. 최근 한 달 동안 화학성분이 함유되지 않은 친환경세제의 판매량이 대폭 늘어난 것. 아울러 대체재로 사용할 수 있는 천연재료들의 판매량도 급증했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5월 한 달간 세탁세제·주방청소세제·표백제 등의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14%·18%·21% 줄어들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베이킹소다·구연산·과탄산소다 등 친환경세제 품목은 17%나 매출이 상승했다고 밝혔다.
인터넷쇼핑몰에서도 이와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옥션에서는 친환경 세탁 세제와 주방 세제의 최근 한 달(4월 13일~5월 12일)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63%, 78% 증가했다. 천연 세제와 탈취제 등으로 쓸 수 있는 베이킹소다·구연산의 판매량도 45% 늘어났다. 
이에 대해 옥션 관계자는 “베이킹소다·구연산 등은 인체에 자극적인 화학성분이 첨가돼 있지 않아 안전하고, 사용 후 쉽게 자연분해되는 친환경세제로 알려지면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천연세제 만들어 쓰는 ‘노케미족’
화학천연 재료를 가지고 집에서 직접 만들어 쓰려는 사람들도 등장했다. 이는 친환경 탈취제와 주방세제를 시작으로 천연샴푸, 화장품으로도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온라인상에는 카페나 SNS 등을 통해 베이킹소다, 식초, 천연에센셜오일 등 인체에 무해한 재료로 비슷한 효과를 만드는 제조방법을 공유하고 있다. 백화점과 공방 등에서도 관련 강좌들을 잇달아 실시, 수강생과 수강문의가 증가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여름학기 아카데미에 친환경 향료와 비누, 세제 등의 제조법을 알려주는 강좌를 마련했다. 천연 모기퇴치양초와 천연 자외선 차단제, 천연 섬유탈취제 제조 강좌 등이 대표적이다. 기존에 운영하던 천연재료로 만드는 향초, 비누, 화장품 강좌는 수강생을 두 배가량 늘렸다.
권영규 신세계백화점 문화팀장은 “지난 여름학기에도 천연 생활용품 제조 강좌가 있었지만 관심이 지금처럼 높지 않았다”며 “올해는 전점에서 관련 강좌를 100여개 개설하고 수강인원수도 대폭 늘렸는데 신청이 마감된 강좌가 많을 정도로 관심이 뜨겁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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