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명견만리’라는 지상파 방송의 교양 프로그램에서 모 강사는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설명하면서 임대료가 높은 것이 문제이고 그대로 방치해선 안 된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 과연 그럴까? 임대료를 규제하면 자영업자들에게 도움이 될까?

우선 그의 말이 옳은 것인지를 검증하기에 앞서 임대료는 어떻게 정해지는 지는지를 알아보자. 이론적으로는 200년 쯤 거슬러 올라가 리카도의 차액지대론이라는 것이 있다. 당시 일부에서는 곡물의 값이 비싼 것이 지대(토지 임대료)가 높아서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리카도는 곡물 값이 올라 지대가 높아진 것이라고 설명하고 지대는 농사를 짓게 되는 가장 나쁜 토지와 그 보다 나은 토지의 생산성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한다. 즉 가장 나쁜 토지에서는 같은 노동을 투입해 밀 100㎏이 생산되고 다른 비옥한 토지에서는 200㎏이 생산된다면 밀 100㎏ 만큼이 비옥한 토지의 지대가 되는데 밀 값이 오르면 지대도 오른다는 것이다. 만일 지대 때문에 밀 값이 비싸진 것이라면 임대료가 싼 토지의 밀 값은 싸고 지대가 비싼 토지의 밀 값은 비싸야겠지만 밀 값은 어떤 토지에서 경작된 것이든 같은 종류의 밀 값은 같기 때문에 지대가 올라 밀 값이 비싸졌다는 주장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이렇든 단순 명료한 이론이 오래 전에 확립되었음에도 200년이 지난 지금에도 많은 사람들이 보는 지상파 TV에 유명 교수님이 나와 어리석은 주장을 펴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경제학은 쉬우면서도 어렵다. 무지 때문인지 혹은 감춰진 권력욕이나 명예욕 때문인지 알 수 없지만 정치가들이나 위선적 학자들은 얄팍한 지식으로 불만에 찬 대중들을 선동하며 경제이론을 왜곡하기를 즐기고 정의임을 내세워 일부에게 득이 될 뿐 다수에게 해가 되는 일에 앞장선다. 좀 과격한 표현인지 모르겠으나 저소득 서민층을 위해 만들었다는 각종 임대차 보호 규제들은 대부분 그런 것들이다. 정말로 어려운 서민들을 위한다면 임대료 규제보다는 토지에 대한 세금을 높이고 그 돈으로 파퓰리즘이라도 좋으니 저소득층의 교육, 의료, 주거 등 기초 생활을 충분히 보장해 주는 것이 좋다.

임대료 규제는 기존에 싼 임대료로 장사하는 사람을 보호해 주는 것이지 자영업자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새로이 임차해 자영업을 하려는 사람들을 힘들게 할 수도 있다. 밀 경작 토지 임대료만 설명해서 혹 도시 자영업 임대료는 그와 다르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텐데 요즘 우후죽순 생겨나는 커피숍의 임대료도 크게 다르지 않다. 커피숍 임대료도 밀 경작과 마찬가지로 같은 노동을 투입해 커피를 더 많이 혹은 더 비싸게 팔수 있는 곳의 임대료가 비싼 것이다. ‘명경만리’에 출연한 경제학 교수는 세계적인 스타벅스도 한국의 높은 임대료는 견딜 수 없었다면서 높은 임대료가 자영업자의 어려움의 원인이라고 말했는데 경제학자로서는 매우 무책임한 설명이다. 스타벅스가 높은 임대료를 견딜 수 없어 다른 업종(혹은 다른 커피숍)으로 비꼈다면 그 자리는 스타벅스보다 다른 업종(혹은 다른 커피숍)이 더 적합했기 때문이다. 스타벅스가 계속 장사할 수 있도록 임대료를 싸게 받는 것은 결코 올바른 일이 아니다.

임대료를 규제하면 임차 자영업자들에게 유리할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다. 주인들은 규제된 임대료 수입보다 직영해서 얻는 수입이 나을 경우 임대보다 직영하려 할 것이고 오히려 임차할 장소가 줄어들면서 시장 임대료는 올라가게 된다. 그리고 임차 자영업자들 역시 다른 좋은 자리가 생겨도 싼 임대 자리를 놓치고 싶지 않아 기존 장소를 유지하며 추가로 개업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에 새로이 자영업을 하려는 사람들은 자리를 얻기 어렵게 되고 조금이라도 잘되는 자리는 엄청난 권리금이 붙게 된다.

결론적으로 임대료 때문에 자영업자들이 어렵다는 말은 부분적으로 맞더라도 임대료를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은 옳지 않다. 임대료 규제는 과거 싼 값으로 임차한 자영업자가 득을 볼 뿐 새로 장소를 임차하려는 자영업자들의 기회를 빼앗고 경제 전체적으로는 해로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최적의 자영업자에게 최적의 자리를 배분하는 임대료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상권 변화로 부적합하게 된 업종도 임대료가 그대로면 그냥 버티게 될 것이고 소비자의 니즈에 대응한 상권형성도 늦어진다. 임대료가 빈부 격차나 사회적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면 방관할 수만은 없겠지만 임대료를 직접 통제하는 것은 어리석은 대책이다. 임대료는 시장에 맡기되 임대료 발생의 기초가 되는 토지에 대한 재산세 부담을 높여 증가되는 세입을 활용해 서민층의 창업능력을 키워 주는 것이 올바른 대책이다. 역설적이지만 임대료가 높아지는 것은 국토 생산성이 높아지는 것이고 국민경제적으로 축복(?)이다. 다만 토지 소유자들이 그 축복을 독점하지 않도록 세제와 재정을 활용하는 것은 정부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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