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가이드라인 없는 정부 규제…속 타는 국내 금융

비트코인이 또 한 번 주목 받고 있다. 지난 6월 비트코인 가격이 719.85달러까지 치솟으며 28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중국의 수요 급증과 신규 비트코인 생산량을 절반으로 줄이는 기간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함께 일본에서는 비트코인을 ‘화폐’로 인정하는 법안이 마련되고 공식거래소도 생길 전망이며 스위스에서는 비트코인으로 수도요금을 지불하게 됐다. 그렇다면 국내 상황을 어떨까? 국내 비트코인 현황에 대해 짚어봤다.

명확한 입장 없는 정부
비트코인(bitcoin) 대중화가 전 세계에서 가속화 되고 있다.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6월 13일 비트코인의 가격은 719.85달러(84만4100원)로 2013년 11월 사상최고치 1151달러에 비해 절반 수준이지만 28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가격 폭등의 원인으로 위안화 가치 하락에 위기를 느낀 중국 투자자들의 비트코인 수요 급증과 4년마다 비트코인의 생산단위를 절반으로 줄이는 기간이 다가왔기 때문인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일본의 경우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현금 교환도 가능한 결제수단으로 인정하는 법안이 마련됐다. 지난 5월 일본 참의원은 본회의를 통해 비트코인 등의 가상화폐를 ‘화폐’로 인정하는 한편 가상화폐 규제를 위한 자금결제법 개정안을 가결했다. 법안은 정부의 공표를 거쳐 1년 이내에 시행될 예정이다.
일본 정부가 비트코인 등의 가상화폐를 화폐로 인정한 동시에 규제에 나선 것은 지난 2014년 일본의 비트코인 거래소 ‘마운트곡스’가 파산해 소비자의 자산이 소멸하는 사태 같은 불상사를 예방하기 위함이며 테러자금, 범죄 조직 자금 세탁 등의 악용을 막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일본정부는 금융청을 가상화폐의 감독기관으로 지정해 거래소에 업무개선 및 업무정지 등의 제재를 가능하도록 했으며 비트코인 거래소 등에 최저 자본금을 의무화하고 고객과 거래소자산을 분리해 관리하는 규정도 도입했다.

이와 함께 최근 스위스에서는 비트코인으로 수도요금도 낼 수 있게 됐다. 정보기술(IT) 전문매체 엔가젯에 따르면 스위스 주크(Zug) 타운에서는 공공서비스 요금을 200프랑(약 24만2000원)까지 비트코인으로 지불하는 것이 가능하게 됐다. 이 제도는 올해 말까지 유지된다.
엔가젯 관계자는 “비트코인이 널리 퍼지려면 이번 시도로 최소한 지방자치단체 수준에서 문제가 없다는 것이 증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에서도 지난 2013년 4월 ‘코빗’을 시작으로 비트코인 거래소가 하나둘씩 생겨나면서 본격적인 주목을 받았다. 국내 비트코인은 은행보다 저렴한 수수료와 빠른 해외송금 등의 이유로 국내외 유학생 및 관광객, 이민 인구 등에게 주로 사용되고 있다.
지난 5월 코인에스 제공 한국 비트코인 거래소 지표 결과에 따르면 국내 비트코인 점유율 80.4%에 달하는 국내 최대 규모 비트코인 거래소 ‘빗썸’의 최근 누적 거래량은 8500억원을 돌파했다.
김대식 빗썸 대표는 “‘빗썸-트랜스퍼’ 등을 이용한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국제 송금이 활성화되면 외국인의 국내 온라인 쇼핑 및 결제가 더욱 쉬워지고 결제에 들어가는 수수료가 낮아져 핀테크를 통한 수출 증대 효과 및 소상공인 수입 증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면서 “국내 계좌가 없어도 상대방의 휴대폰 번호만 알면 간단한 인증 절차를 통해 무료 송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비트코인의 핵심기술인 ‘블록체인’ 도입도 걸음마 수준이다. 블록체인이란 가상 화폐로 거래할 때 발생할 수 있는 해킹을 막는 기술로 각 거래 정보를 여러 컴퓨터에 분산해서 저장하기 때문에 모든 컴퓨터를 해킹하지 않는 이상 정보를 빼낼 수 없게 된다.
올해초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은 블록체인을 활용한 해외송금 기술 검증을 완료했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국제금융결제망(SWIFT)을 거치지 않고 인터넷망을 이용한 간편한 해외송금이 가능하게 할 목적이다.
그러나 정부의 모호한 입장이 국내금융권에 발목을 잡고 있다. 블록체인을 매개로 한 해외송금에 대해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는 것.
이에 금융권에서는 블록체인이나 이를 활용한 가상화폐 등에 대해 최소한의 법적 정의를 내려야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명확한 입장이 없기 때문에 이를 활용한 국내 금융 서비스 개발이 글로벌 수준에 비해 매우 낙후돼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핀테크 산업 지원에 나섰지만 가상화폐 등에 대해 해야 할 일이 많다”며 “가상화폐는 현행 ‘전자금융거래법’ 테두리에서 벗어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법상 가상화폐의 핵심기술인 블록체인 기술이 은행의 전자금융 업무에 적용되려면 중앙집중화된 전산 시스템을 전제로 하고 있는 현행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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