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권리 몰라 부당한 일 겪어도 항변 못해

#최효진 씨는 의류매장을 찾아 원피스 한 벌을 구매했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 구입한 옷을 자세히 살펴보니 예쁜 겉모습에 비해 바느질이 너무 엉성했다.
다음날 옷을 들고 다시 매장을 찾았지만 가게 주인은 옷을 교환해주지 않았다. 본인의 과실로 바느질한 자리가 떨어진 것 같다는 이유에서였다. 최효진 씨는 5만원이나 주고 산 원피스가 교환이 되지 않아 돈도 아깝고 속상했지만 하는 수 없이 그냥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매일같이 재화와 용역을 소비하며 살아가면서 위의 사례 같은 소비와 관련된 문제에 때때로 부딪힌다. 이럴 때 소비자들은 소비자기본법에 명시된 ‘소비자 8대 권리’에 따라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다.
소비자기본법에 따르면 소비자에게는 ▲안전할 권리 ▲정보를 받을 권리 ▲선택할 권리 ▲의사가 반영될 권리 ▲피해보상 받을 권리 ▲교육을 받을 권리 ▲쾌적한 환경에 살 권리 ▲조직할 권리 등 8가지의 소비자 권리가 존재한다. 하지만 소비자가 누려야할 권리를 몰라 정작 피해를 입고도 제대로 대응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회장 김자혜, 이하 소협)가 창립 40주년을 맞아 지난 4월 1일부터 5일까지 서울과 경기, 대전, 광주, 부산 등 전국에 거주하는 20대 이상 소비자 509명을 대상으로 소비자 권리에 관한 소비자 의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

10명 중 9명 소비자 권리 몰라
설문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에 법적으로 보장된 8대 권리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다’고 응답이 27.7%를 차지했다. 이에 더해 소비자의 33.6%는 ‘들어본 적은 있지만 내용은 모른다’고 응답, 소비자 61.3%가 소비자 권리에 대해 전혀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알고 있다’고 응답한 소비자들 중에서도 ‘알고는 있으나 8대 권리에 대해 자세히는 모르고 있다’는 응답이 34.4%를 차지, 소비자 10명 중 9명은 소비자 권리를 모르거나 혹 알고 있더라도 내용을 모르는 상황이었다.
또한 소비자 8대 권리 중 우리나라에서 가장 부족한 소비자 권리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과반에 가까운 47.9%가 ‘피해보상을 받을 권리’라고 응답했다. 이어 ‘안전할 권리(12.4%)’, ‘의견을 반영할 권리(10.2%)’, ‘소비자 교육을 받을 권리(5.3%)’, ‘쾌적한 환경에서 살 권리(5.1%)’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소비자 권리를 침해당했을 때 편안하고 당당하게 주장한 소비자는 12%에 불과하고 긴장상태에서 주장하거나(45%) 부당하다고 생각되더라도 가급적 참는 등(40.1%)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소비자 권리를 주장하는 어려움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더불어 소비자 권리를 알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도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 권리를 바로 알기 위한 소비자들의 노력을 묻는 질문에 38.8%의 소비자가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답변했다. 반면 ‘기회가 되는대로 적극적으로 교육을 받는다(5.3%)’, ‘단체에 가입해 도움을 받는다(3.5%)’ 등 적극적인 행동을 하는 소비자는 매우 적었다.  
아울러 소비자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는 가장 많은 42%의 응답자가 ‘정부의 소비자 정책 강화’를 꼽았다. 그 뒤를 기업의 소비자 친화적 경영(21%), 소비자교육기회의 활성화(17.1%), 소비자 스스로의 노력(13.9%) 등으로 나타나 소비자들이 정부와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소협은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소비자들이 소비자 권리를 바로 알고 소비자 권리 실현에 적극 참여하도록 하기 위해 ‘소비자 권리 바로 알기 캠페인’을 전개하고 ‘소비자 홍보대사 모집’을 전국에서 대대적으로 실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소협 관계자는 “소비자 스스로의 의식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자신이 스스로 권리를 알고 주장할 수 있어야 한다”며 “방법을 몰라서 피해에 대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일은 없어야 하고 피해를 입었을 때는 정해진 절차에 따라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전했다.
덧붙여 “소비자가 피해에 대한 보상을 적극적으로 실시하려면 정부의 노력도 뒤따라야 한다”며 “소비자 피해보상 등 소비자 권리 침해 시 편안하고 당당하게 소비자의 권리를 실현할 수 있는 과정절차 및 제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한편 소비자 권리와 함께 최근 대두되고 있는 것이 ‘소비자 책임’이다. 백화점 매장 직원을 무릎 꿇리게 하거나 예약을 해 놓고 나타나지 않아 업체에 피해를 주는 블랙컨슈머들의 갑질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누릴 권리가 있다면 그에 따른 책임도 응당 따른다. 소비자는 ▲문제를 의식하는 책임 ▲참여에 대한 책임 ▲사회적 책임 ▲환경보존에 대한 책임 ▲단결에 대한 책임 등 5가지 책임을 져야한다. 소비자 스스로의 안전과 권익을 향상시키기 위해 자주적이고 성실한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취지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흔히 말하는 ‘소비자가 왕이다’라는 명제가 성립하려면 소비자는 올바른 소비생활을 위해 물품 구입 시 먼저 자신에게 정말 필요한 것인가를 생각하고, 가격 비교 등 물품정보를 미리 확인하는 신중하고, 합리적인 소비생활 습관을 길러야한다”면서 “소비자로서의 권리를 주장하려면 반드시 이에 따른 책임과 의무도 가져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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