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업무를 담당했던 십여년전이나 지금도 다수 소비자들이 다단계판매(이하 네트워크마케팅)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들은 도·소매단계를 거치지 않고 바로 소비자에게 이어지고 소비자 자신이 판매원이기도한 이상적인 판매방식이라는 업계의 주장과는 달리 연고를 이용한 강매, 허황된 일확천금의 꿈같은 부정적인 것들이 더 많다.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피해가 다발하는 유통방법을 왜 불법화하지 않느냐’고까지 비난하고 네트워크마케팅이 성장하고 있는 것이 사기성 판매나 강매에 의한 것으로 생각해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네트워크마케팅의 피해가 다발하는 것이 규제가 미흡해서인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현행 방문판매 관련 법규를 잘 모르고 있는데서 기인한다. 네트워크마케팅은 어떤 유통채널보다도 소비자보호를 위한 제도가 잘 갖춰져 있고 위반 시 제재 수준도 매우 높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다단계판매 규제는 어느 나라보다도 강한 편이다.

더구나 피해를 일으킨 업체들은 규제의 테두리를 벗어나 있는 업체들인 경우가 많아서 합법적으로 영업하고 있는 업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경우 오히려 불법 업체에 의한 피해가 확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다단계’라는 용어가 갖는 오해에서 비롯되는 것인데 흔히 다단계조직의 상위 판매자는 아무런 노력 없이 하위 판매자의 노력에 기생해 돈을 벌고 있고 그래서 상품 가격이 비싼 것으로 비난한다. 하지만 어떤 조직이든 상급자는 하급자의 공동 노력에 의존해 일을 추진해 나간다. 회사 영업 담당 임원 급여의 상당부분에는 영업사원 전체의 노력에 의해 얻어진 성과가 포함돼 있다. 최종 수익이 일선의 영업사원으로부터 발생한다 하여 그 수익을 모두 일선의 영업사원의 급여로 할당하는 기업은 없을 것이고 스마트폰 가격이 비싸다며 애플이나 삼성전자 임직원의 급여가 많다고 비난하지도 않는다.

다만 이러한 오해는 일정단계에 오르면 그냥 놀더라도 수입이 들어온다는 식으로 판매자 모집과 가입을 권유하는 업체들에 의해 자초된 면이 많다. 그렇지만 어떤 회사든 상위 판매자가 되면 가만히 있어도 수입을 배당 받는 정책을 쓴다면 장기에 걸쳐 매출이나 수익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네트워크마케팅은 건강식품이나 기능성 화장품 같은 효과를 검증하기 어려운 것들만 취급하고 가격에 거품이 많다는 비난이다. 물론 허술한 상품으로 소비자를 현혹해 고가로 판매하는 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경험에 의해 평가되는 이들 상품의 판매에 있어서는 적극적인 마케팅이 필요하고 상품 차별화를 통해 가격 경쟁보다는 서비스 경쟁이 필요한 상품들이기도 하다.
또한 네트워크마케팅은 어떤 유통채널과 비교하더라도 장기의 청약철회 반품기간을 둬 충동구매를 방지할 장치를 두고 있다. 엄청난 비용을 들여 유명 모델을 동원해 각종 대중 매체에 광고하는 것은 괜찮은데 판매원들의 적극적인 판매활동을 위해 후원수당으로 쓰는 것은 죄악이라고 주장한다면 정당한 비판이 아니다.
다만 네트워크마케팅 업계가 조금만 노력을 기울인다면 국내 중소기업이나 아이디어 개발 상품의 판매에도 네트워크마케팅 기법은 매우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다. 특히 중소기업들이 좋은 상품을 개발하고도 막대한 광고비나 전국적 유통망의 부재 등으로 판매에 어려움을 겪는 한국적 현실을 고려한다면 다단계업계는 이러한 우리 경제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매우 훌륭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음으로 방문판매와 연고판매가 갖는 이미지는 급변하는 인터넷 디지털 경제시대에는 시대착오적인 유통방식이라는 견해가 있다. 하지만 네트워크마케팅은 예측하기 어려운 시장 변화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고안된 개방형조직이기도 하다. 네트워크마케팅의 상위 판매자들은 회사 내부 영업조직들을 별도의 사업자들로 독립시킨 것과 같다. 과거 기업조직이 거래비용 절감을 위해 시장에서의 거래를 기업에 내부화 한 것이라면 인터넷 시대에는 기업과 시장, 소비자간 정보 전달 처리 비용이 축소돼 기업에 내부화 되어 있던 것을 시장에서 거래하는 방향으로 조직의 변화가 일어나기도 한다. 영업조직의 철저한 아웃소싱과 인적관계를 기반으로 하는 네트워크마케팅은 급변하는 소비 트렌드와 인터넷 시대에 적합한 기업조직이라고 할 수 있다.

네트워크마케팅이 인적관계를 기초로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방문판매가 핵심적 요소는 아니다. 네트워크마케팅매출의 대부분이 최초 판매원 가입 단계를 제외한다면 거의 인터넷을 통해 이뤄지고 있고 한 때 국내 최대 인터넷 쇼핑업체는 네트워크마케팅 업체였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최근 급성장하는 소셜커머스(쿠팡, 위메프 등)업체들은 어떤 의미에서 네트워크마케팅 기법을 인터넷 쇼핑에 적용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네트워크마케팅 업계의 성장을 위해서는 발전하는 정보기술과의 결합과 급변하는 소비 트렌드에 부응하는 노력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젊고 건강한 유통채널 브랜드로서의 이미지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 NEXT ECONOM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