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플라스의 마녀>

우하라는 자신의 관자놀이를 손끝으로 짚으며 말했다.
“자식을 지키기 위해 부모가 양육 행동을 취하는 것은 모든 포유류에 공통된 습관입니다.
그 목적은 자신의 유전자를 보다 효과적으로 남기려는 것이지요. 그 점은 마우스든 인간이든 똑같습니다. 일반적으로 인간은 마우스처럼 신생아에게 공격 행동 따위는 취하지 않고 페르몬 같은 단순 구조에 행동이 지배되는 일도 없어요. 하지만 마우스가 그렇듯이 인간의 양육 행동, 남성에 대해서만 말하자면 부성 행동이 라는 것을 봐도 결국은 유전적으로 프로그래밍 된 것이에요. 그리고 그 프로그램을 편의상, 사랑 혹은 애정이라고 부르는 것뿐입니다. 그러면 그 프로그램이 고장 나거나 애초에 결락되어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 히가시노 게이고 <라플라스의 마녀> 중에서

믿기 힘든 사건사고가 벌어지며 연일 떠들썩한 뉴스가 보도되고 있다. 토막살인, 어버이날 친부를 살해한 남매 등등 그들은 왜 그런 짓을 했을까? 그들은 악마일까? 사람일까?
꼭 그래야만 했던 이유를 찾아 나섰다. 아니 찾고 싶었다. 이유나 사정이 그들의 죄를 감면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야 삶의 팍팍함이 좀 가실 것 같았다.
뜻밖에도 이 책에서 핑곗거리를 찾았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일본추리 소설계를 대표 하는 작가로 이번 소설도 황화수소 살인사건의 범인을 찾아 나선 추리물이다. 뇌수술이후 초능력과 같은 예지능력을 가진 소년과 소녀가 등장한다. 지극히 평범했던 소년과 소년은 초인적인 능력을 부여받은(?)이유나 사용하는 방법 모두 다르다. 작가는 악의 유전으로 설명하고 있다.
헌신적인 엄마와 그녀의 딸,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미치광이 아빠와 아들 그들의 대화다.
백 마디 설명보다 그들의 대화로 나와 같은 충격과 이기적인 위안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예상치 못한 토네이도에 휩쓸려 사고를 피하지 못한 엄마와 딸의 마지막 대화
“앗! 엄마! 정신 차려봐. 내가 얼른 가서 의사 선생님 모셔 올게”,
마도카의 외침이 들리는지 어떤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미나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리고 입술이 희미하게 움직였다.
“응? 뭐라고?” 마도카는 엄마의 입에 귀를 바짝 댔다.
“다행이다”

▲일가족을 살인하고 사고로 위장한 참혹한 아버지와 아들의 대화
“내가 왜 너희를 한꺼번에 죽이려고 했을까. 한마디로, 너희에게 실망했기 때문이야. 아마카스 사이세이라는 인물의 가족으로서는 완전 실패작이었단 말이야. 그런 여자를 아내로 맞아들인 것도 실수였고, 태어난 자식들도 부실하기 짝이 없었어. 특히 기막힌 건 모에였지 나이도 어린 게 임심가지 하고. 그때 더 이상 안 되겠다고 생각했어. 실패작은 새로 만들어야지. 나에게 어울릴 만한 가족으로 다시 만들어내는 수밖에 없단 말이야.”
“그렇게 마음에 안 든다면 이혼을 했으면 되는 거 아닌가?”
“그러니 넌 뭘 모른다는 거야. 천재 아마카스 사이세이가 이 세상에 그따위 실패작을 남겨둘 거 같아? 어떻게든 완벽한 작품으로 마무리해야지”

소설속 등장한 악의 유전이란 충격적인 사실이 사회에 일어나는 모든 사건을 대변할 수 있을까? 차라리 그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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