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절 확인하고 구매하는 블랙 컨슈머 활개…보상금은 판매자 몫

#소셜커머스를 통해 상품을 판매하는 A씨가 최근 이상한 전화를 받았다. 제품이 품절됐는지 물어보는 전화였다. 품절을 안내하고 전화를 끊었지만 석연치 않은 기분이다. 색상이나 사이즈, 추후 재고 확보 등의 여부는 묻지 않고 단지 품절 여부만 확인했기 때문이다. 얼마 후 판매 정산금을 확인하고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정산금에서 상당한 액수의 ‘품절 보상금’이 공제 됐기 때문이다. A씨는 그때야 알았다. 블랙 컨슈머에게 당했다는 것을.

최근 위와 같은 사례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소비자가 주문한 상품이 품절되면 판매 가격의 일부를 지급하는 ‘품절 보상제도’를 악용해 품절난 제품만 골라서 구매, 보상액을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는 블랙 컨슈머가 늘어나고 있는 것. 특히 소셜커머스에서 발생하는 품절 보상제도의 보상금 전액은 판매자에게만 부담시키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주객전도된 품절 보상제도
지난해 9월 소비자문제연구소 ‘컨슈머리서치’는 지난 2012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소비자고발센터에 접수된 ‘품절로 인한 구매취소’ 관련 민원을 조사해 발표했다. 조사결과 2012년 613건, 2013년 739건, 2014년 707건, 2015년 상반기 351건, 매년 700여건 이상의 민원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품절이라며 구매를 취소한 후 가격을 올려 판매한 사례도 143건(5.9%)으로 품절로 인한 구매 취소가 가격인상의 꼼수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최현숙 컨슈머리서치 대표는 “구매취소 및 품절의 경우 판매자는 어떠한 손해도 보지 않고 되레 기다리던 소비자들만 피해를 입게 된다”며 “불성실한 판매처를 걸러낼 수 있도록 소비자들의 지속적인 민원제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시정조치에 대한 공개 등 엄격한 사후조치 및 피해보상 방안이 제도적으로 강구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제15조에 따르면 통신판매업자는 청약을 받은 재화 등을 공급하기 곤란하다는 것을 알았을 때에는 그 사유를 소비자에게 지체 없이 알려야 하고 선불식 통신판매의 경우에는 소비자가 그 대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급한 날부터 영업일 3일 이내에 환급하거나 환급에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유통업계에서는 품절로 인한 소비자의 불편을 덜기 위해 ‘품절 보상제도’를 도입했다. 현재 품절 보상제도는 소셜커머스·대형마트 등에서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주객이 전도됐다. 먼저 쿠팡은 주문한 상품이 품절되면 판매 가격의 30%를 지급하고 있다. 이에 따른 보상금은 해당 판매자에게 부담한다.
쿠팡 판매자들은 “쿠팡은 품절 보상금을 모두 판매자에게 부담시키고 있다”며 “이와 함께 상품 당 판매수수료, 서버 운영 수수료, 배송 지연 보상금 등 모두 판매자의 몫으로 수익성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쿠팡에서는 입점 당시 판매 약관에 명시한 내용으로 판매자와 합의에 의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티몬도 배송상품에 한해 소비자가 구매한 상품 전체 또는 일부가 품절돼 배송이 불가할 경우 품절된 상품금액의 10%를 소비자에게 보상하고 있다. 품절보상금은 환불완료 후 영업일 기준 3일 이내 적립금으로 지급하는 형태다.
 최근 동종업계 외 소셜커머스 업계와 기저귀·분유 등 최저가 가격 경쟁을 펼치고 있는 이마트는 최저가 혜택 뿐 아니라 ‘품절제로보상제’를 도입했다. 이마트의 품절제로보상제란 품절로 인해 상품을 구매하지 못했을 경우 보증 쿠폰을 지급해 7일 이내 방문 시 기존 행사 가격대로 구매를 보증해주는 제도다.
이밖에도 온라인 쇼핑몰 G마켓 역시 품절로 인해 해당 배송요청 건을 발송할 수 없을 때에는 발주서 발급일 기준으로 즉시 구매자에게 품절 사실을 알려야 하며 발주서 확인을 지체해 구매자에게 고지가 늦은 경우 주문취소에 따른 보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명시 하고 있다.
또한 상품 품절로 인한 배송불가 처리 시 해당 상품은 자동으로 품절 처리되며 배송 불이행시 판매자의 신용점수가 -4점 차감된다.

소비자를 편의를 위한 품절 보상제도, 소비자의 피해를 줄이는 의도는 좋았지만 문제는 이를 악용하는 블랙 컨슈머다. 판매 상품 수가 많거나 여러 개의 채널을 이용하는 판매자의 경우 품절여부를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다. 이점을 악용해 의도적으로 품절 상품을 주문, 결제한 후 품절로 인한 피해를 보상하라며 항의하는 식으로 품절 보상제도를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는 블랙 컨슈머가 늘고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판매자에게 품절을 확인하고 구매하는 대담함도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판매 채널이 많거나 판매 상품 수가 늘수록 품절 여부를 일일이 확인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온라인 쇼핑 플랫폼이 입점 판매자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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