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 4명 단말기 할부이자 설명 못 들어

#오랫동안 2G폰을 쓰던 김경열 씨는 몇 달 전 스마트폰으로 갈아탔다. 휴대전화를 개통하면서 단말기 값을 할부로 납입하면 할인 혜택이 있다는 대리점 직원 설명에 24개월 할부 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얼마 전 휴대전화 청구서를 보던 중 단말기 할부이자가 빠져나가고 있음을 알게 됐다. 단말기 할부금에 붙은 이자인데 구입 때는 듣지 못한 이야기였다. 이에 통신사에 항의했으나 판매점에 손해배상 청구하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대부분의 소비자가 휴대전화를 구입할 때 단말기 값을 분할 납부한다. 일시불로 단말기 값을 지불하기엔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할부 구매 시 매월 상환하는 단말기 할부금에는 할부원금 외에 할부이자가 포함돼있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아 소비자 선택권이 제한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소비자원은 최근 2년 이내 휴대전화를 할부로 개통(신규, 기기변경, 번호이동)한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매월 상환하는 단말기 할부금에 할부이자가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몰랐던 경우는 31.6%였다. 또 개통 당시 판매원으로부터 할부이자가 부과된다는 설명을 듣지 못한 경우도 41.9%에 달했다.
실제로 2월 기준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잔여 할부원금의 연 5.9%를 원리금균등상환 방식으로, KT는 할부원금 총액의 월 0.27%를 할부이자로 부과한다. 이동통신 3사 모두 100만원짜리 단말기를 24개월 할부로 구입할 경우 할부이자로 6만원, 3년 할부로 구입하면 할부이자로 9만원을 납부해야 한다.
하지만 이 같은 사실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최근 3년간(2013년1월~2015년12월)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휴대전화 단말기 할부이자 관련 상담사례 45건 중 ‘할부이자 미고지’에 대한 불만이 32건(71.1%)으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이에 대해 통신사들은 “할부원금을 기준으로 이동통신사가 할부거래 업무 처리와 부실채권 손실 보전을 위해 수금하던 채권보전료를 폐지하면서 잔여 할부원금에 대해 할부이자를 부과하고 있다”며 “이는 할부제도 유지에 들어가는 금융비용이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금리인하에도 할부이자율은 변동없어
문제는 기준금리가 2011년 이후 5차례나 인하돼 현재 사상 최저인 1.75%를 기록하고 있지만, 통신 3사는 수년째 5%가 넘는 고금리 이자를 챙기고 있다.
각종 이자율의 기준이 되는 ‘한국은행 기준금리’ 및 최근의 대출금리 동향을 보여주는 ‘시중은행 가계대출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2011년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왔다. 참고로 현재 16개 시중은행 중 12개 은행은 신용대출 평균금리로 3~4%대를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통신사들은 할부이자를 받기 시작한 시점(SK텔레콤 2009년, LG유플러스·KT 2012년)부터 지금까지 이자율을 거의 낮추지 않았다. 오히려 KT는 작년 2월 월 이자를 기존 0.25%에서 0.27%로 높였다.
이는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된 바 있다. 김상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새누리당)이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지적한 내용에 따르면 이동통신사들은 단말기 대금 외에 단말기 할부 수수료로 2013년 한 해만 최소 3500억원을 거둬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함께 이동통신사들은 가입신청서에 할부이자 부분을 아주 작은 글씨로 써놓거나 아예 할부이자를 구분해 적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한 소비자는 “이동통신사들이 소비자에게 할부이자에 대한 선택권 등에 대한 알권리도 충족하지 못하고 있으면서 이자율 역시 시중 은행이나 물품을 구입할 때 발생하는 이자보다도 높다”면서 “과도한 통신요금에 이제는 이자 장사까지 하는 것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한국소비자원도 소비자가 단말기 할부원금을 매월 나눠 냄으로써 할부이자를 부담할 것인지 또는 일시불로 구입해 할부이자를 내지 않을 것인지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판매시점에 할부수수료에 대한 고지·설명 강화 ▲현행 휴대전화 가입신청서에 명시된 단말기 할부이자에 대한 사항 중 식별이 어려울 정도의 작은 글씨 개선 ▲실제 부담하는 할부이자를 구분해 표시하지 않은 경우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올해 공정거래위원회 업무보고 핵심과제인 소비자가 신뢰하고 거래할 수 있는 시장기반 조성을 위해 통신소비자 권익증진을 위한 제도개선 방안 마련을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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