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는 예술가의 섬이다. ‘길거리에서 만나는 사람은 전수자요, 어깨가 부딪히는 사람은 인간문화재‘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예인들이 많은 고장이다. 겉보기에는 평범해 보이는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맘만 먹으면 언제든 한 곡조 뽑을 수 있다. 후미진 작은 식당에도 멋진 그림이 걸려있고 선반위에는 장구가 놓여있다. 삶이 곧 예술이요. 예술이 곧 삶인 진도에 봄이 한창이다. 유채꽃과 대파밭이 봄의 흥에 겨워 어깨를 들썩이게 한다. 봄이 한창인 그곳을 다녀왔다.


조선 화가의 집, 운림산방

진도에는 3보3락이 있다. 진도3보는 진돗개, 구기자, 곽(미역)이고, 진도3락은 진도 민요, 서화, 토속주 홍주이다. 음식도 문화이고 그림과 민요도 문화이니 역시 진도는 예술의 섬이란 별칭이 괜한 소리는 아닌 듯하다.
진도여행에서 빼놓을 수없는 곳이 진도3락 중 하나인 서화를 감상할 수 있는 운림산방이다. 상록수가 울창한 첨찰산을 배경으로 소치 허련이 지었다는 운림산방은 봄날부터 여름까지 한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연못과 화실 그리고 첨찰산이 만들어내는 조화미는 역시 화가의 시각은 남다르구나하고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운림산방은 봄부터 가을까지가 풍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소치 허련 선생을 시작으로 5대를 이어온 남종화가 집안의 화실은 서화에 문외한인 사람도 눈을 닦고 그림을 보게끔 만든다. 예술과 아름다운 자연이 구성진 아리랑처럼 휘감아 돌아가는 진도는 보배처럼 아름다운 섬임에 틀림없다.

세방낙조, 최고의 낙조를 만나는 시간
진도에는 세방낙조 전망대와 급치산 전망대가 유명하다. 자동차로 10여분이면 도착할 수 있기 때문에 양쪽모두를 돌아봐도 좋다. 전망대를 달리는 해안도로는 아름다운 섬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우리나라 최고의 다도해 드라이브 코스다. 우거진 수풀과 끝없이 펼쳐진 바다가 전해주는 맑은 공기와 시원한 조망은 일상에 찌든 육체와 감성을 일순간에 씻어낼 수 있다. 탁 트인 세방낙조 전망대에서면 손가락 발가락을 닮은 섬, 구멍 뚫린 섬이라 하여 공도라 불리는 혈도, 사자가 바다가운데 누워 쉬고 있는 듯한 광대도까지 점점이 박혀 있는 섬들이 낙조와 어우러져 두 눈의 호사를 톡톡히 누린다. 시계바늘이 6시10분을 넘어서자 하늘빛이 노랗게 물들기 시작한다. 짧은 순간 하늘빛은 붉은 조명을 밝힌 듯 색이 변해버린다. 색의 화려한 변신을 사진에 담기위해 구경에 나선 사람들마다 사진 찍기에 분주하다. 보배 같은 섬, 진도는 그렇게 황홀한 빛으로 하루를 마감한다.

진도 식도락 여행, 빛깔고운 홍주와 자연산 회


“진도는 어부들이 새벽에 일 나가서 싱싱한 놈을 잡아와요. 그러니까 믿을 수 있어요.” 장사치의 괜한 말이 아니다. 진도에서 맛보는 회는 대부분 자연산 회다. 그중에서 진도 참전복은 특산물로 유명한 덕에 대규모 양식장이 발달해있다. 참전복과 함께 진도의 명주 홍주를 마신다면 진도진미를 맛보는 식도락 여행이 시작된다. 진도 홍주는 세방낙조의 붉은 색을 그대로 담은 듯 색감이 화려하다. 40도가 넘는 독한 술이지만 뒤끝이 깨끗하다는 게 주당들의 평가. 진도에서 술 좀 한다는 주신들은 맥주7홉에 홍주를 살짝 섞어 마시는데 저마다 자기가 만든 술이 최고라며 너스레 떤다. 하지만 주당들도 인정해주는 최고의 제조법은 맥주위에 홍주가 얇은 연막을 치듯 살포시 올라앉은 모습이다. 맛 또한 맥주의 시원함과 홍주의 진한 맛이 입속에서 함께 어우러져 감칠맛을 더한다. 그뿐이 아니다. 첫맛은 홍주의 독함으로 뒷맛은 맥주의 시원함으로 마무리한다. 시원하게 한잔을 비우고서야 비로소 진도 식도락 여정이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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