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특성화 사업 통해 문화·관광 공간으로 탈바꿈

막대한 자본과 마케팅에 밀려 문을 닫을 위기에 놓였던 전통시장이 다시 활기를 띄고 있다.
대형마트·SSM확산과 함께 내수부진 등으로 설 곳을 잃어가던 전통시장이 ‘테마’라는 옷을 입고 문화와 관광이 어우러진 쇼핑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 이로 인해 시장 분위기도 한층 밝아졌고 소비자들의 발걸음도 크게 늘고 있다.

지역색에 스토리텔링을 더해
일명 ‘경기도의 이태원’이라 불리는 평택국제중앙시장은 1950년대 미군기지가 들어서면서 그 일대에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됐다. 인근 송북시장에서 물건을 떼어와 저녁시간에 지역주민과 미군을 상대로 장사를 해 ‘저녁시장’이라고 불렸다.
처음부터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시장이라 여타 전통시장과는 달리 밀리터리룩이 돋보이는 옷가게나 기념품 숍, 다국적 메뉴를 내건 음식점 등이 즐비하다. 간판 또한 대부분이 영어다. 이러한 특색을 살려 평택국제중앙시장은 매주 토요일마다 국제야시장 프로젝트인 ‘나이트마켓 헬로’를 진행한다. 외국인 상인이 직접 운영하는 다국적 먹거리 포장마차부터 지역 예술가들이 참여하는 예술장터, 벼룩시장, 공연 등이 어우러진다.
1955년 인정시장으로 등록된 평창올림픽시장은 평창남부권의 역사 깊은 전통시장이자 현대식 상설시장과 매달 5일, 10일에 열리는 전통 5일장이 공존하는 시장으로 유명하다. 특히 ‘메밀꽃 필 무렵’ 작품 속에 등장하는 허생원과 동이가 삶을 영위하기 위해 오가던 장돌뱅이 길을 테마로 조성했다.
봄부터 가을까지 평창 5일장이 서는 날이면 ‘열린장터 살판난장’도 함께 모습을 드러낸다. 시장 앞에서는 떡메치기가 이어지고 곳곳에는 맷돌돌리기 체험과 캐릭터 인형 포토타임, 특산물 판매 등 시장 이용객을 타깃으로 하는 이벤트를 진행, 전통시장이 낯선 어린아이부터 어르신들까지 함께 즐길 수 있는 장으로 마련했다.
특히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마당극 ‘별을 먹는 장돌뱅이’는 사라져버린 영감을 찾아 평창장에 온 할멈이 북적북적하던 옛 평창장을 추억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로 옛 5일장 장돌뱅이들의 삶을 그려낸 작품이다.
대구 달성군 현풍면 원교리에 있는 현풍백년도깨비시장은 1918년 개장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유서 깊은 전통시장으로, 도깨비가 진귀한 물건이나 희한한 물건을 사람들의 근심이나 걱정을 받고 팔았다는 전설이 있다. 

현풍시장은 이러한 도깨비 전설을 스토리텔링해 테마파크 형태의 전통시장으로 변신했다. 다양한 도깨비 장식품과 포토존을 만들고 노래와 축제를 좋아하는 도깨비들의 광장을 만들었다. 이곳은 소규모 퍼포먼스는 물론 축제, 행사의 무대와 쉼터가 되고 있다.
이와 함께 도깨비 방명록에 근심을 적으면 도깨비와 사진을 찍어주는 ‘도깨비가 근심걱정을 삽니다’를 비롯해 어린이와 함께하는 시장놀이체험 ‘어린이 보부상’, ‘청년프리마켓’, ‘할머니장터’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진행하고 있다.

남진이냐 김광석이냐


그런가하면 그 지역 출신 유명인을 테마로 한 시장도 있다. 대구 방천시장과 목포 자유시장이 대표적이다.
대구 중구 대봉동에 위치한 방천시장은 대구 3대 전통시장이었으나 급격한 쇠퇴로 시장폐쇄 위기를 맞게 됐었다. 죽어가는 시장을 살리기 위해 방천시장 상인들과 예술가들이 모여 ‘문전성시 프로젝트’를 추진, 이 지역 출신 가수인 김광석 거리를 조성했다.
김광석과 그의 노래들로 벽화거리를 조성하고 김광석 조형물과 야외 공연장도 조성했다. 전국에 김광석 팬들이 이곳을 찾아주면서 하루 10명이 채 다니지 않았던 시장 뒷골목은 이제 매일 수천명이 찾아오는 관광명소가 됐다. 이를 두고 죽은 김광석이 죽어가던 시장을 살렸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대구에 ‘김광석’이 있다면 목포에는 ‘남진’이 있다. 목포자유시장은 본래 이름보다 ‘남진 야시장’으로 더 유명하다. 목포 출신 가수 남진의 이름을 딴 야시장으로 매주 금·토요일 밤 6시부터 10시(4~11월 7시~11시)에 장이 선다.
남진 야시장답게 콘셉트 역시 ‘남진’이다. 시장 골목 곳곳에는 남진의 벽화와 공연사진, 조형물이 들어서 있고 조명과 간판, 현수막 등에도 남진 얼굴이 새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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