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동백꽃 여행

사랑하는 이를 위해 목숨을 바칠 수 있을까. 말을 쉽지만 현실은 쉽지 않을 것이다. 자신만을 사랑하는 세태 속에 타인을 향한 사랑이 박물관 속 박제품처럼 천대받는 세상이다. 자신을 위해 더 많이 추구하고 채웠건만 오히려 텅 비어버린 느낌이다. 핏빛 동백꽃 속 감춰진 이야기에 가슴이 아려온다. 전설에 불과하지만 상대방을 향한 진한 사랑이 느껴져서다. 툭 떨어져 잡을 수 없기에 더욱 아름다운 동백꽃의 향연, 여수로 다녀왔다.

‘그대를 누구보다 사랑합니다’ 오동도의 추억


“새벽밥도 챙겨먹었으니 이제 그만 다녀오리다.” 남편은 밥숟가락을 내려놓고 어구를 챙겨 바닷가로 나선다. 전날 밤 잠자리가 뒤숭숭했던 아내는 고기잡이 나가는 남편의 모습이 바다 저 멀리 사라질 때까지 눈을 떼지 못한다. 남편이 바다로 떠나고 아내가 집으로 돌아올 무렵 오동도에 도적떼가 나타났다. 절세미인이었던 어부의 아내를 본 도적떼는 그녀를 겁탈하려한다. 건장한 남정네들에게 그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어는 바다에 몸을 던지는 것뿐. 정조를 지키기 위해 바다에 몸을 던진 아내는 결국 남편의 손에 의해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 오열하던 남편은 아내를 땅에 묻고 슬픈 나날을 보냈다. 이후 무덤가에 피기 시작한 꽃이 동백꽃이다. 그래서일까 동백꽃의 꽃말은 ‘그대를 누구보다 사랑합니다’이다.
동백꽃은 엄동설한 찬 바닷바람과 맞서 싸우다 한 겨울에 꽃망울을 틔우고 여느 꽃보다 훨씬 빨리 꽃을 피운다. 꽃향기에 빠질 틈도 없이 툭 하고 떨어진다. 가장 절정의 시간에 가야할 곳을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처럼 말이다. 사시사철 푸른 동백 나뭇잎 사이사이 붉은 꽃잎이 물 들어가면 오동도는 상춘객들의 발자국 소리가 가득해진다.
오동도는 급하게 돌아볼 필요가 전혀 없다. 나무숲속에는 벤치가 곳곳에 있어 걸음품을 팔기보다 여유를 즐기는 편이 좋다. 숲속에 앉아 온 몸의 신경을 귀에 집중해보자. 잎새에 이는 바람소리가 정겹게 귓속말로 봄을 속삭이고 따뜻한 햇살은 두꺼운 외투를 벗긴다.

바닷내음에 실려 온 봄소식,  향일암 가는 길
봄 향기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여수 남쪽, 향일함으로 가는 국도에서 차창을 활짝 열어본다. 짭조름한 바닷내음에 실려 달착지근한 봄향이 난다. 온 몸의 세포에 봄바람이 난다. 향일암을 찾기에 앞서 여수의 특미거리 봉산게장거리에서 간장게장으로 요기를 하면 좋다. 향일암으로 오르는 길, 먼 곳에 바다가 펼쳐지고 지척에는 여수의 별미 갓김치의 재료가 되는 갓이 밭에 융단처럼 깔려있다. 가는 길이 가파른 오르막이지만 전혀 부담이 없다. 진입로에 즐비한 갓김치와 홍합, 굴을 말려 판매하는 시식코너가 있기 때문이다. 주당이라면 더욱 즐겁다. 1천원을 내면 막걸리 한잔을 마실 수 있다. 안주는 무료로 제공되는 갓김치와 홍합 등으로 입가심을 하면 된다.
좁은 석문을 통과하고 앞사람의 ‘머리조심하세요!’라는 말에 귀 기울이며 드디어 향일암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바라다보는 남해바다의 풍광은 도심의 찌든 때를 벗겨내기에 충분하다. 여행자들이 잠시 다리를 쉴 수 있도록 바다전망에 의자도 마련되어 있어 여유롭기만 하다. 시원한 망망대해와 눈 맞추기를 한 뒤 향일암을 내려오는 여행자들의 손에는 저마다 갓김치를 담은 아이스박스가 하나씩 들려져 있다. 

함께하면 좋은 곳
돌산공원은 여수10경의 하나인 돌산대교의 야경을 볼 수 있는 포인트이다. 해가 지고나면 길이 450m의 대교에 조명이 밝혀진다. 긴 궤적을 남기며 다리를 오가는 차량행렬은 낮에 볼 수 없는 또 다른 비경이다.
미항 여수 여행의 마지막 코스로 수산물 시장을 찾으면 좋다. 어시장 특유의 활기와 비릿한 수산물 냄새가 지친 몸과 마음에 원기를 보충하는 듯하다. 건어물과 갓김치 등 여수의 특산품을 손쉽게 한 장소에서 구입할 수 있어 주부들에게 인기다.


■여행정보 
●찾아가는 방법 : 내비게이션 검색(오동도) 대중교통은 용산에서 여수엑스포역까지 KTX가 매일 6회 운행(새마을, 무궁화 수시운행)
●주소 : 전라남도 여수시 오동도로 242
●문의 : 관광안내소 061-664-8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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