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는 지난 2일 내년 초부터 영세·중소 가맹점의 카드수수료에 대해 신용카드는 0.7%P, 체크카드는 0.5%P 각각 낮추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신용카드의 경우 연매출 2억원 이하 영세 가맹점의 수수료율은 기존 1.5%에서 0.8%로, 연매출 2억~3억원 이하 중소가맹점은 2.0%에서 1.3%로, 3억원에서 10억원 사이의 가맹점의 경우에도 0.3% 포인트 낮아지고 체크카드도 영세가맹점은 1.0%에서 0.5%로, 중소가맹점은 1.5%에서 1.0%로 인하돼 카드수수료 부담이 한해 약 6700억원 절감 된다고 밝혔다.

과연 정부의 발표대로 카드수수료 인하로 인한 가맹점 부담감소분이 모두 카드사의 과다이윤 축소나 금융사의 카드사에 대한 조달금리 인하, 기타 원가 절감 노력으로 흡수될 수 있을까? 정말로 그렇다 하더라도 문제다. 그동안 카드사용 장려를 위한 정책들이 가맹점들의 카드사 선택권을 무력화시켜 카드수수료 인하를 위한 경쟁은 미흡했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즉, 적정 원가를 분석한 결과 카드수수료에 인하요인이 있음에도 반영되지 않고 있었다면 카드사들의 담합이나 카드수수료 결정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인데 이번 수수료 인하 조치에서 그러한 문제들을 밝히고 치유하는 내용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의 반론에도 불구하고 카드수수료 인하로 인한 카드사 수입 감소분은 소비자들에게 제공되던 각종 혜택 감소, 특히 영세 가맹점에서의 사용에 대한 혜택 감소로 전가 될 것이다. 결국 소비자들은 카드로 구매할 경우 혜택이 적은 영세 가맹점을 꺼려 할 것이고 수수료 인하의 혜택은 당초 의도한 효과를 보지 못할 수도 있다.

 

덧붙여 금융위는 카드사 원가절감 방안의 하나로 VAN사의 리베이트를 금지해 카드사가 VAN사에 지급하는 수수료를 인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카드사가 VAN사에 과도한 수수료를 지급할 수밖에 없는 시장구조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시장경제에서 경쟁하기 위한 마케팅활동을 불법행위로 단속해 범법자를 만드는 일을 반복하게 될 것이다.
더구나 최근 ICT를 활용한 핀테크가 금융·유통산업 혁신의 아이콘이 되고 있는데 그 기반을 이루는 결제서비스를 시장이 아닌 정부가 정하는 가격에 의해 통제한다면 핀테크 관련 시장의 자유로운 경쟁도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들이 직판업계의 입장에서 본다면 사치스런 불평에 속할 수도 있다. 그동안 수차례 시도됐던 공제조합의 카드수수료 인하 사업은 2012년 특판조합의 카드사업 중단 이후 잠잠한 상태이고 현재는 업계의 카드수수료 실태도 정확하게 파악된 것이 없다. 그리고 이번 정부의 카드수수료 인하 조치도 업체들의 연간 매출액이 대부분 10억원을 넘는 직판업계에는 거의 아무런 혜택도 없고, 오히려 카드사 입장에서는 다른 가맹점들로부터의 수익 감소로 인해 직판업계에 대한 고율의 카드수수료율을 인하할 여유가 없을 것이다. 즉, 중소·영세 가맹점에 대한 카드수수료율 인하는 직판업계에 있어서는 반가운 소식만은 아니다.
현재의 고율의 카드수수료는 카드사가 네트워크 직판 거래 위험을 오해한 데서 비롯된 것이기는 하지만 직판업계가 스스로 초래한 측면도 있다. 2012년 4월경 현대카드와 특수판매공제조합 간에 카드수수료를 1.5% 포인트 내외로 대폭 인하하는 협상이 완료단계에서 공제조합 측의 일방적인 계약 진행 거부로 중단되었는데 당시 신임 이사장이나 임원진들이 카드사와 공제조합 간의 담보 제공계약에 대해 이해가 미흡했던 것이 주요 원인의 하나로 생각된다.

당시 공제조합의 카드사에 대한 담보 제공계약 내용은 전체 한도는 물론 업체별로도 한도가 주어져 어느 업체의 부실이나 카드 사고로 인해 다른 업체가 영향을 받지 않도록 설정됐고, 카드거래와 공제거래의 위험은 대부분 중복돼 업체들은 추가적 부담 없이 공제거래를 위한 담보를 카드거래에도 활용하는 이점을 누릴 수 있었음에도 업계가 스스로 거부한 꼴이다.
이로 인해 직판업계가 입은 손해가 연간 수십억원에 이를 것을 생각하면 매우 아쉽다. 만일 그렇게 절감되는 카드수수료 가운데 일부를 업계의 이미지 개선이나 소비자 권익보호에 활용했다면 네트워크 직접판매가 소비자들에게 신뢰받는 유통채널로 성장하는데 큰 도움이 됐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도 업계가 의견만 모은다면 기회는 있고 정부에 기댈 것 없이 스스로의 힘으로 소비자의 혜택도 줄이지 않으면서 카드수수료를 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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