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한 불신, 지속적인 이미지 개선으로 씻어내야

최근 조희팔 사건이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면서 업계는 다단계판매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언론에 큼지막한 사기사건이 보도되기만 해도 다단계판매 업계는 따가운 눈초리에 풀이 죽는다. 다단계판매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유사수신이나 피라미드 사기까지도 다단계 사기라고 보도되기 때문이다. 이렇듯 다단계판매는 자신이 저지르지 않은 짓 때문에 도매금으로 넘어가 소비자들의 불신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그러나 사실 다단계판매는 소비자 피해가 가장 적은 업종에 속한다. 뿐만 아니라 다단계판매가 갖추고 있는 소비자피해보상 시스템은 국내 어느 업종보다 탄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단계판매는 여전히 소비자피해를 일으키는 주범으로 오해를 받고 있고 불신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다단계판매 소비자 피해 가장 적어
도대체 다단계판매 업계가 얼마나 많은 소비자 피해를 양산하고 있기에 많은 소비자들이 다단계하면 무조건 거부 반응부터 나타낼까.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2013년부터 2015년 8월까지의 소비자 피해 사례를 보면 2013년의 전체 소비자피해 접수 건수는 84만6535건이었다.
이 가운데 일반판매에 의한 소비자피해 접수는 전체의 72.7%에 달하는 61만5246건이었다. 또 전자상거래, 전화권유판매, TV홈쇼핑, 기타 통신판매 등을 모두 포함한 통신판매의 소비자피해 접수는 18만9358건으로 전체의 22.4%를 차지했으며 방문판매는 3만7980건으로 집계됐다. 다단계판매는 1784건으로 1937건의 소비자피해가 접수된 노상판매보다 적었다. 판매방법별로 봤을 때 다단계판매가 일으킨 소비자 피해가 가장 적은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2014년에도 마찬가지다. 2014년 전체 소비자피해 접수 건수는 86만9589건으로 2013년에 비해 2.7% 늘어났으나 다단계판매의 소비자피해 접수 건수는 1638건으로 2013년보다 오히려 8.2% 줄어들었다.
올해 8월까지 전체 소비자피해 접수 건수는 34만4363건이며 다단계판매는 1258건으로 1034건의 노상판매에 이어 두 번째로 적었다. 2013년부터 2015년 8월까지의 기간 동안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소비자피해 건수는 모두 151만9239건이고 그 가운데 다단계판매는 4680건에 불과했다. 더구나 다단계판매는 합법적으로 등록을 한 업체뿐만 아니라 미등록 불법업체까지 포함된 수치다.
따라서 적법하게 영업을 하고 있는 다단계판매 업체만 따로 추린다면 소비자피해 접수건수는 훨씬 더 적을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소비자피해 접수 건수의 단순 비교를 통해 다단계판매의 소비자피해가 다른 판매 방법보다 적다고 하는 것은 무리가 있을지도 모른다. 백화점이나 마트, 편의점 등 일반판매의 시장규모는 다단계판매보다 훨씬 더 크다. 따라서 일반판매의 판매 건수는 다단계판매의 판매 건수보다 수십배 이상 많을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판매 건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소비자피해 건수도 많아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3년 1월부터 2015년 8월까지 32개월 동안 다단계판매의 소비자피해 접수건수가 4680건이라면 월평균 146건, 하루 5건도 채 안된다. 전체 소비자피해접수 건수가 하루 1580건이 넘는 것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나 다름없다.
그래도 단순비교로는 큰 의미가 없다고 하면 매출액 대비로 보자. 판매 건수의 집계는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판매건수 대비 소비자피해 발생 건수는 비교할 수 있는 수치가 나오지 않는다. 2013년 국내 소매 매출액은 353조6419억 여원이다. 또 같은 기간 다단계판매 매출액은 3조8813억 여원이다. 계산하면 소매매출액 4억700만원 당 한건의 소비자피해 접수가 나온 셈이 된다.

반면 다단계판매는 매출액 23억7000만원 당 한건의 소비자피해 접수가 나왔다. 어림잡아 다단계판매가 전체 소매판매보다 여섯배 정도 적다. 2014년도 마찬가지다. 전체 소매매출액 4억2500만원 당 한건의 소비자피해가 접수된 반면 다단계판매는 매출액 25억2100만원 당 한건의 소비자피해가 접수됐다. 일반 소매판매보다 소비자피해 접수가 훨씬 적은데도 불구하고 다단계피해는 소비자피해의 온상인 양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불신에 찬 시선을 감내해야만 하는 것이다.

2중 3중의 소비자보호 시스템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이동통신관 관련한 소비자피해 접수 건수도 다단계판매가 가장 적은 수준이기는 매 한가지다. 단말기와 관련한 소비자 피해 접수 건수는 2013년 1월부터 2015년 8월까지 32개월 동안 모두 10만1960건이었고 그 가운데 다단계판매는 166건에 불과했다. 또 이동통신서비스에 대한 소비자피해 접수 건수는 같은 기간 6만4461건이었으며 그 가운데 다단계판매는 112건에 그쳤다. 단말기와 이동통신 서비스를 합쳐 다단계판매의 소비자피해 접수 건수는 전체의 0.17%에 불과하다. 다단계판매보다 소비자피해 접수 건수가 적은 판매방법은 단말기와 이동통신서비스를 합해 163건인 ‘노상판매’ 하나였다.

유사한 자료는 또 있다. 다단계판매를 통해 판매되는 건강기능식품이 다른 유통채널을 통해 판매되는 제품 대비 부작용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현저히 적은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식품안전정보원이 작성하는 ‘건강기능식품 부작용 추정 사례 신고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06년부터 2015년 8월까지 건강기능식품의 부작용으로 추정되는 사례의 신고 건수는 모두 2885건이며 이 가운데 다단계판매를 통해 구입한 건강기능식품의 부작용 추정사례 신고 건수는 전체의 4%도 채 안되는 109건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 됐다.

다단계판매가 건강기능식품시장의 25%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다단계판매를 통해 판매되고 있는 건강기능식품은 타 유통 채널보다 상대적으로 믿을 수 있다는 얘기다. 다단계판매를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불신과는 거리가 멀다. 한편 부작용 추정 사례 신고 건수가 가장 많은 유통채널은 1346건의 부작용 추정 사례가 신고된 통신판매이며 매장에 방문해 직접 구매하는 직접구매가 546건으로 통신 판매의 뒤를 이었다.
이처럼 다단계판매는 어떤 판매 방식의 유통보다 소비자피해가 적고 건강기능식품 부작용 추정 사례에서 보듯 제품의 품질도 상대적으로 우수한 편에 속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단계판매는 여전히 소비자들의 불신 어린 시선에 벙어리 냉가슴 앓듯 하고 있다.

다단계판매가 소비자피해가 적고 상대적으로 제품의 품질이 우수한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다단계판매는 어떤 판매방식보다도 잘 갖춰진 소비자피해 보상 시스템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최장 석달의 청약철회 기간을 법적으로 보장받는 유일한 판매방식이다. 방문판매법 제17조 2항에는 다단계판매원은 계약을 체결한 날부터 3개월 이내에 서면으로 그 계약에 관한 청약철회 등을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비록 다단계판매원이라는 전제조건은 있지만 다단계판매원은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는 성인이라면 누구나 등록만 하면 자격을 가질 수 있다. 청약철회기간이 길기 때문에 소비자피해 접수가 적고 제품의 품질이 상대적으로 우수할 수 밖에 없다.

 

다단계판매에서의 소비자 보호 시스템은 긴 청약철회 기간이 다가 아니다. 다단계판매업을 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소비자피해보상보험 계약 등을 체결해야 한다. 현재 다단계판매 업체들이 체결하는 소비자피해보상 보험으로는 직접판매공제조합과 한국특수판매공제조합 등 두 곳의 공제조합이 유일하다.
공제조합은 다단계판매 업체들이 출자금 등의 명목으로 출연한 재원으로 소비자피해보상 보험을 운영한다. 다단계판매 업체로부터 재화를 구입한 사람은 그 재화에 하자가 있거나 설령 단순 변심 등의 이유라 해도 구입한 날로부터 청약철회 기간이 지나기 전에는 반품을 요구할 수 있다.
만에 하나 해당 업체가 반품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공제조합에 보상을 신청할 수 있다. 또 공제조합은 공제계약을 체결한 다단계판매 업체가 도산 등을 했을 때에도 최장 3개월까지 소비자피해를 보상해준다. 지난 2014년 말 기준 직접판매공제조합은 2003년 설립 이후 12년 동안 모두 9281건에 대해 107억1100만원을 보상액을 지급했으며 한국특수판매공제조합은 같은 기간 동안 1만6116건에 대해 126억5100만원을 지급했다.
소비자 69%, 다단계판매 = 피라미드
이렇듯 다단계판매는 2중 3중의 소비자보호 시스템을 갖춰 놓았다. 그리고 그 결과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되는 소비자피해 가운데 가장 적은 접수 건수를 기록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다단계판매를 바라보는 국민의 눈에는 불신이 남아있다.
이에 대해 직판조합 관계자는 “불법적으로 다단계판매 방식의 영업을 하는 업체는 물론 금융사기, 유사수신 업체 등에 대해서도 언론에서 정확한 구분 없이 ‘다단계’라는 용어로 통칭해버리면서 생긴 문제”라며 “소비자들이 불법 업체들의 피해 사례를 ‘다단계 피해사례’로 인식하면서 적법한 업체들에게까지 나쁜 인식을 갖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대다수 업계 관계자들은 아직도 남아있는 다단계판매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이 다단계라는 용어를 혼·오용함으로써 생긴 결과라고 주장한다.

한상린 한양대학교 교수가 지난 2013년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들의 69%가 다단계판매와 피라미드를 유사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다단계판매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이 다단계판매와 피라미드를 혼동하고 있는데서 비롯된다고 풀이할 수 있다.
특히 초창기 혼탁했던 다단계판매의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한 40대의 78.2%가 다단계판매를 피라미드와 유사하게 인식하고 있는 반면 20대는 혼란기를 거치고 난 다단계판매 업계가 해왔던 이미지 개선 활동의 영향으로 가장 낮은 60.3%를 기록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다단계판매가 꾸준히 이미지 개선 활동을 펼쳐 나간다면 조만간 다단계판매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이 씻겨 나갈 수 있다는 희망이 보이기 때문이다.

업계 자체적인 이미지 개선 노력만큼 중요한 것은 정부 기관이나 언론에서 다단계라는 용어를 오·혼용 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특히 경찰이 사기사건을 발표하는 것을 보면 불법피라미드도 다단계고 유사수신도 다단계고 온갖 사기 사건도 형태만 비슷하면 모두 다단계 사건으로 발표한다. 경찰에서 ‘다단계판매’, ‘금융 다단계’, ‘다단계 방식’ 등으로 발표하면 언론에서도 다단계판매 업계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경찰의 발표대로 받아쓰는 것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업계 차원에서 용어의 정확한 사용을 정부 기관이나 언론 측에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주지시킬 필요가 있다. 
김현수 분당경찰서 지능수사 팀장은 “최근 조희팔 사건과 관련해 ‘다단계 사기’ 라는 용어가 사용돼 합법적인 다단계판매 회사들이 마치 사기 업체인 것처럼 취급되고 있다”며 “‘다단계 사기’라는 표현을 ‘피라미드 금융사기’ 등의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일반 국민들의 합법적인 다단계판매업체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불식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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