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이 만든 씁쓸한 신조어

장기불황을 반영하는 씁쓸한 신조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취업난, 저출산, 고령화, 실업 등 이유도 각양각색이다.
혼자서 밥먹는 사람들을 줄인 ‘혼밥족’, 보증금 없이 월세를 몰아내는 ‘깔세매장’, 수익을 내지 못하면서도 금융지원을 받아 계속 연명해 나가는 기업은 ‘좀비기업’이다.
신조어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20~30대들은 더욱 자극적인 신조어로 자신의 처지를 풍자하고 나섰다. 20대 취업난을 반영하는 신조어로는 ‘인구론(인문계 90%가 논다)’, ‘문송(문과여서 죄송합니다)’, ‘샐러던트(샐러리맨+스튜던트)’등이 있다.
불황이 만든 신조어를 통해 씁쓸한 현대 풍속도를 알아보자.

혼밥, 깔세, 좀비기업
1인가구의 증가, 시간에 쫓기는 직장인, 취준생 등이 사용하는 신조어로 혼자 먹는 밥 ‘혼밥’이 유행이다. 과거 혼자 먹는다는 것은 ‘같이 식사할 사람이 없다’는 인식으로 꺼려 왔지만 최근에는 혼밥을 통해 돈이나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효율적인 자기 시간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한 구인구직 포털사이트에서는 대학생 674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10명 중 7명은 하루 1끼 이상을 혼자 먹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유는 편하고 익숙해서, 비용이 적게 들어서, 시간이 단축돼서 등을 꼽았다.

눈물의 폐업, 사장님이 미쳤어요 등 자극적인 문구와 파격적인 가격으로 소비자를 유혹하는 ‘깔세매장’도 등장했다. 깔세매장은 보증금 없이 임차기간 만큼의 월세를 한꺼번에 선지급하는 매장으로 쉽게 말해 월세를 깔고 장사한다는 의미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 자영업자수는 작년보다 10만1000여명으로 감소했으며 지난 8월 한달 간 자영업자수만 3만5000명 감소했다. 불황으로 문 닫는 점포들이 늘어나면서 보증금, 인테리어 비용 등 초기비용 부담이 적은 깔세매장이 출연한 배경이다. 문제는 파격적인 가격과 어느날 갑자기 사라지는 형태로 소비자나 주변 상권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깔세매장은 정해진 기간 동안 최대한의 수익을 내고 장사를 접어야 하기 때문에 요란한 호객행위와 파격적인 가격을 제시한다. 깔세매장과 업종이 겹치는 주변 매장들은 매출은 줄고 소비자들에게 비싼 가게라는 인상을 주게 된다. 특히 반짝 장사로 인해 정식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다보니 소비자가 피해를 입어도 사실상 구제가 어렵다.

이와 함께 수익은 내지 못하면서 금융지원을 받아 계속 연명해 가는 기업은 ‘좀비기업’으로 불린다. 살아 있는 시체인 ‘좀비’가 연상된다는 이유다. 통상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비용)이 ‘1’ 미만인 곳이 좀비기업에 해당된다.
최근 LG경제연구원이 최근 628개 비금융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부채상환능력을 분석한 결과 좀비기업은 2010년 24.7%에서 올해 1분기 34.9%로 크게 늘어났다.
정부의 대대적인 구조조정도 조심스러운 실정이다. 정부지원금이 끊긴 좀비기업들은 부채를 갚을 능력이 없어 좀비기업들의 손실은 고스란히 은행이 떠안게 되며 은행의 부담은 정부의 부담으로, 정부의 부담은 곧 우리의 세금 부담으로 이어져 우리나라 경제위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8포세대는 안돼!
최근 ‘아싸’도 늘어나고 있다. ‘아싸’는 아웃사이더를 소리나는 대로 줄여 쓴 신조어로 이미 취업에 매진하느라 혼자가 된 대학생들을 상징한다. 이처럼 취업난이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이를 반영한 각종 신조어들이 생겨나고 있다. 불황과 맞물려 취업문이 점점 좁아지면서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했다는 의미의 3포세대는 이미 우리에게 익숙하다. 여기에 내집 마련, 인간관계까지 포기한 5포세대가 등장했으며 더 나아가 취업과 희망까지 포기한 7포세대라는 말까지 나왔다. 마지막 8포세대는 취업난을 비관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는, 생명까지 포기한 청년들을 말한다.

실제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7월 고용동향에서 청년 실업률은 9.4%로 전체 실업률 3.7%의 2.5배에 달한다. 6월 청년 실업률은 10.2%로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이래 가장 높게 치솟았다. 청년 고용률도 비관적이다. 7월 기준 청년 취업자 수는 402만6000명 고용률은 42.4%였다. 이는 2000년대 초중반과 비교할 때 4%가량 떨어진 수준이다.
더불어 취업 전까지 학생 신분을 유지하고자 졸업을 연기하는 ‘엔지(No Graduation)족’, 희망과 의욕 없이 현재를 살아가는 청년들을 지칭하는 ‘달관세대’ 등도 등장했다. 우여곡절 끝에 취업을 했다고 하더라도 넘어야 할 산은 많다. 고용에 대한 불안감, 기대치보다 낮은 임금, 근무환경, 자신의 적성 등의 문제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서는 20대에 스스로 퇴직한다는 의미의 ‘이퇴백’, 삼십대 초반에 명예퇴직을 한다는 의미의 ‘삼초땡’, ‘88만원 세대’나 ‘인턴세대’ 등도 출연했다. 88만원 세대, 인턴세대는 대학을 졸업했지만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임시직으로 떠돌고 있는 청년층이나 공공기관이나 기업의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했지만 결국 취업으로 연결하지 못한 젊은층을 일컫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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