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에 상품·서비스 비용 합산여부가 쟁점…사전승낙서 등 난제 쌓여

이동통신 다단계판매 업체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동통신 단말기 대금과 약정 기간 동안의 통신요금 합계액이 160만원을 초과하는지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방문판매법에 따르면 다단계판매는 부가가치세를 포함해 160만원을 초과하는 물품은 판매할 수 없다. 따라서 공정위가 단말기대금과 약정기간 동안 납부해야 하는 요금 총액을 한데 묶어 상품가격으로 판단한다면 이동통신 다단계판매업체들이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단통법에 따른 사전승낙서도 이동통신 다단계판매 업체들이 해결해야 할 난제로 떠올랐다.

단말기와 통신요금은 하나의 상품
이동통신 다단계판매에 대한 논란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의 시행과 함께 불거지기 시작했다. 지난 3월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가 성명서를 통해 “통신 다단계는 일반적인 다단계 유통망과는 별개로 유통시장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요금, 통신품질, 서비스’의 차별적 제공을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통신 다단계’를 법으로 금지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지난 5월 방송통신위원회는 특정 이동통신사를 중심으로 벌어진 다단계 판매 행위에 대해 실태 점검을 벌인 바 있으며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은 국회에서 “이동통신 다단계판매 자체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위반 소지가 굉장히 많다”고 말했다. 
이때까지만 이동통신 다단계판매에 대한 주요 쟁점은 단통법과 관련해 과도한 수수료나 장려금을 지급했는지, 고가요금제 가입을 유도해 이용자 이익을 침해했는지 여부였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는 이동통신 다단계판매 업체들을 존폐의 위기까지 몰고 갈만한 사안은 아니었다.

그러나 최근 공정위가 이동통신 다단계판매 업체의 상품 가격에 대한 조사를 벌이면서 이동통신 다단계판매 업체들은 바짝 긴장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단말기와 약정기간 동안의 요금 총액을 하나의 상품 가격으로 본다면 다단계판매 업체들은 최악의 경우 이동통신 상품에 대한 대대적인 변경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동통신 단말기와 약정기간 동안의 요금 총액을 한데 묶어 하나의 상품 가격으로 간주하는 것에 대해 다단계판매 업계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모 업체 관계자는 “단말기와 이동통신 서비스는 엄연히 별개의 상품”이라며 “둘을 합쳐 하나의 상품으로 간주한다면 이동통신 다단계판매는 설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전문가는 “아직 제공되지도 않은 서비스를 단말기와 하나로 묶어 하나의 상품으로 본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다단계판매라면 무조건 터부시하는 사람들의 농간일 것”이라고 말했다.

상식적으로 생각을 해도 단말기 가격과 약정 기간 동안의 요금을 하나의 상품가격으로 간주한다는 것은 어폐가 있어 보인다. 이동통신 서비스 이용자는 언제든지 요금제를 변경할 수 있고 때로는 이용계약을 해지할 수도 있다. 최초 판매시에는 160만원이 넘었다고는 해도 약정기간이 다하기 전에 요금제 변경이나 서비스 해지 등으로 최종 가격이 160만원에 미달할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 경우 상품가격 제한으로 이미 불이익을 받았다면 어떻게 구제할 것인가. 반대로 최초 판매시에는 160만원이 넘지 않았다 해도 같은 이유로 최종 가격이 160만원을 초과한다면 또 어떻게 할 것인가. 

물론 이동통신 다단계판매 업체가 단말기와 이동통신 서비스를 완전히 분리, 별도로 판매한다면 문제는 쉽게 해결 된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이동통신 시장 구조상 단말기와 이동통신 서비스를 완전히 분리 판매하기란 쉽지 않다. 어쩌면 이동통신 다단계판매는 알뜰폰만을 판매해야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반면 단말기와 약정기간 동안의 서비스를 하나의 상품을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홍석 선문대 법대 교수는 “약정기간 동안 서비스를 받기로 하고 단말기를 구입하는 것이므로 단말기와 약정기간 동안의 서비스는 하나의 상품으로 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며 “따라서 둘의 가격 합계가 160만원이 넘으면 방판법 위반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현행 특수판매에서의 소비자보호지침을 보면 ‘용역의 판매인 경우는 그 용역을 제공하기로 한 계약 기간 동안의 총 가격이 160만원을 초과하여서는 아니 됨’이라고 명시돼있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이에 대해 “조사한 것은 사실이지만 최종 결정은 심의위원회에서 하는 것”이라며 “아직 결과가 나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뭐라고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사전승낙서도 풀어야할 숙제


상품 가격에 이어 사전승낙서도 이동통신 다단계판매의 목줄을 죄고 있다. 단통법에 따르면 대리점은 이동통신사업자의 서면에 의한 사전승낙 없이는 판매점을 선임할 수 없으며 판매점은 대리점으로부터 이동통신사업자의 사전승낙을 받은 사실을 영업장에 게시해야 한다. 판매점 사전승낙의 기준은 사업자등록증의 휴·폐업 등 유효성 확인, 영업장 내 사전승낙서 게시 여부, 신청서 상 주소지 및 상호명이 실제 영업장의 주소 및 상호와 일치 여부, 단말기 지원금, 판매가 및 추가 지원금 게시 여부 등이다. 

다단계판매는 주된 영업장소 없이 대면 판매를 위주로 영업이 이뤄진다. 때문에 사전승낙의 기준이 되는 영업장의 주소가 없는 경우가 많고 따라서 사전승낙서의 게시도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결국 사전승낙서를 받지 못하면 다단계판매를 통해 이동통신 판매를 할 수 없다는 결론이 된다. 단통법에 따르면 사전승낙을 받지 못한 판매점에 대해서는 최대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사실상 사전승낙서 없이는 이동통신 판매가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는 이유다.

지난 9월 9일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이동통신 다단계판매에 대한 날선 공방이 이어졌다. 이 자리에서 김재홍 상임위원은 “방문판매법과 공정거래법이 허용하더라도 특별법인 단통법을 위배해서는 안된다”며 “다단계판매 방식으로 이동통신을 판매하는 것은 이동통신 시장의 투명성과 공개라는 단통법 취지와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최성준 위원장은 “(다단계판매가 이동통신시장에) 적합하지 않은 판매 방식이라는 것을 방통위 전체 입장으로 할 수는 없다”며 “온라인 판매가 나쁜 것만은 아닌 것처럼 다단계판매 역시 정상적인 영업은 하게 하도록 하는 것도 방통위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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