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 MRF이야기 길

가을이 깊어간다. 상주 ‘MRF이야기 길’을 따라 걷다보면 낙동강의 은빛 모래밭이 한눈에 들어온다. 시원한 강바람이 얼굴의 땀을 닦아준다. 유려하게 흐르는 낙동강은 깊이를 알 수 없을 만큼 푸르다. 수천 년의 세월이 흘러 옛 사람은 사라졌지만 강물은 날마다 새롭다. 상주는 속리산 자락을 따라 산세가 빼어나다. 그 안에 물돌이 마을이 포근하게 안겼다. 입담 좋은 동네 아저씨가 마중 나와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줄 것 같다. 깊은 산, 너른 들, 긴 강이 만나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곳, 상주 MRF이야기 길을 다녀왔다.

오곡이 풍성한 고장, 상주의  MRF이야기 길
수려하게 펼쳐진 속리산의 산세가 드라마틱하다. 깊은 산과 골이 만나 깊은 숲을 이루고 그 사이로 실핏줄 이어지듯 지류가 모여 낙동강으로 흐른다. 상주이야기길 MRF는 산, 강, 들의 아름다움을 한가득 품은 곳이다. 해발 200~300m 정도의 낮은 산을 오르내리며 탁 트인 풍경을 조망한다. 시원하게 펼쳐진 들판을 걷는가 싶더니 카누를 타고 낙동강의 풍경 속에 잠긴다. 상주 MRF이야기 길은 15개의 코스로 나눠져 있고 거리는 6.6㎞에서 42.7㎞로 다양하다. 산, 강, 들의 풍경을 감상하며 걷는 길에는 숨겨진 옛이야기가 전해져 걷기 여행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가는 길이 험하지 않고 빼어난 풍경을 보며 처음 왔던 곳으로 올 수 있도록 코스가 구성되어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걸을 수 있어서 좋다.

낙동강을 따라 옛 사람의 기상이 흐른다
낙동강변에 자리한 경천대는 낙동강 1300리 물길 중 가장 경관이 아름답다. 그래서 상주 사람들은 이곳을 상주 제1경으로 꼽는다. 하늘이 만든 경치라는 뜻의 ‘경천대’에는 기암괴석과 함께 울창한 노송숲, 시원하게 펼쳐진 조망이 보는 이를 시원하게 한다. 경천대관광지는 전망대과 야영장, 목교, 출렁다리가 갖춰져 유유자적 산책하기에 그만이다.
경천대에 오르니 하얗게 펼쳐진 백사장이 한눈에 보인다. 이곳에 조선시대의 용장이었던 정기룡 장군에 얽힌 이야기가 전해진다. 장군은 어느 날 낙동강변에서 새의 부리처럼 생긴 바위인 용소 인근에서 용마가 뛰는 것을 봤다. 이를 길들이기 위해 계략을 썼던 장군은 각고 끝에 용마를 손에 넣는다. 이 말을 얻은 때문인지 정기룡 장군은 임진왜란 때 60전 60승을 한 육지의 용장으로 충의공 시호를 받았다.

상주 MRF이야기 길의 꽃, 낙동강 물레길 카누체험
푹신한 카펫 같은 낙엽위로 호젓한 산길을 얼마나 걸었을까. 저 멀리서 초가가 보인다. 반가운 마음에 얼른 가보니 실제 주민이 거주하는 곳이 아닌 드라마 ‘상도’의 촬영세트장이다. 얼렁뚱땅 지은 것이 아닌 튼튼하게 지어져 하룻밤 묵어가도 좋겠다. 짚으로 엮은 초가지붕이 시골외가에 온 것처럼 정겹다.
촬영장 바로 옆에 낙동강이 흐르고 이곳에서 카누체험을 할 수 있다. 구명조끼를 착용한 후
노 젓는 방법과 안전교육을 받은 뒤 물고기 몸체처럼 날렵하게 생긴 카누위에 올라선다. 배가 뒤뚱뒤뚱 금방이라도 뒤집힐 듯 위태롭다. 긴장하지 않고 자리에 편안하게 앉으면 카누도 곧 안정을 되찾는다. 가고 싶은 방향으로 앞뒤로 노를 저으니 미끄러지듯 카누가 움직인다. 좀 전까지 관심 밖이던 낙동강의 비경이 비로소 눈에 들어온다. 유리알처럼 맑은 낙동강 위로 산 그림자가 눕는다. 물 위로 카누를 타는지 산 위로 타는지 구분이 안 갈 정도다. 그냥 먼발치에서 보았다면 결코 느낄 수 없는 뜻밖의 감흥이다. 카누가 지나갈 때 한 줄기의 물길이 새로 생긴다. 잠시 수면 위 평화가 깨지는 듯싶더니 다시 물길은 모든 것을 덮어 하나가 된다. 어디선가 푸드덕 산새가 날아와 청명한 가을노래를 부른다. 따스한 햇살과 소슬한 바람소리까지 모여 한편의 가을 시를 읽는 듯하다. 가을엔 편지를 하겠다던 옛 가수의 노래처럼 지금 보이는 모든 풍경을 그대로 모아 편지라도 보내고 싶은 심정이다. 상주에는 파란하늘과 벗하고 따스한 태양빛을 자양분 삼은 곶감이 익어간다. 가을의 끝자락에서 겨울을 맞을 채비가 한창일 상주가 그립다.

여행정보

● 찾아가는 방법 : 네비게이션 검색(경천대국민관광지) 대중교통은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상주종합버스터미널까지 고속버스운행, 좌석버스를 타고 경천대에서 하차하면 된다.

● 주소 : 경천대 경상북도 상주시 사벌면 경천로 652

● 숙소 : 속리산 시비공원 인근에 위치한 솔향기 펜션(054-533-1033)은 산책하기 좋은 곳에 위치해 있다. 탁트인 펜션(010-3517-0176)은 이름 그대로 탁 트인 전망을 자랑한다. 사시사철 옷을 갈아입는 천혜의 자연경관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 문의 : 054-536-7040 http://gyeongcheondae.sangju.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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