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 편백숲

장성 편백숲에는 편백나무가 하늘을 향해 기도하듯 늘어서 있다. 그 모습은 인간이 꿈꾸는 노스탤지어를 닮았다. 작은 나무, 큰 나무 오직 영원한 그곳을 향하고 있다.
장성 편백숲은 치유와 사색의 공간이다.  자동차매연이나 혼탁한 도시의 미세먼지도 이곳에 발을 들일 수 없다. 가을이 무르익을 무렵 장성에서 진정한 힐링을 경험해 보자.

장성 축령산 편백숲을 일군 한 사람의 시작과 끝
장성 축령산 자연휴양림은 전국에서 몇 곳 안 되는 치유의 숲이다. 철저히 산림치유를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차량통행이 금지이며 숙박시설이 없다. 가기에는 다소 불편하지만 그만큼 신선한 공기가 보장되어 있다. 얼마나 공기가 맑은지 숲속은 다른 곳에 비해 온도가 2~3도 가량 낮다.
휴양림의 들머리는 추암마을 주차장이다. 숲안내센터를 향해 1.6㎞가량 임도를 따라 울창한 숲길이 이어진다. 약간 가파른 오르막이라 숨이 가빠진다. 발걸음을 떼면 뗄수록 공기 맛이 다르다. 20여분 만에 도착한 숲 안내센터, 그 옆에 춘원 임종국(1915~1987)선생의 공덕비가 있다.

축령산 자연휴양림은 임종국 선생의 작품이라 해도 이견이 없다. 그는 일제 강점기와 6.25한국전쟁을 거치면서 황폐된 산야에 1956년부터 생을 마감하는 그날까지 30여년간 나무를 심고 가꿨다. 편백나무와 삼나무는 반백년동안 선생의 삶과 동고동락했다. 그 결과 국내 최대 난대 조림 성공지가 되었다.
울창한 숲을 이룬 나무들이 하늘을 향해 두 팔 벌린 채 해바라기를 한다. 그 모습이 생명의 빛을 기다리는 구도자의 모습을 닮았음은 왜일까. 숲 규모가 자그마치 258ha에 이른다. 숲 한가운데 발을 디디자 이쑤시개통 한가운데 들어선 것처럼 빈틈없이 나무로 빽빽하다. 곧은 나무 사이를 걷다보면 이곳이 과연 우리나라일까 싶을 정도로 이국적이다.

숲에서 지친 심신을 치유하다
위풍당당한 근위병을 닮은 편백나무 숲길을 따라 걷다보면 치유필드가 오른편에 보인다. 편백나무아래 평상을 여러 개 설치해 놓았다. 담요를 덮고 누우면 별세상으로 여행을 떠나듯 스르르 잠이 들것 같다. 실제로 5~10분 정도만 눈을 감고 있어도 깊은 숙면을 취한 듯 개운하다. 편백나무와 삼나무가 뿜어내는 피톤치드 덕분이다. 피톤치드는 심리적인 안정감 이외에도 말초혈관을 단련시키고 심폐기능을 강화시키며 피부를 소독하는 약리작용에 효과가 좋다. 덕분에 아토피질환을 치료하려는 아이들과 부모들이 많이 찾고 있다.
바쁜 시간에 쫓기는 사람이라면 평상에 잠시 누워보길 권한다.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를 누려보라. 일상에서 쓰고 있던 가면도 살짝 내려놓자. 가면 뒤에 숨어 있던 진짜 내가 빛에 노출되는 순간, 참 치유가 시작될 것 같다. 눈이 즐거운 숲이 아니라 잠자던 오감을 깨우고 말초신경부터 폐부의 작은 세포까지 일으켜 세우는 시간이다.  

장성호관광지, 임권택 시네마테크
81년의 삶이 한국영화의 역사가 된 사람이 있다. 바로 영화감독 임권택이다. 그는 1934년 장성에서 태어나 102편의 영화를 남겼다. 그의 작품세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 장성 북하면 문화예술공원에 ‘임권택시네마테크’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었다. 장성호가 가까워서 드라이브하기에도 그만이다.
너른 주차장을 지나면 임권택 감독의 동상이 먼저 눈에 띈다. 손에는 영화시나리오를 돌돌 말아서 쥐고 있다. 얼굴은 무표정하지만 한국영화를 이끌어온 듬직함이 묻어있다. 동상 뒤에는 <취하선>, <서편제>, <씨받이> 등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관심을 끈 영화들이 필름프레임에 양각으로 새겨져 있다. 야트막한 동산을 오르니 시와 그림이 새겨진 조형물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한시는 물론 현대시까지 다양한 작품들이 설치되어 있다. 정상부에 있는 전망대에 올라보면 장쾌하리만큼 시원한 풍광이 펼쳐진다. 장성호가 세숫대야에 받아 놓은 물처럼 고요하게 담겼고, 그 뒤로 대어를 잡기 위해 쳐 놓은 그물망처럼 산들이 장성군을 휘감아 돈다.

여행정보
● 찾아가는 방법 : 내비게이션 검색(장성 축령산 휴양림 추암마을) 대중교통은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장성행 고속버스 운행. 장성터미널에서 46번 버스 타고 백련동 정류장 하차
● 주소 : 전라남도 장성군 서삼면 추암리
● 숙소 : 축령산 인근에 위치한 장성 청백한옥(061-395-9466)은 조선 명종 임금이 아곡 박수량 선생에게 하사한 99칸 청백당을 재현한 곳이다. 조선시대 선비의 풍류를 느끼며 하룻밤 묵어갈 수 있다.
● 문의 : 061-393-1777~8 http://tour.jangseong.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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