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통장기반 금융거래 관행 등 혁신방안’ 발표

앞으로 종이통장이 점차 모습을 감추게 된다. 120년 동안 서민들의 안전한 재테크를 상징하는 종이통장이 IT의 급격한 발달과 이를 활용한 핀테크의 대두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통장기반 금융거래 관행 등 혁신방안’을 발표하고 대다수 선진국에서는 이미 사라진 재래식 종이통장 발행 관행의 혁신과 수년째 거래 없이 방치중인 금융계좌를 정리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5월 은행 계좌를 열 때 온라인으로 실명 확인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고치기로 했다. 또 지난 6월에는 금융당국이 ‘IT·금융 융합 및 신성장동력 창출을 위한 인터넷전문은행 도입방안’을 발표하며 인터넷전문은행 육성 의지를 밝혔다. 인터넷 전문은행은 점포 없이 인터넷과 콜센터에서 예금 수신이나 대출 등의 업무를 하는 은행이다.

예·적금 가입, 대출, 외환거래, 신용카드 등 일반 은행과 동일한 업무를 영위하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인 만큼 오프라인 영업점이 아닌 온라인 영업활동을 펼치게 된다. 따라서 인터넷전문은행은 더 이상 종이통장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금감원에 따르면 새로 개설되는 신규 계좌의 종이통장 발행 비중은 점차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지난 2010년 종이통장을 발행하고 있는 신규계좌는  3380만여개 전체 신규계좌의 91.0%에 달하였으나 2011년 90.3%, 2012년 87.0%, 2013년 84.5%, 2014년 82.6%로 낮아졌으며 올해 5월까지는 80.8%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2015년 5월말 기준 은행계좌 가운데 종이통장이 발행된 계좌는 휴면예금계좌를 제외하고 2억7000만여개로 전체 계좌의 91.5%에 이르고 있어 인터넷뱅킹 등에 따라 종이통장 발행이 점차 축소되고는 있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이 정책적으로 종이통장 발행을 축소해 나가려는 것은 금융거래의 전산화에 따라 종이통장의 필요성이 사실상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통장 분실·훼손, 인감변경 등에 따른 통장 재발행으로 소비자들은 은행에 연간 약 60억원에 달하는 수수료를 지급하고 있다. 또한 통장 분실시 인감 및 서명 등이 악의적으로 도용되어 추가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고 예금주 본인이 영업점을 방문하더라도 통장(또는 현금카드)이 없으면 통장분실 절차 등을 거쳐야만 출금이 되는 등의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종이통장에 익숙한 금융소비자의 불편을 최소화하면서 종이통장 발행을 단계적으로 감축해 나갈 계획이다.

우선 2017년 8월까지 종이통장을 발행받지 않은 고객에게 금융회사가 금리 우대, 수수료 경감, 경품 제공, 무료서비스 제공 등의 인센티브를 부여함으로써 금융소비자 스스로 무통장 거래를 선호하도록 유도한다. 이후 두 번째 단계로 2020년 8월까지 종이통장을 발행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고객이 60세 이상이거나 금융거래기록 관리 등의 사유로 종이통장을 희망하는 경우에 예외적으로만 종이통장을 발행하도록 한다. 마지막으로 2020년 9월 이후에는 종이통장 발행을 요청하는 고객에 대해서는 수익자부담원칙에 따라 금융회사가 자율적으로 통장발행에 소요되는 원가의 일부를 부과하도록 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무통장 거래관행의 원활한 정착을 위해 ▲전자통장·예금증서 등의 발행 활성화 ▲종이통장 미발행 금융상품의 확대 유도 ▲종이통장 미발행에 따른 인센티브는 물론, 인터넷뱅킹·ATM 등을 통한 입출금 내역 조회 방법 등에 대한 홍보활동을 강화하는 등의 보완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종이통장은 세계적으로도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현재 미국, 영국, 독일 등은 이미 금융거래시 종이통장을 발행하지 않고 있으며 일부 저축은행(미국), 일부 주택대부조합(영국), 저소득층 장려예금(독일) 등 예외적으로 종이통장 발행하고 있다. 중국 역시 직불카드(Debit Card)를 우선적으로 발행하되 고객이 요청하는 경우 종이통장을 발행하고 있으며 종이통장 발행비율은 약 20%에 불과하다. 다만 일본은 종이통장을 발행하고 있으나, 인터넷거래 증가로 종이통장 발행이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뱅킹이나 모바일뱅킹이 일상화 된 요즘 종이통장은 예전처럼 자주 사용되지는 않는다. 따라서 종이통장이 사라진다고 해서 당장의 일상에 큰 불편을 초래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온라인을 통해서 금융거래가 이루어지는 만큼 해킹 등에 대비한 보안강화는 필수적이고 이에 따른 불편 역시 증가될 전망이다.

한편 금감원은 수년째 거래 없이 방치중인 다수의 금융계좌를 정리하기 위해 금융소비자가 불필요한 금융계좌를 보다 쉽게 인지하고 해지할 수 있도록 계좌 해지절차를 간소화하고 금융사들도 대고객 홍보 및 설득 등을 통해 장기 미사용 금융계좌 정리에 적극 나서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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