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타고 강이 흐르던 괴산 산막이 마을. 괴산수력발전소가 들어서면서 강은 잔잔한 호수가 되었다. 그 덕에 마을사람들은 산 그림자를 따라 위태롭게 걸어 다녀야 했다. 칠성5일장이 서는 날이면 어머니들은 한손에는 장보따리를 다른 한손에는 고사리 같은 아이의 손목을 잡고서 곡예 하듯 산길을 오갔다. 요즘은 걷기여행자를 위한 수변산책길이 정비되어 호반길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여름을 보내는 지금 딱 걷기 좋은 괴산을 다녀왔다.

숨어 있던 산막이 마을, 명소로 태어나다
산막이 마을, 이름이 정겹다. 이름 그대로 산이 막아선 마을이란 뜻이니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것은 당연지사. 산막이 마을은 모두 열가구가 채 안 되는 작은 마을이다. 1957년 순수 우리기술로 준공한 최초의 댐인 괴산댐이 건설되면서 마을 앞 달천이 호수로 변했다. 결국 산이 막아선 곳에 물도 막아 선 셈이니 진정한 오지가 되었다.

댐이 생기기 전에는 마을을 감싸 흐르던 달천(달래강)을 주민들은 돌다리와 섶다리를 이용해 바깥세상을 오갔다고 전한다. 그러나 괴산댐 건설로 아름다운 계곡은 마을로 통하던 길과 함께 잠기고 주민들은 나룻배로 건너거나 궁여지책으로 새로 낸 아슬아슬한 벼랑길을 타고 다녀야 했다.
길이 시작되는 곳은 사오랑이 마을이다. 산막이 옛길은 이곳에서부터 산막이 마을까지 흔적만 남아 있는 옛길에 데크를 설치하는 등 4km구간을 걷기코스로 정비하여 2011년에 개통했다. 아기자기한 볼거리와 호수와 어우러진 풍경이 아름다워 지난해 이곳을 찾은 사람이 100만 명이 넘었다.

옛길 따라 이야깃거리가 넘친다
산막이 옛길은 숲길을 따라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소나무군락지는 숲길 코스 중 으뜸구간이다.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벤치가 곳곳에 설치되어 쉬어 가기 좋다. 이어서 유격훈련장에서나 봄직한 출렁다리가 기다린다. 중심잡기가 어려운지 여성탐방객들이 잔뜩 긴장한 채 발걸음을 옮긴다. 제법 긴 구간이라 끝 지점을 무사히 통과하고 나면 묘한 성취감마저 밀려온다. 수련이 곱게 핀 연화담은 예전에 벼를 재배하던 논이었다고 한다. 비탈진 곳에 만들어진 논이다 보니 오로지 하늘만 의지해야하는 천수답이다. 지금은 여행자를 위한 쉼터로 활용되고 있다.

산막이 옛길에는 26가지의 아기자기한 볼거리와 체험거리를 만들어 놓았다. 그중에서 풍경이 좋은 곳은 남매바위 위에 정자를 만들어 비학봉, 군자산, 옥녀봉 등 괴산호를 조망할 수 있는 망세루와 산막이옛길 중간지점에 있는 가장 자연미가 돋보이는 곳으로 손꼽히는 호수전망대, 그리고 40m절벽위에 세워져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고공전망대가 있다. 이곳은 연인이나 부부여행자들이 기념사진을 주로 찍는다.
이색적인 볼거리는 1968년까지 호랑이(표범)이 실제로 드나들며 살았던 호랑이굴, 여름철 갑자기 내리는 소낙비를 피하거나 더위에 지칠 때 잠시 들어가면 금방 시원해지는 여우비 바위굴, 괴산을 상징하는 메산(山)자 형상을 닮은 괴산바위 등이 있다.
자연과 함께 호흡하는 구간도 인상적이다. 좁다란 오솔길에 구렁이처럼 꾸불꾸불 몸을 틀고 있는 그물 터널이 나온다. 계절에 따라 수세미나 산머루가 터널을 이룬다.

산막이 옛길을 즐기는 법
연화담 주변에 등잔봉(450m)으로 향하는 등산 진입로가 있다. 중급자 수준의 등산로로써 등산화를 꼭 챙겨 싣고 올라야 한다. 힘든 만큼 보람찬 것은 등잔봉과 천장봉(437m) 중간 지점에 있는 한반도 전망대 덕이다. 전망대에 서면 괴산수력발전소와 한반도지형, 산막이 마을까지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차돌바위 나루와 산막이 나루를 쉴 새 없이 오가는 나룻배를 보며 유유자적을 즐기기에도 좋다. 천자봉을 기점으로 진달래능선을 따라 하산하면 산막이 마을 입구와 가깝다. 산막이 마을을 돌아본 뒤 산책로를 따라 걸어오면 된다. 산행거리는 짧은 구간은 2.9㎞이며 2시간30분 정도 소요된다.
또 다른 방법은 산책로와 나룻배를 동시에 이용하는 것인데 걸어서 산막이 마을까지 간 뒤에 산막이 나루에서 나룻배를 타고 차돌바위 나루로 돌아오면 된다. 나룻배는 수시로 운항하며 편도요금은 어른기준 5천 원이다. 운항시간은 12분정도 소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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