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다단계판매에 대한 세간의 인식이 바뀔 때가 됐다. 국내에 다단계판매가 들어온 지 20여년 넘었다. 그러나 초창기의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몇몇 일탈자들의 행위로 말미암은 부정적인 인식은 업계가 많이 정화됐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원죄처럼 남아 다단계판매를 옥죄고 있다.

지난 7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다단계판매 업체의 주요 정보공개에 따르면 2014년 다단계판매 업체에 등록한 다단계판매원은 694만명을 넘었다. 우리나라의 인구가 5100만여명이므로 한국사람 여덟명 가운데 한명 이상은 다단계판매원인 셈이다. 그만큼 다단계판매는 이미 우리의 일상 깊숙이 들어와 있다.

다단계판매는 최근 5년 동안 매해 10% 이상 성장해왔다. 국내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도 다단계판매는 보란 듯이 성장했다. 2013년과 2014년 2년 동안 소매업 성장률이 1%대에 머물렀지만 다단계판매는 19%, 14%의 성장을 일궈냈다. 정부의 각종 규제에 시달리면서도, 다단계판매를 한다고 하면 그런 걸 왜하지 하는 편향된 시선 속에서도 다단계판매는 꿋꿋하게 성장해왔다. 그렇게 힘든 환경 속에서도 지난 2014년 다단계판매는 사상 최대의 매출액을 기록하기에 이르렀다.         

다단계판매의 저력은 무얼까. 가혹한 규제와 세간의 편견을 이겨내고 어느 유통보다도 높은 성장률을 이어가고 있는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정답은 소비자다. 694만여명의 다단계판매원 가운데 후원수당을 받지 않은 560만여명의 다단계판매원이 다단계판매의 성장을 이끌었다. 그리고 1년 내내 후원수당을 한푼도 받지 않은 다단계판매원은 사실상의 소비자로 봐도 무방하다. 그러면 왜 이렇게 많은 소비자들이 다단계판매원으로 등록을 했을까.

소비자들은 갈수록 스마트해지고 있다. 각종 가격비교사이트를 통해 또는 블로그나 카페 등의 게시글을 통해 자신이 필요로 하는 물건의 다양한 정보를 얻고 어떻게 하면 더 좋은 물건을 더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을지 알아본다. 그런 똑똑한 소비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다단계판매원도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소비자들은 업계에서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다단계판매를 그리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업계가 스스로 움츠러든 것은 아닐까.

부정적인 인식이 다소 완화된 것은 맞지만 한해에 100여만명의 소비자가 다단계판매원으로 등록할 만큼 좋아진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그럼 뭘까. 소비자들이 똑똑해졌기 때문이다. 다단계판매가 어떤 취급을 받던 자신이 필요한 물건을 최대한 저렴하게 사는 것이 이익이라는 인식이 일반화되면서 다단계판매에서 취급하는 제품들도 거리낌 없이 구매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만일 그렇다면 다단계판매의 미래는 밝다. 누가 뭐라던 다단계판매를 성장시키는 원동력은 소비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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