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 증가·근거리 소비패턴 등 호재 많아…옴니채널까지 선점

저성장과 인구 구조 변화 등 환경 변화로 인해 국내 유통 시장에 새로운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1~2인가구의 증가, 고령화의 진전, 경제의 저성장 기조 등은 생활 밀착형 유통의 부상과 가치 소비에 부응하는 편의점의 가파른 성장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로 온라인 쇼핑몰 등을 제외한 오프라인 유통업체가 극심한 영업 부진에 시달리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편의점 매출은 꾸준한 증가세다. 백화점, 대형마트 등 유통업계 전반의 불황 속에 편의점 업계가 홀로 성장할 수 있게 된 배경과 이 같은 추세가 유통업계에 주는 시사점을 점검해봤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소매판매 및 온라인쇼핑 동향’에 따르면 지난 5월 편의점 소매판매액은 1조4660억원이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3.5% 증가한 수치이다. 소비자들이 지갑을 꽁꽁 닫고 있는 상황에서 30% 이상의 판매액 증대도 놀랍지만 다른 유통채널과 비교해 보면 편의점만의 ‘나홀로’ 성장이 돋보인다.

이날 통계청은 같은 기간 면세점이 포함된 대형마트 판매액은 8.7%, 홈쇼핑과 G마켓·11번가 등 인터넷 쇼핑몰이 포함된 무점포소매 판매액이 7.1% 늘어났다고 밝혔다. 백화점과 수퍼마켓 판매액은 각각 2.7%, 0.8% 늘어나는 데 그쳤고, 승용차 및 연료소매점은 7.0% 감소했다. 편의점의 폭발적 증가세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편의점의 성과는 전반적인 소매판매액의 증가세가 주춤한 가운데 이뤄진 것이다. 5월 전체 소매판매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 늘어 증가율이 4월(2.7%)보다 낮아졌다. 지난해 5월 세월호 참사의 여파로 소매판매액이 크게 줄었던 시기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증가세는 기저효과에도 못 미치는 초라한 성적이다.
더군다나 소매판매액은 올해 들어서 1월에 4.6% 줄었다가 2월에 3.9%, 3월에는 0.5% 증가하는 등 들쭉날쭉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편의점 판매액은 1월 5.7%, 2월 19.9%, 3월 24.7%, 4월 30.8% 등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한마디로 완연한 성장세를 보여준 셈이다. 일각에서는 올해 들어 편의점 판매액이 증가한 가장 큰 배경으로 담배가격의 인상을 꼽는다. 올해 들어 담배가격은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인상됐다.  
통계청 관계자는 “편의점 판매에서 담배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보니 담뱃값 인상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담배 매출은 편의점 전체 매출에서 30%를 넘을 정도로 비중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증권의 자료를 보면 GS리테일의 경우 편의점 매출에서 담배가 차지하는 비중은 34% 수준이었다. GS리테일은 지난해 담배판매만으로 약 1조2000억원 수준의 매출을 올렸다. 이 때문에 2배 이상 오른 담배가격 인상이 편의점의 매출 증가에 직접적인 영향이라는 점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눈여겨봐야 할 지점이 있다. 편의점 매출 증가세를 담배가 주도하고 있기는 하지만 전반적인 상품 판매가 증가했다는 점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유통업체 매출동향’을 보면 지난 4월 중 편의점의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8.4% 증가했는데, 이중 식품에서의 매출은 같은 기간 14.4% 상승했다. 대형마트가 2.8%, 백화점이 3.7% 증가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세부적으로 편의점의 경우 담배 등 기타(53.5%)는 물론이고, 즉석·신선식품(17.0%), 생활용품(16.1%), 가공식품(14.0%) 등 전 품목에서 매출이 증가했다.
유통전문가들은 편의점의 성장이 1~2인 가구의 등장과 같은 인구구조적인 변화에 최적화된 유통채널이 편의점이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들은 편의점의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을 담배가격 인상이 아닌 소비패턴의 변화에서 찾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구조적인 성장에 방점을 찍고 있는 것이다.

근린형 소비 확산…‘생활 밀착형 유통’ 부상 동력
황혜정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생활 밀착형 유통이 부상하고 있다”며 “생활 밀착형 유통이란 주거지 혹은 근무지 근처 등 근거리에서 소량 구매할 수 있는 유통”이라고 정의했다.
황 연구원은 유통 시장에서 관찰되는 변화의 움직임을 이야기 하면서 “대표적인 근린형 유통인 편의점은 지난해 경기 악화로 소매업 전반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유통시장의 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1~2인 가구 증가 등 인구 및 가구 구조의 변화이다.
한국 사회에서 1~2인 가구는 빠르게 늘고 있다. 통계청이 발간한 한국의 사회동향에 따르면 1990년 9.0%에 불과했던 1인 가구는 2010년 23.9%로 껑충 뛰었다. 4가구 중 1가구가 나 홀로 가구인 셈이다. 통계청은 1인 가구가 2025년에 31.3%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반면 4인 가구 이상의 비중은 1990년 58.1%에서 2010년 30.5%로 거의 절반으로 줄었다. 이에 따라 주말마다 아이를 동반한 부부가 여러 품목의 물품을 대량으로 구매하는 쇼핑 방식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대량 구매를 전제로 한 대형마트의 선호도는 낮아지고 필요한 상품을 가까운 곳에서 소량 구매하는 근린형 소비패턴이 확산되고 있는 근본적인 배경이다. 이처럼 국민 10명 중 1명꼴로 혼자 사는 1인 가구 500만 시대가 왔는데, 유통 채널 중에서 편의점이 가장 앞서서 ‘나 홀로 족(族)’을 위한 상품을 내놓다. 이의 결과 편의점이 성장의 날개를 달았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도 이 같은 견해에 동의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앞으로도 1인 가구 증가와 근거리 소비패턴으로의 변화 등 구조적 호재가 많아 편의점 산업의 실적이 매우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KB투자증권 관계자도 “편의점은 1~2인 가구 증가 등 소비 트렌드 변화로 중장기 소량구매 패턴 강화 및 상품믹스 개선을 통한 구조적 성장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1~2인 가구를 공략하라…편의점 날개 달았다
편의점은 나홀로 족을 위주로 한 인구구조의 변화에 선도적으로 대응했다. 도시락 판매에 공을 들인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별도로 밥을 해 먹기가 번거로운 나홀로 족들은 가까운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사서 점심만이 아닌 저녁 한 끼도 해결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7월 초 편의점 세븐일레븐의 도시락 판매는 지난 해 같은 기간 보다 122.2% 증가했다. 간편식도 28.2%, 생수는 18.6%가 늘었다. 편의점 도시락의 고급화도 이 같은 추세를 반영한다. 세븐일레븐은 업계 최초로 7월 중순 11찬 도시락을 출시했다.
세븐일레븐이 출시한 도시락은 11가지 반찬에 중량이 500g에 달하는 ‘혜리11찬도시락’으로 가격은 4500원이다. 웬만한 식당에서 한 끼를 해결할 때 1인의 경우 7000원 이상인데, 편의점에서 저렴한 가격에 고급진(?) 한 끼 해결이 가능해진다.

혜리11찬도시락의 경우 맥적구이, 닭다리통살튀김, 버섯돈육볶음 등 고기류와 진미채, 오이지, 멸치볶음, 김치, 새우, 호박, 감자, 메추리알 등이 반찬으로 들어 있다.
편의점 도시락은 이처럼 품질 대비 가격이 저렴하고 점포 접근성이 높다는 점 때문에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저녁식사 시간대 도시락 판매 비중은 27.6%로 점심시간 시간대보다 2.0%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귀갓길에 도시락을 구매해 집에 가서 먹는 사람이 늘어났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현재의 일본 도시락 시장을 만든 1인 가구, 워킹맘 증가 등의 인구 구조 변화가 우리나라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편의점은 과거에는 상상도 못했던 소고기·돼지고기 등 냉장육도 최근 시범적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GS리테일은 7월 중순 GS25 남양주도곡점을 시작으로 수도권에 있는 99㎡ 이상 대형 GS25 점포 39개점에서 농협이 선보인 ‘칼 없는 정육점’의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칼 없는 정육점에서 파는 한우와 돼지고기는 1∼2인분에 해당하는 200∼400g 소포장 제품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1∼2인 가구가 늘면서 소고기·돼지고기 등 냉장육도 혼자 먹기에 알맞은 소포장 제품이 근접성이 좋은 편의점에서 판매되기 시작한 것이다.

육류 판매에 배달까지…진화하는 편의점


아울러 편의점은 스마트폰 관련 서비스를 접목해 고객을 끌어들이는 등 또 다른 변신도 꾀하고 있다. 
편의점 미니스톱은 SK플래닛과 제휴해 비콘 서비스를 시작했다. OK캐쉬백 앱을 스마트폰에 깔아놓은 고객이라면 미니스톱 점포 반경 30m 안에서 할인 쿠폰을 받게 된다.
할인 쿠폰이 발송되면 스마트폰에서는 알림창을 띄워 할인 쿠폰을 편의점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고객에게 상기시킨다. 자신이 구입하려던 상품과 관련된 쿠폰이 전송된다면 고객들은 쉽게 지갑을 열게 된다.

편의점 CU도 지난해부터 팝콘 쿠폰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스마트폰 관련 서비스를 접목해 편의점 멤버십 앱을 설치한 고객이 매장을 방문할 경우 할인 쿠폰을 제공하거나 특정 앱을 깔아둔 고객이 편의점을 방문했을 때 자동으로 할인 쿠폰을 제공하기도 한다.
한걸음 더 나아가 편의점 CU는 배달 전문업체인 ‘부탁해’와 손잡고 배달 서비스까지 시작했다. CU 배달 서비스는 스마트폰 부탁해 앱에 접속해 1만원 이상 구매를 할 경우 최대 40분 이내에 원하는 곳에서 상품을 받을 수 있다.

편의점과 물류의 결합은 성장성 높은 결합으로 증권가에서 주목하고 있다. KB투자증권의 최근 자료를 보면 편의점은 전국적으로 주요 상권에 네트워크망을 구축해 옴니채널 유통을 주도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KB투자증권 관계자는 “편의점 채널의 경우 주요 상권에 대다수 점포를 선점하고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편의점은) 하루에 2~3회까지 상품을 공급할 수 있는 배송시스템과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옴니채널의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지성 기자 | nexteconomy@nex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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