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화폐로 대박…앱으로 쇼핑하고 배달까지

전통시장이 진화되고 있다. 흥정하는 재미와 상인들의 인심이 더해진 전통시장은 편리함을 추구하는 대형마켓에 밀려 그간 소비자의 외면을 받았다. 하지만 활기를 잃어가고 있는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정부는 물론 지자체, 인근 대학 그리고 상인까지 직접 나서 전통시장을 새롭게 하고 있다.
짤랑짤랑 엽전으로 거래되는 전통시장이 있는가 하면 앱으로 쇼핑해 배달까지 가능한 곳도 있다. 전통시장은 직장인들에게는 저렴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곳으로 외국인들에게는 이색적인 관광지로 떠오르고 있다.

이거 얼마예요? 10냥이요!
지난 4월23일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중소·벤처기업인 및 소상공인과 간담회에서 “고객의 발길을 유인하기 위해서는 전통시장들이 각자의 개성과 특색을 스스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며 “정부는 올해 대폭 증액된 전통시장 예산을 선택과 집중을 통한 특성화에 중점을 두고 지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서울 통인동에 통인시장이 엽전을 활용한 도시락카페로 시장의 활기를 찾고 있다는 것을 염두한 말이다. 실제로 통인시장 외에 인천 신기시장, 암사동 종합시장 등은 시장에서만 쓸 수 있는 화폐를 만드는 곳이 늘고 있다.

통인시장은 엽전 도시락 카페를 운영해 일명 대박을 터트렸다. 주말이면 1000여명의 관광객이 엽전 도시락을 맛보기 위해 찾고 평일에는 인근 직장인들의 푸짐한 한끼 식사로 각광받고 있다. 엽전 한냥은 500원에 구입가능하며 도시락 카페는 엽전 한묶음(열냥, 5000원)을 내면 도시락 통을 제공한다. 이 도시락 통을 들고 시장을 돌며 반찬가게에서 먹을 반찬과 시장 내에 있는 주전부리 등을 구매 할 수 있다. 메뉴로는 식혜 같은 음료부터 전과 나물 같은 반찬류, 닭강정, 떡볶이 등 각자가 선호하는 다양한 음식을 엽전으로 구매할 수 있다.

인천 주안동 신기시장도 엽전이 인기다. 신기시장 상인회에서 발행한 ‘신기통보’는 조선시대 화폐인 상평통보를 본떠 만든 전통시장 화폐다. 최근에는 신세계그룹이 전통시장과의 상생을 위해 마련한 ‘전국 순회 전통시장 우수상품전’에도 이름 올렸다. 국내는 물론 외국인 관광객에게 인기를 얻으며 시장의 활기를 되찾은 일등공신으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서울 강동의 암사종합시장에서는 추가 할인혜택을 제공하는 화폐를 자체 제작해 유통시키고 있다. 95대100 비율로 환전해 사용할 수 있어 상품 구매 시 5% 추가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다. 암사종합시장은 이를 통해 고객과 전통시장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색적인 화폐 외에도 전통시장은 편의성 면에서 일반 대형마트에 뒤처지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일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이사장은 “소비자들이 스마트폰 앱(애플리케이션)으로 전통시장 판매 물품을 검색하고 결제까지 한 번에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했다”며 “쇼핑 도우미가 구입을 대행해 집 현관까지 배달해주는 서비스를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내 전통시장 우리가 살린다


지난 19일 중소기업청은 대학과 전통시장을 융합해 ‘창조적 전통시장’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창조적 전통시장은 창의적 아이디어를 갖춘 문화·기술·디자인 등 학과 학생이 참여해 대학생들의 참신한 아이디어로 전통시장의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중소기업청은 20개 대학과 20개의 전통시장에 3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주요 지원 프로그램으로는 유휴공간 리모델링, 커뮤니티공간 설립, 특화상품개발, 이미지 혁신, ICT접목 등이다.

이미 성남단대전통시장-동국대는 시장내 소비자 요리 공간인 요리터 및 어린이 영화놀이터를 조성할 계획이며 판매제품 연계 기부 앱과 상품·상점 정보제공 내비게이션 등을 개발했다. 수원영동시장과 경기대는 한복갤러리 및 전통혼례 포토존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천사기막골시장-단국대는 도자기 전문시장 조성에 힘을 모았다. 수원팔달시장-경희대는 수원화성과 연계한 전통문화거리를 만들고 울산남창시장-울산대와 성남 모란시장-동국대는 시장내에 유휴공간을 활용해 시장의 특생을 살린 벽화 등을 그렸다.
그밖에 용인중앙시장과 명지대, 역곡북부시장과 카톨릭대, 부산지역대학생-소상공인은 각각 지역에 맞는 특색있는 메뉴와 레시피를 개발했다.

대학은 창조적 전통시장 사업을 통해 지역사회를 무대로 대학 교육과정을 풀어내 학생들의 현장실습의 기회를 제공하며 지역사회 및 전통시장 경제 활성화 효과를 보고 있다.
지난 2008년부터 시작된 전통시장과 대학의 협업은 2012년까지 안양 중앙시장-안양대, 남부시장-성결대, 용인 중앙시장-명지대, 화성 사강시장-경희대, 부천 역곡북부시장-가톨릭대, 오산 중앙시장-한신대 등이다.
아울러 경기도는 지난해부터는 ‘경기 청년상인 성공이야기 만들기’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경기도 청년상인 성공이야기는 성공 경험이 있는 청년 상인들을 발굴해 전통시장의 미래를 이끌어갈 차세대 리더로 육성하는 것으로 선정된 청년 상인들에게는 각종 인센티브가 주어진다.

세부적으로 ▲언론사와 연계한 전략적 홍보지원 ▲인증서 및 현판 수여(도지사·도 상인연합회장 공동 인증) ▲정기적 상인 전문교육프로그램 기회 부여 등 다양한 지원을 받게 된다.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전통시장의 젊은층의 유입촉진과 함께 청년상인 육성을 통해 전통시장의 활기는 물론 일자리 창출 등의 성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람 기자 | nexteconomy@nex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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