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공포에 매출 타격 심각…소비회복 조짐에 찬물

메르스 쇼크가 한국경제 전반을 뒤흔들고 있다. 높은 치사율과 빠른 확산 속도 등으로 그 어느 전염병보다 큰 파장을 던져주고 있는 메르스 사태가 경제에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그나마 미약하게나마 회복 조짐을 보이던 내수시장이 다시금 위축되고 있는 모습이다. 메르스에 대한 우려로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유통시장은 매출이 감소했고 살아나던 부동산시장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관광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유통·관광업계 직격탄

메르스(MERS, 중동 호흡기 증후군) 첫 환자가 발생한 지 한 달이 다 돼가지만 사태가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어 유통업계가 울상을 짓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물론, 식당과 주점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는 손님들 발길이 끊겼다. 외국인 관광객도 확 줄어 명동과 강남 등의 상가와 면세점은 물론이고 심지어 전통시장까지 매출이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4월과 5월에 증가세를 보였던 백화점과 대형마트 매출신장률이 메르스 사태 이후 매출이 일제히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마트 1위 이마트는 첫 메르스 확진환자가 발생한 5월 20일부터 6월 17일까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5% 감소했다. 첫 사망자가 발생한 6월 1일부터로 분석구간을 좁히면 8.8%나 떨어졌다. 홈플러스와 롯데마트도 마찬가지다. 각각 -6.1%, -7.8%로 뒷걸음질 쳤다.
백화점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1일부터 15일까지 전체 매출이 5.3% 역신장했다. 같은 기간 현대백화점은 5.4%, 신세계는 8.0%나 급감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메르스 초기에는 큰 영향이 없었지만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기는 등 손해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관광업계도 메르스 사태로 직격탄을 맞았다. 최근 3년간 국내 해외 여행객 추이는 지난 2012년 1400만명, 2013년 1500만명, 2014년 1600만명을 기록하며 꾸준히 증가했다.
올 들어서도 5월까지 외국인 여행객 증가세가 전년 대비 10% 증가했지만, 메르스가 본격화된 6월부터 감소세로 돌아섰다.

한국관광공사가 최근 발표한 ‘메르스 관련 방한 예약 취소 추정 현황’을 살펴보면 지난 17일까지 한국여행 예약을 취소한 외국인 관광객은 총 12만1520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이 중 70~80%는 중국과 대만, 홍콩 등 중화권 관광객이 대부분으로, 이들에 의지했던 면세점이나 명동 로드숍들의 타격도 상당하다.  
중국인들이 매출의 35%를 점유하고 있는 인천공항 면세점의 경우 인천공항 이용객이 줄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이 15~20% 급감했다. 시내면세점들도 단체 여행객들이 줄어들면서 매출이 40%이상 줄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국내 항공기 예약 취소도 잇따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17일까지 9만명 정도가 예약을 취소했고, 대한항공도 지난 1일부터 15일까지 중국인 관광객 등 8만여명이 예약을 취소했다고 설명했다.
중국 항공사들도 일제히 한국행 노선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3대 항공사인 국제항공(에어차이나)은 오는 8월 말까지 베이징(北京)-인천 항공편을 주 24회에서 21회로 감축했다. 남방항공도 지난 13일부터 선전(深), 우루무치(烏魯木齊), 창사(長沙), 정저우(州) 등에서 출발하는 인천행 항공편을 일시 중단시켰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중국을 중심으로 중화권 여행객의 한국여행 취소사태가 본격화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에서 메르스가 진정되지 않는다면 외국인 관광객 이탈현상은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온라인몰은 오히려 반사효과
메르스 확산 여파로 유통업체 매장을 찾는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긴 반면 온라인몰들은 오히려 바빠졌다. 사람들이 밀집된 곳을 피하면서 온라인몰 배달주문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마트에 따르면 6월 들어 이마트몰의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3%나 늘어났다. 홈플러스 온라인마트도 생수나 쌀이 포함된 생필품과 식품을 중심으로 주문건수가 37%나 증가했고 롯데마트 온라인몰의 주문건수도 61% 늘어난 것으로 집계가 됐다.
이에 대형마트들은 온라인 쇼핑객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이마트에서는 밀려드는 주문에 지난 10일부터 배송차량을 5% 증차하고, 점포의 온라인몰 상품 픽업 및 포장인력도 5% 증원하는 등 늘어난 온라인몰 매출에 대응하고 있다.
롯데마트도 6월 첫째 주부터 롯데마트 본사 직원들이 서울과 경기지역 배송을 지원하고 지난 8일부터는 온라인 주문 포장과 배송인력을 150여명 늘렸다. 배송차량도 하루 100대 정도 증편했다. 홈플러스 역시 배차를 10% 정도 늘렸다.

업계 관계자는 “메르스의 영향으로 외부 활동을 자제하면서 필요한 물건은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고객이 급증하고 있다”면서 “이에 온라인 상품 행사를 확대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쿠팡과 티몬 등 소셜커머스 업체와 G마켓과 옥션 등 오픈마켓도 식품과 생필품 판매가 급증했다.
G마켓은 6월 들어 대표적 마트 상품군으로 꼽히는 생필품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9% 증가했다. 세부적으로 바디·헤어 제품은 60%, 생활용품이 32%, 주방용품이 40%, 화장지·세제가 72% 증가했다. 식품군의 성장도 두드러졌다.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가공식품 매출이 43%, 건강식품 매출이 74% 늘었고 커피·음료의 매출도 49% 신장했다.

옥션도 6월 1일부터 11일까지 생필품 가운데 구강관리용품 판매는 같은 기간 180% 늘었고 대용량 공산품 판매도 77%나 증가했다. 식품 카테고리에서는 반찬류가 92%, 즉석밥·국·카레가 38% 각각 늘었다.
위메프 역시 지난 1일부터 7일까지 판매된 마트상품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0% 늘었다. 가공·즉석식품(350%), 신선식품(360%), 식품·건강(280%) 등 대부분의 영역에서 큰 폭의 신장세를 보였다. 쿠팡에서도 지난 2주간 식품 판매는 지난해보다 3배가 늘었고 생수와 화장지는 4배 이상 증가하는 등 ‘장보기 문화’가 온라인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는 추세다.
업계 관계자는 “메르스에 대한 불안감이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이 마트에 직접 가기보다는 집에서 온라인몰을 통해 장을 보는 경향이 나타났다”며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소비자의 구매패턴까지 바꿔놓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단계판매 업계도 비상?

메르스에 대한 공포는 다단계판매 업계도 얼어붙게 만들었다. 다단계판매 업체들은 메르스가 확산되기

시작하자 회원 및 임직원들에게 메르스 예방 수칙을 배포하고 회원을 위한 공간에 손세정제는 물론 전신소독기를 비치하는 등 회원들의 건강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였다. 또한 6월 치러질 예정이었던 컨벤션이나 세미나, 공식 런칭 행사 등 대부분의 행사를 취소하거나 연기하는 등 메르스를 예방하기 위해 만전을 기울였다. 만에 하나 행사를 진행하다 메르스에 노출되면 그 후유증은 행사의 취소나 연기로 인한 직접적인 손실보다도 훨씬 더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지난 6월 12일, 인천 송도 달빛 축제공원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던 뉴킨코리아의 ‘뉴스킨중국 회원 석세스트립 갈라 디너’가 메르스를 이유로 취소됐으며 같은 날 부산 벡스코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아프로존의 창립 3주년 기념식도 동일한 이유로 취소됐다. 또한 애터미는 매달 정기적으로 열리던 원데이세미나를 잠정 중단했으며 유니시티코리아도 7월 11일 열릴 예정이던 컨벤션 행사를 연기했다. 이 밖에 신생회사인 네리움인터내셔널코리아는 6월 27일 서울 올림픽 공원 내 올림픽홀에서 개최 예정이던 한국 공식 런칭 행사를, 시크릿다이렉트코리아는 6월 27일 예정됐던 ‘시크릿 2015 코리아 컨벤션’을 연기했다.

이렇듯 다단계판매 업체의 공식적인 행사들이 줄줄이 취소 또는 연기되는 가운데 다단계판매 사업자들이 주최하는 소규모 모임들도 자제되거나 축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다단계판매 사업자는 “메르스의 영향으로 모임에 참가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줄고 있다”며 “아무래도 사회 분위기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단계판매는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처럼 항상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형태의 유통이 아니라 사람의 만남이 주요한 직접판매의 한 형태다. 사람을 만나지 않는 직접판매란 있을 수 없듯이 다단계판매도 일대일 미팅이든 홈미팅이든 세미나든 다양한 형태의 만남을 기반으로 성장하고 발전한다. 때문에 메르스로 인해 대규모 행사나 소규모 모임들이 취소되거나 연기된다는 것은 성장발전에 있어 상당한 마이너스 요인이 된다. 다단계판매 업체들이 컨벤션이니 랠리니 하는 다양한 행사들을 개최하는 가장 큰 이유가 사업자들에 대한 동기부여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과연 메르스는 다단계판매에 부정적인 영향만을 끼치는 것일까.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오히려 호재
메르스가 다단계판매에 끼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가족 행사나 모임의 취소로 인한 손실과 성장여력의 감소다. 비록 두세달 정도의 기간이라 할지라도 메르스가 종식될 때까지는 다단계판매 업계의 움직임은 표면적으로는 상당히 위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멀리 보면 업체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메르스로 인해 사업 환경이 좋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당장 생활용품 가운데 특히 세정제의 재고가 바닥날 정도로 매출이 크게 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건강기능식품을 주력으로 하는 업체들에게는 메르스가 호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상당히 현실적인 이야기다.

모 다단계판매 업체 관계자는 “메르스로 인해 면역력에 대한 일반 소비자의 인식이 높아져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회원은 “내색하기 어려울 정도로 매출이 일어나고 있다”며 “세미나 등의 행사가 취소되는 바람에 어려운 부분은 있지만 회원들은 개인적으로 더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메르스 여파로 인해 면역력 강화나 건강에 대한 관심이 증가되고 있어 관련 제품을 찾는 경우가 늘었다는 말이다.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 건강기능식품을 찾는 소비자들의 발길이 늘어나며 메르스 사태가 가짜 백수오 사태로 소비자들의 불신에 직면했던 건기식 시장에 반전의 계기를 제공한 셈이다. 이 같은 현상은 비단 다단계판매 업계에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한 대형마트는 가짜 백수오 논란이 시작된 지난 4월 22일부터 5월 3일까지 건강기능식품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5.8% 감소한데 반해 메르스 사태 이후인 6월 1일부터 9일까지 롯데마트는 전년대비 비타민 18.5%, 건강기능식품 18%, 홍삼과 인삼 13% 늘었다.

홈플러스와 이마트 역시 전체 건강기능식품 매출이 적게는 10%, 많게는 2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KGC인삼공사의 경우 5월 20일부터 6월 14일까지의 매출이 청소년 어린이용 제품인 홍이장군과 아이패스가 각각 45%, 72%씩 매출이 늘며 전년대비 26% 증가했다.

그러나 메르스가 호재가 될 수 있는 것은 건강기능식품을 주력으로 하는 다단계판매 업체에게만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최근 다단계판매 업계에서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는 화장품의 경우 메르스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영업이 위축될 수밖에 없어 고민이 예상된다. 화장품이 주력인 모 업체 회원은 “조만간 좋아질 것”이라고 낙관하면서도 “신규 회원의 경우  기존 사업자보다 사업하기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영민·김미림 기자  | nexteconomy@nex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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