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회사나 쇼핑몰의 개인정보 유출사건 빈발과 금융 피싱사기 사건 등으로 인터넷의 보안 조치, 특히 금융 결제에 대한 보안조치가 대폭 강화됐다.

그러다 보니 인터넷 금융거래 때에는 각종 보안프로그램 설치하고 나서 공인인증서·전화로 본인 확인을 거치는 것은 물론 족히 스무 자리에 가까운 비밀번호(공인인증서 비밀번호, 계좌 비밀번호, 이체 비밀번호, 보안카드 번호 등)를 눌려야한다. 그러다 보니 비밀번호를 다 외울 수 없어 어디엔가 써두게 되는데 오히려 위험을 키울 수도 있다.

더구나 한번이라도 잘못 누르면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는 경우도 허다하고 어떤 때는 결국 비밀번호가 헷갈려 10여분 쯤 걸어가 창구에서 거래하는 일도 있으니 건강에도 좋은 것으로 즐거운 일일까?
1일 1천만건에 가까운 인터넷뱅킹(모바일 포함) 송금건수를 생각하면 복잡한 절차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도 엄청날 것이다. 그리고 명목상 동의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강제로 프로그램들이 설치되는데 때로는 데이터의 입력을 마친 뒤에 프로그램을 설치하라는 명령이 나와 모든 것을 다시 입력하는 불편도 감수해야 하고 프로그램간의 충돌로 컴퓨터를 다시 부팅해야 하는 경우까지 있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이런 프로그램들의 기능이나 보안절차들의 의미를 알기 어렵고 선택할 수도 없어 지시에 따라 클릭할 수밖에 없는 문제가 있다.

실제로 금융 사고들의 상당수는 온라인에서의 기술적 해킹보다 금융회사 내부 관리 부실이나 이용자들의 단순 실수로 인한 것이 것인데 이용자들의 컴퓨터가 해킹에 취약한지 검문검색을 강화하는 것으로 얼마큼 도움이 되는지는 물음표를 던질 수밖에 없다.

예컨대 고객 정보를 회사 내부 직원이 빼돌린다거나 사기 전화·가짜 사이트에 속아 비밀번호가 누출되는 경우에는?고객의 컴퓨터에 대한 보안 절차 강화는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본인 인증절차나 프로그램의 추가로 보안이 강화된다 하더라도 수천만 소비자가 인터넷 결제 한번 하기 위해 버벅거리는 컴퓨터에서 때로는 몇 십분을 허비하는 불편을 감내해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금융거래 신뢰성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는 주장에 반론을 제기할 사람은 없겠지만 소비자 선택권이 무시되고 감독기관 지시에 따라 획일적으로 진행되는 보안조치 강화는 정보기술(IT) 선진국이라 자랑하던 한국의 인터넷 금융 관련 기술 생태계의 앞날에 우려를 낳게 한다.?한 소비자의 불만을 간략하게 옮겨보자 “애플은...규제도 받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국내 쇼핑몰과는 비교할 수 없이 편리하게 결제가 이루어집니다. 저는 국내 쇼핑몰들도 이렇게 자율적으로 안전하고 편리한 방법으로 결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이러한 소비자들의 불편뿐만이 아니라 글로벌 IT 기업들이 기존 산업의 벽을 허물고 모바일 결제 등 금융 서비스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막기 위해 최근 쇼핑몰 등 각종 인터넷사이트에서는 주민번호 사용을 금지하고 있는데 이런 문제도 소비자가 판단하도록 하는 것이 옳다.

평생 동일성이 유지되고 본인여부 확인이 쉬운 주민번호를 거래에 활용하는 것은 엄청난 장점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주민번호 사용금지가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훨씬 민감한 교육·의료·소득·재산 등 공공기관이 소유하는 개인정보나 정보·통신 관련 정보는 모두 주민번호로 관리되고 있고 주민번호를 차용하는 것조차 처벌 대상이 되는 것과 앞뒤가 맞지 않는다.

또한 주민번호 대체수단으로 도입된 아이핀이란 것도 인증 과정에서 주민번호 입력을 요구하므로 익명성이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 게다가 아이핀을 사용하는데도 비밀번호를 두 차례 입력하고 고서 해독에 버금가는 자동입력 방지 절차까지 거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그리고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하는 때에도 피해가 확대 해석되거나 규제나 감독 미흡을 비판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스팸메일이나 귀찮은 전화는 오히려 개인정보 유출보다 정보부족으로 인한 마구잡이 전송 때문에 일어날 수도 있다.

오히려 소비자의 관심이나 구매성향 등의 정보를 본인에게도 일정한 이익을 주는 등의 조건으로 동의를 받아 다수의 기업들에게 적은 비용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대량 정보를 수집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이나 창업기업은 물론 소비자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따라서 규제를 강화하여 개인정보 활용을 제한하기보다 소비자들이 자율적 판단에 따라 사업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그에 상응한 이익을 공유하는 환경을 만들어야한다. 아울러 보안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기 보다는 사업자의 자유에 맡기되 입증책임과 손해배상 책임을 강화하는 것이 더 옳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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