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기조에 대비하는 맞춤 전략 세워야

전통적으로 불황에 강한 산업으로 알려진 다단계판매가 최근 몇 년간 계속 이어진 장기불황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접판매공제조합이 매달 작성하는 업계영업동향지수를 보면 올해 1분기에 평균 1495.96을 기록 2014년 1분기의 1547.62에 비해 3.3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판조합의 업계영업동향지수는 2004년 1월 매출액 기준 상위 20개사의 총매출액으로 기준지수 1000으로 잡아 매달 매출액의 증감을 지수화한 것으로 업계의 흐름을 파악하는데 주요한 지표가 된다. 참고로 2014년 1분기의 평균지수는 2013년 대비 10.82% 상승했다.

불황에 강한 면모 보여

다단계판매는 불황에 강하다. 불황이 되면 소득이 줄고 소비가 줄어든다. 언뜻 생각하면 소비가 줄어 다단계판매도 위축이 될 것 같지만 축소된 소비를 새로운 회원들이 메꿔 준다. 소득이 줄면 추가 소득을 위해 다단계판매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불황이 닥쳐도 상대적으로 파장이 작다. 그리고 불황이 지나고 호황기가 돌아오면 소비가 늘어 가파른 성장이 가능해 진다.   
다단계판매가 불황에 강한 산업이라는 사실은 다단계판매의 현황을 살펴보면 금방 나타난다. 지난 2014년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13년도 다단계판매업자 주요정보 자료를 보면 2013년 12월말 기준 등록 다단계판매원 수는 571만 3689명으로 2012년의 463만 2706명 보다 21.8% 증가했다. 또 매출액은 3조 9491억원으로 전년 대비 19.9% 증가했다.

반면 2013년의 유통업 전체의 매출 성장률은1.6%로 부진했으며 국내 경제성장률은 3.0%에 불과했다. 그러나 2010년 국내 경제 성장률이 6.3%에 달했을 때 다단계판매의 매출 성장률은 12.2%에 그쳤다.
다단계판매에 종사하고 있는 다단계판매원의 절대 다수가 여성이라는 점과 40대 이상의 연령층이 전체 판매원의 64%를 전후하고 있는 점도 다단계판매가 불황을 먹고 크는 산업이라는 것을 잘 말해준다.
직접판매공제조합의 자료에 따르면 전체 다단계판매원 가운데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12년 79%, 2013년 80%로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4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는 64%, 2013년에는 62%로 꾸준히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다단계판매가 부업으로 적당하다는 점 역시 불황에 강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공정위 자료에 따르면 후원수당을 수령한 판매원 가운데 상위 1%에 해당하는 판매원의 평균 수입은 연간 5662만원이었으나 을 넘었으나 그 외 판매원의 평균 수입은 다단계판매업을 전업으로 삼기에는 적당하지 않았다. 즉 다단계판매업은 소수의 전업자와 다수의 부업자로 구성되는 산업인 셈이다.

저성장기조 대비해야
그러나 아무리 불황에 강해도 장기 불황에는 견디기 힘들어진다. 우리나라의 실질경제성장률은 2008년 2.3%를 기록한 이후 2010년의 6.3%를 제외하면 지난해까지 4%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디플레이션에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경기가 디플레이션에 들어가면 다단계판매도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짐작된다.

디플레이션이 되면 경제 전반적으로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게 된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소비를 극도로 줄이게 된다. 오늘 100원하던 제품이 내일이면 90원으로, 모레는 80원으로 계속 떨어지는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새로운 소득원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도 줄어든 소비를 메우기 힘들어진다.

비록 디플레이션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저성장기조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저성장 시대에는 아무리 불황에 강한 다단계판매라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일본의 직접판매 시장도 장기불황이 시작된 이후 몇 년간은 성장세를 유지했지만 1997년 이후 17년 동안 내리막길을 걸으며 총매출액은 절반가까이 떨어졌다. 중국이나 인도, 동남아 등 떠오르는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는 지역에서 직접판매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도 다단계판매가 불황에 강하기는 하지만 무관하지는 않다는 것을 반증해 준다.

이제 국내 다단계판매 기업들도 장기불황이나 저성장기조에 대비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 다단계판매는 지속적으로 새로운 회원이 유입되어야 성장이 가능하다. 특히 내국계 다단계판매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장기불황에 이은 저성장기조에 대해 취약할 수밖에 없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르고 지내다 보면 매에는 장사 없다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는 것을 잊지 말자.      

이영민 기자 | nexteconomy@nex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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