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통화에서 데이터 중심으로 이동

# 직장에 다니는 박상관씨는 출근길이나 퇴근길에 웹툰 보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퇴근 시간 등을 묻는 아내에 물음에는 전화보다 메신저 대화가 익숙하다. 사람이 많은 지하철을 이용하다보면 통화는 번거롭기 때문이다. 이에 박씨는 최근 3만5천원 요금제에서 음성시간은 적고 데이터 용량은 큰 요금제로 변경했다.

위 사례와 같이 최근 음성통화보다 데이터 사용량이 늘면서 음성통화가 중심이었던 이동통신의 요금제가 이제 데이터 중심의 요금제로 바뀌고 있다. 이제는 음성통화에 요금을 지불하던 때를 벗어나 데이터 사용량에 따라 요금을 내는 방식으로 대전환을 맞게 된 것이다.

가계통신비 연간 7000억원 절감
데이터 중심 요금제 도입은 박근혜 정부가 서민경제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대선공약과 국정과제로 추진하는 ‘가계통신비 부담 경감’ 방안 중 일환이다. 미래창조과학부(장관 최양희, 이하 미래부)는 데이터 요금제의 추진으로 음성 위주의 이용자들의 통신비가 연간 최대 7000억원 절감을 예상했다.
지난 19일 SK텔레콤은 데이터 중심 요금제인 ‘밴드 데이터 요금제’를 출시했다. 앞서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선보인 KT, LG유플러스에 이어 SK텔레콤까지 합세하면서 본격적인 ‘데이터 중심 요금제’ 경쟁이 시작됐다.

이통3사의 요금제를 살펴보면 음성 기준으로 SK텔레콤의 밴드 데이터 요금제는 가장 저렴한 ‘밴드 데이터 29(월 2만9900원)’부터 가장 비싼 ‘밴드 데이터 100(월 10만원)’까지 총 8종을 출시했다. 음성통화는 유선과 무선에 상관없이 모두 무제한 사용할 수 있다. KT는 5만4900원 이상 요금제를 선택한 경우에만 유·무선 음성 통화를 무료로 제공하며 7월 출시 예정이다. LG유플러스도 유선 음성 통화 무료 혜택이 없다. 요금제 전 구간에서 이동전화끼리만 무제한 통화할 수 있다. 월 9만9900원짜리 요금제를 선택해도 무선 음성 통화만 무제한 사용할 수 있다.

데이터 기준으로는 이통3사의 모두 월정액 2만9900원 요금제에서는 동일하게 300MB를 제공한다. 3만원대 요금제로 가면 차이가 난다. KT는 3만4900원으로 1GB, LG유플러스는 3만3900원으로 1GB, SK텔레콤은 3만6000원으로 1.2GB를 각각 제공한다. SK텔레콤이 KT, LG유플러스보다 소폭 차이가 있지만 0.2GB를 더 제공하고 있다. 요금제가 높아질수록 이통3사의 데이터 제공량 차이는 좀 더 벌어진다. 4만원대 이상 요금제는 SK텔레콤은 4만2000원으로 2.2GB, 4만7000원으로 3.5GB, 5만1000원으로 6.5GB를 각각 제공한다. KT는 3만9900원으로 2GB, 4만9900원으로 6GB를 제공한다. LG유플러스는 4만9900원으로 6GB를 제공한다.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기준으로는 SK텔레콤은 6만1000원 이상 요금제(6만1000원 11GB, 8만원 20GB, 10만원 35GB)에서 기본 데이터 제공량을 소진해도 추가로 하루에 2GB를 최대 300Mbps의 속도로 쓸 수 있으며 이것도 다 쓰면 3Mbps의 속도로 무제한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다. 또한 SK텔레콤은 업계에서 유일하게 3G 스마트폰 이용자도 데이터 중심 요금제에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KT와 LG유플러스는 동일하게 5만9900원 이상 요금제 (5만9900원 10GB, 6만9900원 15GB, 9만9900원 30GB)에서 기본데이터를 소진하더라고 하루에 2GB를 추가제공하며 초과지 3Mbps속도로 데이터 사용할 수있다.

이밖에도 이통3사는 각 사마다 고객편의 서비스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SK텔레콤은 기본 제공 데이터와 동일한 양의 데이터를 무료로 받을 수 있는 ‘리필’ 서비스와 자신의 데이터를 가족이나 지인에게 나눠줄 수 있는 ‘선물하기’ 서비스, 데이터를 동일인 명의의 스마트폰, 태블릿에서 동시에 쓸 수 있는 ‘함께쓰기’ 서비스 등을 도입했다.
KT는 다음 달 데이터를 미리 당겨쓰거나 남은 데이터를 다음 달로 넘기는 ‘데이터 밀당’ 서비스를 제공한다. LG유플러스의 경우 ‘비디오 요금제’ 6종을 별도 마련해 모바일 인터넷 TV용 데이터를 매일 추가로 제공한다.

이통사 한 관계자는 “데이터 요금제 종류가 다양해져서 자신의 패턴에 맞는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는 폭도 넓어졌다”며 “매월 사용하는 데이터양이나 음성통화량 등에 따라 각자에게 맞는 요금제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 = 이통3사 중심 요금제?
미래부는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도입해 음성통화를 보편적 서비스화하여 누구나 부담 없이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하고 요금 부담을 최소화해 소비자의 가게 통신비 절감을 꾀했다.

하지만 데이터 중심 요금제 출시에 한 소비자는 “이통3사의 데이터 중심요금제는 요목조목 따져 보면 이통3사 중심의 요금제”라며 “잘 쓰지도 않는 음성통화 무제한으로 풀어 생색만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래부가 제시하고 SK텔레콤이 내논 2만원대 요금제는 부가세가 빠진 금액이다. 이동통신요금에는 실납부금액에 10%의 부가세가 붙는데 2만9900원 요금제에 10%의 부가세가 붙으면 3만2890원이기 때문에 2만원대가 아니다.

요금제별 데이터 기준에서도 애매하다. 이통3사는 낮은 요금제 순으로 데이터 300MB, 1GB, 2GB에서 갑자기 6GB로 훌쩍 넘어 제공하고 있다. SK텔레콤이 4만7000원 요금제에  3.5GB가 제공하고 있지만 그 밖에 KT와 LG유플러스는 적당한 수준의 데이터(4~5GB)요금제는 없다.
아울러 SK텔레콤은 데이터 요금제 출시와 더불어 가족가입연수를 합쳐 30년 이상이면 최대 50% 기본요금을 할인 해주던 ‘온가족할인’의 할인율을 30%로 줄였다.

SK텔레콤 관계자에 따르면 과거 50% 할인이라는 것에는 약정 할인 20%와 온가족할인 30%를 합해서 50%였는데 데이터 중심 요금제는 약정 할인이 이미 된 가격이므로 온가족할인 30% 혜택은 준 것이 아니라 그대로라는 설명이다.

이통사 관계자는 “데이터 요금제 경쟁이 치열해지고 투자비 회수가 이뤄진다면 데이터 요금도 지속적으로 인하될 것”이라며 “다소 체감 절감액이 부족하다고 느끼더라도 시간을 두고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이에 업계 관계자는 “우리 국민소득 수준이나 소비자 물가 등을 고려해볼 때 국내 이동통신 요금은 여전히 과도한 수준”이라며 “기본요금제 틀에 안주한 국내 통신사는 서로 눈치 보며 적당히 끼워맞추는 요금 체계를 유지하면서 소비자 부담을 외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보람 기자 | nexteconomy@nexteconomy.co.kr


저작권자 © NEXT ECONOM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