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가치…비즈니스 화두로 떠올라

디테일(detail)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 ‘이 정도면 충분해’라고 생각하고 넘어갔다가 미처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하면 그 사소한 일 하나로 기업이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소홀하게 생각했던 것이 기대 이상의 파급력을 가지면서 많은 기업들이 사소한 것일지라도 오직 ‘고객’ 관점에서 인정할 만한 디테일을 찾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갈수록 중요해지는 디테일
지난해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미생이 직장인들의 공감을 사며 유래 없는 흥행을 거뒀다. 미생은 케이블 드라마인데도 불구하고 지상파를 포함한 동시간대 시청률 1위, 최고 시청률 10.3%라는 진기록을 남겼다.

미생의 인기는 드라마 속 ‘깨알 디테일’이 한몫했다. 물론 직장인들의 애환을 실감나게 그린 스토리도 있지만 일상의 작은 부분도 놓치지 않은 ‘디테일’이 재미와 몰입감을 극대화시켰다.
시청자들은 장면마다 스쳐 지나가는 사소한 배경이나 소품들을 눈여겨보며 마치 숨은 그림 찾기를 하듯 드라마에 몰입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자신이 찾은 ‘깨알 디테일’을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 등에 실시간 공유, 소위 ‘미생 신드롬’을 만들어냈다.

기업 환경에서도 디테일은 중요한 비즈니스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하나의 제품이나 서비스 카테고리가 새롭게 등장할 때 기업은 주로 제품이나 서비스의 상징이 되는, 또는 심미적으로 돋보이게 디자인에 집중한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은 시간이 지나면 벤치마킹되거나 약점 보완을 통해 샹향 평준화가 되고 소비자들은 웬만한 기능이나 품질에 시큰둥하게 된다. 이에 기업들이 소비자 관점에서 사소한 것일지도 인정할만한 디테일을 찾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셈이다.

애플은 자사 기기로 사용자가 음악을 듣거나 영상을 볼 때, 이어폰을 연결할 경우와 외부 스피커를 연결할 경우 각각 이전에 설정했던 볼륨값을 기억하도록 해 매번 새로 볼륨을 설정해야하는 불편을 없앴다. 가끔 이어폰이나 스피커로 바꿔 들을 때 갑자기 확 커지는 소리 때문에 사용자가 깜짝 놀란 경우가 생기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다.
이렇게 사소한 디테일까지 챙기면서 애플은 지금까지 꾸준하게 팬을 확보하면서 혁신 이미지를 확립해가고 있다.

소비자가 주목한 디테일


온라인 쇼핑몰이 가진 최대 약점은 고객이 옷을 직접 입어 보지 못하고 구매해야 한다는 불편함이다. 의류의 경우 브랜드마다 사이즈나 색을 표기하는 방식이 모두 제각각이다. S, M, L(Small, Medium, Large)부터 90, 95, 100 등 사이즈 표기 방법만 해도 천차만별이다. 색은 더더욱 구분 짓기 힘들다. PC사양이나 모니터 사양에 따라 색은 달라 보일 수 있다. 

이에 아웃도어 온라인 쇼핑몰 오케이몰은 입점된 제품을 아웃도어 전문가들이 직접 입어보고 사이즈를 1㎝ 단위로 분화해 다양한 각도에서 측정, 모든 제품에 ‘실제 사이즈’를 별도로 표시했다. 색의 경우에도 일부러 보정을 전혀 하지 않은, 실물 그 자체에 가까운 사진을 찍고 비교를 위해 색상표도 옆에 두었다. 뿐만 아니라 계절의 영향을 많이 받는 아웃도어용품인 만큼 ‘사용권장월’도 표기하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소비자들에게 최대한 다양한 정보를 줘서 선택 오류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이러한 노력으로 2000년 오픈 이후 높은 성장세를 보이며 관련분야 온라인몰 가운데 독보적인 1위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런가 하면 이미 익숙해져서 불편으로조차 느끼지 않았던 것을 발견해 이를 해소,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은 업체도 있다.
미국 주방용품 브랜드 옥소(OXO)는 컵 앞면을 비스듬히 만들고 여기에 숫자를 써서 사용자가 고개를 숙이지 않고도 쉽게 계량할 수 있는 컵을 만들었다. 보통 계량컵은 숫자가 옆면에 적혀 있기 때문에 몸을 숙이고 불편한 자세로 확인하는 것이 익숙한 일이다.

하지만 사용자가 익숙하게 여기는 것조차 문제점으로 포착한 옥소는 누구나 사용하기 쉽고 편리한 주방제품을 개발해 미국 내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일본의 미쓰비스 연필은 본래 기능을 넘어 소소한 즐거움을 주는 디테일로 소비자들의 체감가치를 높였다.
미쓰비시 연필은 샤프로 글씨를 쓸 때 획이 점점 굵어지거나 가루가 날리는 ‘편마모’ 현상을 발견하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톱니바퀴, 일명 ‘쿠루토가 엔진’을 개발했다. 한 획에 9도씩 40획을 쓰면 샤프심이 한 바퀴 회전해 샤프심이 뾰족하게 유지된다. 샤프 하단에 톱니바퀴가 보이도록 겉표면을 투명하게 처리해 글씨를 쓰는 동안 톱니바퀴가 돌아가는 모습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소소한 재미를 더했다. 이 쿠루토가 샤프는 2008년 3월 출시 이후 시장 점유율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다양한 후속작들은 일본을 넘어 한국 학생 사이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유미연 LG경제연구원 선임 연구원은 “평범하기를 거부하고 상상을 뛰어넘는 것을 추구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평상시에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것, 너무 작아서 미처 보지 못했던 것들을 발견하는 노력도 필요하다”며 “집중해야 할 소비자는 누구인지, 그리고 그들이 체감할 수 있는 가치가 무엇인지 명확히 해 진정성을 갖고 디테일을 추구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미림 기자 | nexteconomy@nex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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