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프랜차이즈 거리제한, 재벌기업 프랜차이즈 출점제한은 영세상인들에게 이익이 되고 경제민주화에 기여할까.

과거에는 제과점에서 혹은 주방에서 오랫 동안 일하던 직원이 제과점을 차리고 식당을 차리는게 보통이었지만 요즘은 과거와는 달리 기술을 배우고 오랜기간 일하며 경영 노하우를 익혀서 창업을 하기 보다는 기술과 경영노하우 그리고 브랜드를 일체로 프랜차이즈하여 창업하는 일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전혀 식당 일을 혹은 커피숍 일을 해본적도 없는 사람들이 식당이나 커피숍을 차리고 제과점에서 빵을 사먹은 일 밖엔 없던 사람들이 제과점을 차릴 수 있다. 거리를 나가 간판들을 보면 정말 많은 수의 가게들이 프랜차이즈를 통해 운영되고 있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고, 프랜차이즈가 엄청난 창업의 기회와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과거와 같이 오랫동안 다른 사람 밑에서 도제와 같이 일하는 기간을 거치지 않고도 기술과 경영노하우를 빌려 창업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편리하고 좋은 일이다.
그렇지만 당연히 거기에는 대가가 따른다. 그런 기술과 경영 노하우가 공짜일 리 없기 때문이다. 가맹점과 가맹본부 간의 많은 문제들도 그런 환경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더구나 그러한 프랜차이즈 사업들이 동네에서 오랫동안 단골을 만들며 자기의 브랜드로 사업을 영위해 온 자영업자들을 위협하고 퇴출시키면서 새로운 사업기회를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기존의 사업을 망하게 하는 일들도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제과점 업종이 그런 사례로 손꼽히게 됐다. 얼마 전에는 재벌가의 딸들이 대거 빵집을 창업하면서 정부가 강제로 철수하도록 하는 일까지 벌어지게 되었고 기존의 유명 프랜차이즈들에게도 더 이상 가맹점을 늘리지 말라거나 거리제한을 두도록 하는 일까지 일어나게 되었다.

그렇다면 과연 재벌기업의 프랜차이즈 업계 진출 제한이나 유명 대형 프랜차이즈의 억제를 위한 거리 제한은 영세 업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일까? 우선 결론부터 말하자면 일부 영세 사업자들에게는 도움이 될지도 모르지만 다수의 예비 창업자나 브랜드를 바꿔 보려는 사업자들에게는 사업기회를 빼앗아 가거나 부담이 커지게 된다.

유명 브랜드 프랜차이즈로 인해 영세 사업자들이 어렵다는 이유로 더 이상 유명 브랜드 프랜차이즈가 나오지 않도록 재벌그룹의 프랜차이즈 진출을 막는다면 기존의 유명 브랜드 프랜차이즈는 장기간 독과점의 이익을 누리게 되고 이러한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 오히려 우리가 문제삼고 있는 소위 갑질이 더욱 심각해질 수도 있다. 그렇다고 유명 프랜차이즈의 성장을 억제하기 위한 거리 제한은 바람직한 것일까? 물론 동네에서 어느 정도 고객을 유지하며 사업을 영위하는 영세사업자나 상당한 정도의 상권을 확보하고 영업을 하고 있는 기존의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은 새로운 경쟁상대가 나타나기 어렵게 되었다는 점에서 한 시름 놓게 될 수도 있고 흔히 말하는 권리금이란 것도 오르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새롭게 창업하려는 사람들은 이제 상당한 권리금을 주고 기존의 프랜차이즈를 양수하거나 오랜 시간이 필요한 자기 창업의 길을 택할 수 밖에 없고 동네의 단골들만으로는 영업이 어려워 새로운 브랜드를 프랜차이즈 하려던 사업자들도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그리고 소비자들도 자기가 원하는 상품을 사려고 먼 거리를 가야하는 불편이 생기게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누구에게 이익이 되는지 분명하지도 않고 국민 경제 전체적으로 볼 때도 이익이 될지 손해가 될지 셈법이 명확하지 않다. 즉, 영세 사업자들에게도 누군가는 이익이 되지만 누군가에겐 부담이 되고 예비 창업자들에게는 부담을 늘려 창업을 어렵게 해서 결국 국민경제 전체로 보더라도 일부 영세 사업자들의 퇴출을 막는 장점이 있지만 새로운 사업과 일자리를 만드는 일을 막는 단점이 있다. 경제민주화라는 관점에서 조차도 올바른 규제인지가 불분명하다.

그래도 ‘재벌의 동네 빵집 진출은 너무하지’ 할지 모르지만 예비 창업자나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다양한 브랜드 선택의 기회를 박탈당하게 되는 것이고 외국 유명 브랜드들의 한국 시장 진출을 막을 수 없는 글로벌 경제의 룰에 비추어 본다면 규제의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더구나 어느 업종이 중소기업에 적합하고 어떤 업종이 대기업에 적합한지는 정부가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서 사업자들간의 경쟁과 소비자들의 선택으로 결정하는 것이다.
십여년 전만 해도 누구도 프랜차이즈 빵집이 이렇게 경쟁력을 갖고 시장을 지배하게 될 줄은 예측하지 못했다. 예측하기 어렵고 불확실한 일에 정부가 예단을 갖거나 일부의 성급한 요구에 따라 규제의 칼을 들이 대고 강제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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