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은 쉬워도 취소는 어려워…수수료는 챙겨도 책임은 나몰라라

#직장인 이태균 씨는 배달앱을 통해 음식을 시켜 먹은 후, 음식 후기를 올려 달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후기에 맛이 ‘보통’이었다고 글을 올린 이태균 씨는 다음 날 새벽 해당 배달앱 고객센터로부터 “왜 그런 후기를 올렸냐. 글을 삭제해 달라”고 요구를 받았다. 심지어 글을 삭제하지 않으면 해당 판매 업체에서 소비자를 영업 방해죄로 고소하겠다는 말까지 들어야 했다.

배달앱, 시장도 피해도 급성장
최근 맞벌이와 1인 가구의 증가로 배달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이 크게 각광받고 있다. 소비자가 가맹점과 직접 통화하지 않고 앱을 통해 음식점을 찾고 주문·결제까지 한 번에 진행할 수 있어 인기를 얻고 있다.
현재 국내 배달앱 시장은 1조원 규모로, 국내 배달 음식산업 규모가 12조원임을 고려할 때 앞으로도 성장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분석이다. 올해도 2배 가까이 성장해 2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러한 편리함과는 달리 소비자 보호는 뒷전인 것으로 나타나 문제가 되고 있다.

한국여성소비자연합(회장 김천주, 이하 한소연)이 배달의 민족·요기요·배달통·배달이오·배달114·메뉴박스·배달365 등 7개 배달앱 업체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취소와 환불, 미성년자 이용 제한 등과 관련해 소비자 보호가 미흡했다고 최근 밝혔다.

조사 내용에 따르면 조사 대상 7개 업체 모두 앱 화면에 이용약관을 게시하고 있지만 취소·환불 규정을 명시한 업체는 배달365, 배달의 민족, 요기요, 배달통 등 4곳 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문은 몇 번의 터치(스마트폰 누름)로 이뤄지는 반면, 취소나 환불을 하려면 배달앱 업체에서 가맹점으로 연락해 주문 취소 가능 여부를 타진하고 가맹점에서 수락해야만 취소가 이뤄지는 등 복잡한 일련의 과정을 거쳐야 했다.

이와 함께 미성년자가 아무 제한 없이 술을 주문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미성년자 이용 제한 조항’이 없는 배달앱 업체는 배달의 민족·배달이오·배달114·메뉴박스 등 4곳이나 됐다. 하지만 앱의 특성상 미성년자의 가입과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미성년자가 주류 등 청소년보호법에서 금지하는 유해 음식을 주문하는 것을 제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한소연의 분석이다.

이에 대해 한소연 관계자는 “배달앱의 특성상 대면 구매가 아니기 때문에 청소년 유해식품을 미성년자가 구입하는 것을 제안하는 장치가 필요하다”며 “이와 관련한 방안과 규제를 만들어 판매자뿐 아니라 판매 중개자에게도 책임을 부과해야한다”고 피력했다.

이와 더불어 조사대상 7개 업체 모두 ‘회원간 또는 회원과 제3자 상호간 본 서비스를 매개로한 거래에 대해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는다’라는 내용의 면책조항을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회원의 게시물에 대한 신뢰도 및 정확성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라는 내용도 명시하고 있었다.

배달앱 서비스는 소비자와 배달 음식을 제공하는 사업자간의 중개를 주요 서비스로 제공하는 사업자로, 그 대가로 수수료를 받고 있음을 감안할 때 이러한 면책조항은 문제가 있다는 평가다. 또한 조사 업체 중 원산지 표시를 제대로 하고 있는 업체가 단 한 곳도 없었다. ‘농산물 원산지표시법’은 통신판매업체도 사이트에 원산지를 표시하도록 하고 있지만, 배달앱 서비스는 통신판매중개업체로 분류돼 표시 의무가 없다는 것. 그러나 먹거리 안전 확보를 위해 향후 관련 법령 개정을 통해 배달앱에서도 원산지 표시를 의무화해야한다고 한소연측은 목소리를 높였다.

높은 수수료=광고비?
한편 음식점에서 배달앱 업체에 지불해야 하는 수수료도 지나치게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배달앱을 통해 주문을 받은 음식점들은 배달앱 업체에 일종의 중개료에 해당하는 수수료를 내고 있다. 국내 배달앱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배달의 민족, 요기요, 배달통 상위 3개 업체의 가맹점 수수료는 주문 1건당 2.5~12.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배달의 민족과 배달통은 가맹점 중간 수수료 이외에 월 3~5만원의 광고비도 받고 있었다. 

가맹점 수수료 적정성 여부 조사를 위해 이들 업체의 재무현황을 조사한 결과 매출액의 61%가 광고비로 쓰이고 있었다고 한소연측은 전했다. 

배달앱 업체의 공격적인 광고 마케팅 비용은 가맹점 수수료 형태로 가맹점에 전가되고 궁극적으로는 배달앱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에게 영향을 미쳐 소비자 피해를 야기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한소연 관계자는 배달앱 업체의 지나친 광고비 지출에 대해 “시장 선점을 위한 광고 선전비 비중이 높아 실제 가맹점을 대상으로 한 수수료 인하 여지를 어렵게 하고 있다”며 “앱서비스 선택 기준에 모델 호감도가 3순위를 차지할 정도로 광고 모델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업체에서는 경쟁적으로 광고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 시장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한소연측은 이번 조사를 시작으로 배달앱 업체와 가맹점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소비자들은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 정확한 정보 제공이 이뤄질 수 있도록 모니터링을 지속할 계획이다.

한소연 관계자는 “배달앱 서비스는 음식 배달문화와 정보통신 기술이 결합된 서비스로 광고 마케팅 능력이 부족한 영세 가맹점 입장에선 편리하고 효과적인 시스템”이라며 “그러나 배달앱 업체가 영업 이익만 추구하면 오히려 영세 업체의 마진을 악화시켜 배달 음식 가격이 인상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배달앱 시장에서 가맹점과 배달앱 서비스, 소비자 모두가 상생해 발전할 수 있는 합리적인 거래·소비문화가 확산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미림 기자 | nexteconomy@nex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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