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의 위험성 높아…야외활동 늘려 햇빛 보는 것이 도움

감정의 병인 우울증도 계절을 탄다. 우울증은 겨울철을 전후로 해서 많이 나타나는데, 대략 추석이 지나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 뒤로부터 겨울을 지나 따뜻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이른 봄까지다.

그런데 특히 자살의 위험성은 우울증의 증상이 절정을 넘어선 시기, 즉 겨울에서 봄철사이에 집중된다. 지난 몇 년간 국내 유명인들이 우울증으로 고통 받다가 스스로 죽음을 택한 것 대부분 이 계절 즈음이다. 우울증의 가장 큰 폐해인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우울증 발병을 막는 일이 중요하다. 따라서 우울증주의보가 필요한 것이다. 요즘 들어 경제적인 어려움이나 신병 비관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의 보도를 더 자주 접하게 되는 것도 계절성 우울증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우울증, 왜 이 시기에 많이 나타나나?
우울증은 평생에 한번 이상 앓을 가능성이 15%에 이를 정도로 흔한 질병이다. 외국 보고에 의하면 아파서 병원을 찾는 모든 환자의 10% 정도는 우울증을 갖고 있다고 한다. 우울증은 뇌신경계의 생물학적인 이상 때문에 발병하는 질병으로서 최근 20년 동안 뇌신경학 분야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인해 이제는 치료 가능한 질병으로 생각되고 있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약물치료로 증상이 빠르게 호전되며 완치율도 높다. 하지만 가볍게 여기다가는 재발이 잦아져 병이 만성화될 수도 있고 자살을 비롯한 심각한 정신적, 사회적 합병증을 동반할 수 있으므로 주의를 요한다.

우울증 중, 계절성이 뚜렷한 우울증은 전체 우울증의 약 3분의 1정도로 추산된다. 그 중 가을과 봄에 심해지는 형태가 대부분이어서 가을-겨울 우울증과 봄-여름 우울증이 전체 우울증의 약 20~25%가 된다. 하지만 이러한 계절성 우울증의 원인은 아직까지 확실하게 밝혀지진 않고 있다.

다만 다음과 같은 이유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우울증 환자들은 뇌 안에 있는 소위 ‘생물학적 시계’에 이상이 생긴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이 때문에 수면과 일주기, 호르몬 변화 등에 다양한 이상이 생기는데, 이것이 일조량이 줄어드는 겨울철을 앞뒤로 해서 더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짐작하는 것이다.

계절성이 뚜렷한 우울증의 경우 어느 정도는 미리 예측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미리 우울증과 자살 위험성에 대한 상태 평가 및 치료 방침의 점검 등으로 대비하는 것이 좋다. 다 나은 것으로 생각해서 치료를 중단했던 경우라도 이 시기에 앞서 다시 병원을 방문해 우울증의 재발 가능성을 점검하는 것을 권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병원을 방문할 정도가 아니지만, 가을이나 봄을 타는 사람이라면 규칙적으로 생활하고 야외 활동을 늘려 햇빛을 많이 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우울증에 빠지면 나타나는 증상

우울증에 빠지면 우선 정서적인 증상이 나타난다. 절망감, 외로움, 무가치감, 걱정, 죄책감 등을 드러내며 흔히 슬픔을 심하게 느끼게 된다. 만족감이나 즐거움을 느낄 수 없으며, 감정의 반응이 무뎌지거나 아예 없어지는 무감동증을 보이기도 한다. 울적하고 의기소침한 상태가 지속되는데, 일반적으로 아침에 심하고 시간이 가면서 저녁때는 좀 나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두 번째로 인지 증상을 들 수 있다. 우울한 사람들은 극히 약한 자존감(self-esteem)을 보인다. 즉 자신이 무능력하고 열등하며 언제나 적절하게 행동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생각은 실제의 모습과는 달리 왜곡된 경우가 많다. 따라서 우울증 환자들은 일이 잘못되거나 실패할 경우 이를 모두 자기 책임으로 돌리고 죄책감에 사로잡히기 쉽다. 한편 성공적인 사회생활을 하는 도중에도 자신이 미래에는 결국 실패하게 되리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이 자신에게만 특히 가혹하고 비판적인 태도로 대한다는 잘못된 믿음을 갖고 있는 경우도 많다.

세 번째로 행동 증상이다. 우울증 환자는 결정을 내리기 어려워하며 무슨 활동이든지 시작하기가 무척 어렵다. 아침에 일어나기 힘든 것도 이러한 상태를 나타내는 것이다. 이들은 쉽게 지치고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싫어하게 돼 사회적인 활동에도 참여하지 못한다. 매사에 흥미를 잃고 칭찬을 해줘도 별다른 좋은 감정을 느낄 수 없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신체 증상이 있다. 흔히 식욕을 잃어 체중이 줄어드는 경우가 많지만 경우에 따라 우울증이 심하지 않을 때에는 활동량은 줄고 많이 먹어서 살이 찌기도 한다. 성욕도 없어지며 만성적인 피로감을 호소하기도 한다. 또한 별다른 이유 없이 온몸이 여기저기 아프거나 소화가 안 되는 증상이 있을 수 있으며, 만성적인 두통을 호소하기도 한다.

특히 불면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은데, 잠드는데 어려움을 겪는가 하면 일찍 잠을 깨면 다시 잠들기 힘들어 한다. 감기 같은 전염성 질환에 약하고 한번 감기가 걸리면 오래 지속되는 경향도 있다.

우울증 치료는 어떻게?
우울증은 기분을 조절하는 뇌의 특정 부위에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 상태가 유발되는 것이므로 이를 교정하기 위한 약물치료를 필요로 한다. 대부분의 우울증은 약물치료로 깨끗하게 치료되는데, 최근에 개발돼 시판되고 있는 항우울제들은 약물에 대한 부작용이 거의 없는 편이다. 또한 습관성이나 중독성이 없으므로 안전하게 복용할 수 있다. 흔히 정신과약물을 먹으면 중독이 된다거나 사람이 바보가 된다는 등의 얘기는 아무런 근거도 없는 미신에 불과하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 대개 약물치료를 받으면 1~2개월 내에 증상이 호전되기 시작하지만 재발방지를 위해선 약물을 9개월 내지 1년 정도 장기간 복용하는 것이 좋다.

우울증이 자기 마음속의 심리적 갈등에서 비롯될 수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정신치료도 매우 가치 있는 치료법이다. 정신치료를 통해 우울증을 유발한 핵심적인 심리적 갈등요인을 찾아 이를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지지적 정신치료, 역동적 정신치료, 집단 정신치료 등이 있으며 그 외에 인지행동요법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윤세창 성대의대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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