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으로 만든 기술 사장 되는 것 아까워

한국원자력연구원하면 핵융합이나 원자력발전소가 떠오르지 일상에서 소비하는 식품이나 생필품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주요 연구개발 분야 가운데 하나인 방사선융합개발은 방사선기술(RT)과 식품공학기술의 융합으로 고부가가치 식품과 바이오소재 등 우리의 일상에 직접적으로 도움을 주는 다양한 기술들을 개발하고 있다.

성공한 1호 연구소기업 콜마BNH
변명우 우송대학교 호텔외식조리대학 학장은 바로 방사선융합개발 분야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다. 더불어 변명우 박사는 국내 최초로 연구소기업을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연구소기업이란 정부출연연구기관, 전문생산기술연구소, 대학 등 공공연구기관이 보유·개발한 기술을 직접 사업화하기 위해 설립 자본금 중 20% 이상을 출자해 연구개발특구 안에 설립하는 기업을 말하는 것으로 공공연구기관이 기존의 연구개발뿐만 아니라 기술의 사업화까지 연계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변명우 박사가 연구소기업을 만들게 된 동기는 국민의 세금으로 개발된 기술들이 아까워서였다. 공공연구기관에서 개발된 수많은 기술들은 필요로 하는 기업 등에 이전되기는 하지만 그 대부분은 제 때 상용화하지 못하는 등의 이유로 사장되거나 상용화가 됐다 해도 업그레이드나 후속 기술의 지속적인 개발이 쉽지 않아 사실상 폐기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변명우 박사는 “연구소에서 개발한 기술을 가져가도 특허 출원 에서 등록까지 2년 걸리니까 기업에서 이용하려면 구기술이 되는 경우나 업그레이드가 안돼 산업적 이용이 잘 안되는 경우 등 기술 자체가 대부분이 사장 되고 실제 이용률은 1~2% 정도”라며 “기업이 만들어지면 기술은 계속 업그레이드 돼 활용도도 높지 않을까? 돈 들여 개발한 기술들이 없어지는 것이 안타까워 연구소기업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변명우 박사가 국내 최초로 만든 연구소기업 콜마BNH는 최근 코스닥에 상장하며 시가총액 1조원을 넘기는 큰 성공을 거두었다. 콜마BNH가 성공하자 연구소기업은 활성화되기 시작해 지금은 50여개의 연구소 기업이 생겼다.

좋은 성분 최대한 안전하게 정제하는 것이 관건
변명우 박사가 1호 연구소 기업을 만들 때 가져간 기술은 화장품에 들어가는 성분을 만드는 기술과 건강기능식품의 성분을 만드는 기술이었다.

변명우 박사가 이 두가지 기술을 개발한 데에는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 우연히 들르게 된 외국의 한 화장품전시회에서 천연성분을 사용하는 화장품의 득세를 보고 천연물을 추출하는 것도 좋은 연구가 되겠구나 생각하고 귀국하자마자 바로 연구에 몰두했다. 변명우 박사는 “6개월여 동안 별의별 방법을 사용했지만 고작해야 50%~60% 밖에 안됐다”며 “그러나 문득 방사선을 쪼여보면 어떨까 하고 해 봤더니 거의 90%까지 나왔다”고 말했다. 변명우 박사가 개발한 이 기술은 콜마BNH에서 화장품으로 만들어졌다.

콜마BNH의 성공에 대해 변명우 박사는 ‘운이 따라 준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지론은 개발은 개발 전문가가, 생산은 생산 전문가가, 판매는 판매 전문가가 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콜마BNH는 개발과 생산, 판매의 전문가가 잘 만나 최고의 시너지를 발휘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변명우 박사만의 융합기술이 연구소기업을 만들 때에도 유감없이 발휘돼 개발과 생산, 판매가 최적의 상태로 융합된 셈이다. 변명우 박사는 “50여개 연구소 기업 총매출액의 70% 정도를 콜마BNH가 하고 있다”며 “연구, 생산, 판매의 3자가 진짜로 좋은 만남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변명우 박사는 앞으로도 서민들이 좋은 제품을 먹을 수 있도록 관련 기술을 계속 개발할 계획이다. 그는 “서민들도 먹고 건강이 좋아질 수 있는 제품들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싶다”며 “좋은 성분을 최대한 많이 안전하게 정제하는 기술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영민 기자 | nexteconomy@nex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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