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사건으로 불안감 고조…부모가 함께 보육하는 ‘공동육아’ 주목

최근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부모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24시간 내 아이와 함께 보내고 싶지만 여건상 그러긴 힘들다. 맞벌이 가정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정부에서는 이번 사건을 당면해 부랴부랴 어린이집 관련 대책을 내놨지만 부모들의 걱정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이러한 가운데 협동조합 형태의 ‘공동육아 어린이집’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부모와 교사가 함께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CCTV가 없어도 믿고 맡길 수 있다는 평이다.

정부는 말잔치만, 부모는 한숨만
최근 인천의 한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가 네 살배기 원아를 폭행하는 장면이 공개되면서 어린이집 아동학대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실제로 보육교사의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2010년 100건에서 2013년 298건으로 증가했다.

신체적·정신적 학대를 당한 아이들은 평생 몸과 마음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갖게 된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 발표한 ‘아동학대 유형별 징후’에 따르면 아동학대를 당한 아이들은 크게 ‘신체적 징후’와 ‘행동적 징후’를 보이는데, 어른과의 접촉을 피하고 다른 아동이 울 때 공포심을 보이거나 공격적, 혹은 위축된 극단적인 행동을 표출하기도 한다. 특히 정서적 학대를 당한 아이들은 그 스트레스로 인해 신체발달이 늦어지거나 놀이와 수면 등에 장애가 생기는 ‘신경성 기질 장애’ 증상이 보이기도 하며 히스테리와 강박, 공포 등을 표출한다.

중앙 아동보호기관 관계자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정서적 학대를 당한 아이들은 나중에 정신적 문제를 호소하거나 나쁜 길로 빠지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이처럼 무심코 한 학대가 물리적 폭력만큼이나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더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정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서둘러 어린이집 대책을 내놨다. 대책에 따르면 어린이집에서 단 한 차례라도 아동학대가 발생하면 즉시 폐쇄조치하고, 학대 교사와 해당 어린이집 원장은 영구히 어린이집을 설치·운영하거나 근무할 수 없도록 처벌이 대폭 강화된다.

또 어린이집 아동학대 예방을 위해 모든 어린이집에 CCTV 설치를 의무화 하고 부모가 요구할 경우 관련 동영상을 열람·제공하도록 제도화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하지만 관련 법안은 한달 째 ‘논의 중’인 상태다. CCTV 설치로 아동학대가 근절될지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여전한데다, 인권침해 논란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800억원에 달하는 설치비용도 숙제로 남아있다. 결국 당장이라도 이뤄질 듯 하던 어린이집 대책이 말잔치만 무성해 결국 부모들은 한숨만 나온다.
우리 아이로 함께 키운다.

이러한 상황에 최근 부모와 교사가 함께 보육하는 ‘공동육아 어린이집’이 주목을 받고 있다.  공동육아 어린이집은 ‘우리 아이로 함께 키운다’는 목표에서 출발한다. 다른 아이들과 내 아이가 함께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다른 아이가 잘 커야 내 아이도 함께 잘 클 수 있다는 원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여기서 눈여겨볼 것이 ‘통합교육’이다. 연령·성별·장애 통합을 통해 아이들은 물론, 부모와 교사 모두 이해하고 받아주고 기다려줄 수 있는 열린 마음을 배우고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자연스럽게 체득한다.

무엇보다 가장 큰 장점은 ‘믿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경기도 부천시에 위치한 산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고 있는 고명호 씨는 “민감한 사안이 먹을거리인데, 계절마다 제철음식으로 식단을 짜고 식자재도 생협에서 사온 친환경 재료만을 이용해 조리한다”면서 “폐쇄적인 다른 어린이집과는 달리 모든 사안에 대해 오픈하고 충분한 논의를 거치기 때문에 믿을 수 있다”고 전했다.

또 하나 공동육아 어린이집에서 중요한 것이 ‘나들이’다. 나들이는 공동육아 어린이집의 중요한 학습이자 놀이가 되고 있다. 여타 어린이집에서 영어, 한글, 수학 등을 배울 때 이곳 아이들은 산과 들로 나들이를 나가 나무와 꽃을 보며 자연스럽게 자연을 체험한다. 산길을 오를 때면 형 누나들은 어린 동생들의 손을 잡고 이끌어주면서 협동심과 배려심도 배울 수 있다.

또한 공동육아 어린이집에는 ‘마실’ 문화가 있다. 부득이하게 부모가 하원시간에 맞춰 어린이집에 오지 못할 경우가 생기면 이웃이 저녁시간에 그 아이를 대신 돌봐주는 것으로, 친구네 집에 놀러가는 것과 비슷한 개념으로 볼 수 있다.

정계화 씨는 “마실을 통해 아이들은 같이 놀며 더욱 돈독해지고, 서로 교류할 기회가 없었던 부모들도 마실을 기회 삼아 같이 이야기를 나누며 친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 공동육아가 쉬운 것만은 아니다. 공동육아 어린이집은 부모들이 조합을 설립하고 어린이집의 운영 원칙과 교사 채용, 교육내용 등 모든 운영을 책임진다. 그러다 보니 운영에 필요한 공간 마련 비용 등도 부모의 몫이다. 그러다보니 국공립 어린이집에 비해 부모들의 경제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출자금 제도다. 공동육아 어린이집에 처음 조합원으로 등록하면 출자금을 내야한다. 이는 어린이집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평균 600만원~800만원 선이다. 이 출자금은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생활하는 동안 자금으로 활용되고 아이가 졸업할 때 돌려받을 수 있다. 매월 보육료는 연령별로 차이가 있지만, 평균 30만원 정도다.

게다가 아마(원생 부모를 일컫는 말로 아빠·엄마의 줄인 말)들이 하루는 일일교사가 돼 보육교사 대신 아이들과 생활한다. 이는 조합원들이라면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역할이다. 

또 소위원회(운영소위원회·재정소위원회·시설소위원회·교육소위원회·홍보소위원회)중 하나에 의무적으로 속해 활동을 해야 하고 어린이집 시설 청소 또한 부모의 몫이다.

‘아이 하나를 키우는데 한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아이를 키우는데 있어 부모의 노력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보살핌과 관심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러한 취지 하에 부모들이 모인 곳이 곧 ‘공동육아’가 아닐까.      

김미림 기자 | nexteconomy@nex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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