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내세워 가입 유도 한 뒤 ‘깨알 약관’으로 결제… 정부, 대책 마련 ‘사후약방문’ 격

# 박은선(33세)씨는 놓친 드라마를 찾다가 모 다운로드사이트에서 ‘한 달간 무료체험’이라는 팝업을 보고 별다른 의심 없이 회원 가입을 했다. 그러나 가입 당시 한 달 후부터 자동결제가 된다는 안내를 미처 확인하지 못했고, 가입 다음달부터 1만9800원씩 소액결제가 된 것을 3개월 뒤에서야 알게 됐다. 이에 업체 측에 환불을 요청했으나 업체는 약관에 동의했다고 반박하며 환불은 안 된다고 못 박았다.
박은선 씨는 “‘가입 후 한 달이 지나면 사이트 이용이 유료로 전환된다’는 내용을 눈에 띄지 않는 작은 글씨로 표기해 발견하지 못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처럼 ‘무료’를 앞세워 회원가입을 유도한 뒤 몰래 사용료를 청구하는 등의 소액결제 피해가 기승을 부리고 있어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특히 소비자들이 약관을 잘 읽지 않는다는 점을 노려 소액결제를 ‘합법적’으로 자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돼 대책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한국소비자연맹(회장 강정화)은 행정자치부의 지원으로 2014년 12월 전국 10~50대 소비자 526명을 대상으로 소액결제 및 관련 소비자보호규정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최근 발표했다.

약관은 ‘깨알 글씨’, 결제취소는 어디로?
소액결제는 인터넷 또는 휴대폰에서 상품이나 유료서비스 구입 시 핸드폰 통합결제나 신용카드를 이용해 결제하는 형태로 최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및 아이템 구매시 In-App결제와 모바일상품권(카카오선물, 기프티콘, 기프티쇼 등) 구입 등에 주로 이용되고 있다. 한국소비자연맹에 따르면 소비자 10명중 6명이 한 달에 최소 1회 이상 이용할 정도로 소액결제는 보편화 돼있다.

하지만 이에 따른 소비자 피해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이용자 동의 없는 월 자동결제, 무료 이벤트를 가장한 유료결제 피해 등 소액결제 관련 이용자 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

한국소비자연맹의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액결제 피해경험이 있는 소비자는 8.9%로, 주 피해사례는 해당 사이트를 방문하거나 이용한 바 없으나 결제되는 경우(27.7%)와 무료이용인 줄 알았으나 본인동의 없이 결제(25.5%)되는 경우였다. 또한 평균 피해금액은 5만6295원으로 2013년 5만6175원보다 조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피해가 발생한 사이트는 ‘회원가입 후 별도의 해지 절차 없으면 자동으로 매달 유료 서비스 결제가 이뤄진다’는 내용이 약관 하단에 있지만 작은 글씨로 써져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그렇지만 사실상 보상은 받기 힘들다는 평이다. 일부러 작게 표시한다 해도 약관상에 명시돼 있어 법적으로는 무방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몇몇 사이트는 회원 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한다는 내용의 약관도 있다. 보험회사, 이동통신사, 카드사 등에 제공한다는 내용이다. 결국 시도 때도 없이 걸려오는 마케팅 전화의 ‘진원지’인 셈이다.

또한 소액결제시 결제내용이 충분하지 않는 점도 문제가 되고 있다. 소비자 10명 중 7명은 소액결제를 할 때 결제내역을 문자로 확인하지만 결제내용이 충분하다는 응답은 고작 33.1%에 불과했다. 특히 결제취소 방법에 대한 안내가 없어 불편하다는 응답이 27.8%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또한 해당 결제내역 문자 발신자가 결제대행사(PG사)라는 것을 알고 있는 소비자도 46%에 불과해 PG사에 대한 이해도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스마트폰에서 In-App결제를 차단하는 방법을 모르는 경우도 소비자 4명 중 3명꼴로 조사됐다.
특히 최근 이용이 늘어나고 있는 모바일상품권의 경우 결제취소나 환불에 대한 규정 확인을 위해서는 별도 링크를 클릭해야지만 가능해 소비자가 해당 정보를 쉽게 알기 어려워 개선이 필요하다고 한국소비자연맹측은 지적했다.

한국소비자연맹에 따르면 모바일상품권에 표시된 최초 사용기간 2개월이 경과했다는 이유로 소비자 2명 중 1명이 사용하지 못했고, 모바일상품권 환불·취소 등 정보가 충분하다는(매우충분, 충분) 응답은 9.3%에 불과했다.

한국소비자연맹 관계자는 “모바일상품권은 표시된 최초 사용기간이 지나더라도 최대 2회 기간연장이 가능(최대 제품형 6개월, 금액형 9개월)하다”며 “또한 발행일로부터 5년 내에는 표시금액의 90% 환불이 가능하다는 점을 소비자에게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휴대폰 소액결제 ‘표준결제창’ 의무화


상황이 이쯤 되자 정부에서도 대책 강구에 나섰다. 미래창조과학부(장관 최양희, 이하 미래부)는 휴대폰 소액결제 때 결제금액과 이용기간 등을 담은 표준결제창을 이용자에게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통신과금서비스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개선안에 따르면 우선, 휴대폰 소액결제 서비스를 제공할 시 ‘결제금액’ 및 ‘이용기간’ 등을 명확하게 기재한 표준결제창이 이용자에게 제공된다.

콘텐츠 제공자가 과금 여부를 알리지 않거나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작은 글씨로 표시하는 등 표준결제창 사용을 위반하면 통신과금서비스를 통한 결제가 정지된다.

미래부 관계자는 “신용카드 등 타 결제수단과 달리 콘텐츠제공자가 결제창을 조작할 수 있어 결제창을 ‘회원가입창’이나 ‘무료 이벤트창’인 것처럼 만들어 놓고 결제정보를 받은 후 이용자 모르게 결제를 시도하는 휴대폰 소액결제 사기 피해가 지속됨에 따라 내려진 조치”라고 설명했다.

또 소액결제 서비스 제공이나 이용 한도 증액 때 이용자의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용자 동의 없이 이용한도액을 증액하거나, 법률상 금지된 음란물 유통에 결제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고액의 수수료를 취득할 경우 과징금 제도 도입을 통해 불법 수익은 전액 환수 조치할 방침이다.

정한근 미래부 인터넷정책관은 “이번 제도 개선을 통해 통신과금서비스 이용자 보호 수준을 한층 높였다”며 “앞으로 통신과금서비스가 건전하게 성장할 수 있는 제도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김미림 기자 | nexteconomy@nex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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