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디플레이션이 아닌 디스인플레이션 주장

최근 들어 디플레이션(Deflation)이라는 말이 자주 들리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999년 이후 처음으로 2개월 연속 0%대에 그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른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주요 7개국(G7)의 평균치인 1.6%보다 0.3%포인트 낮은 1.3%를 기록하면서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디플레이션은 인플레이션의 반대 의미로 물가는 물론 경제 전반에 걸쳐 활력이 떨어지는 무기력 증세를 말한다. 디플레이션 상태에서는 대체로 통화량이 줄어들어 물가가 하락하고 경기가 침체돼 자산 가치가 하락하고 소비와 생산도 위축되면서 돈이 돌지 않는다. 디플레이션이 일어나면 봉급생활자는 금전 채권자, 수출업자는 유리해지고 제조업체나 수입업자, 금전 채무자 등은 불리해 진다.

디플레이션에 빠지게 되면 자산의 가치는 떨어지고 현금의 가치는 올라간다. 현금의 가치가 올라가면 소비자들은 추가적인 가격 하락을 기대하며 소비를 최대한 유예한다. 기업 역시 가격 하락이 멈출 때까지 투자를 유보한다. 소비와 투자의 감소는 추가적인 가격 하락을 초래하고 가격하락은 생산을 위축시키고 생산 위축은 고용 감소와 임금하락을 부른다.

실업과 소득감소는 수요를 감소시켜 가격이 더떨어지게 만든다. 디플레이션이 스스로 다시 디플레이션을 만드는 악순환이 지속되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현대의 정부는 실업을 방지하고 디플레이션의 악화를 저지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경기대책을 실시하는 것이 보통이다. 여기에는 공공사업을 위한 정부의 적자지출, 이전지출, 금융완화정책 등이 포함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향후 1년간 물가상승률 기대치인 기대인플레이션은 작년 4월 2.9%에서 10월과 11월에는 2.7%로 떨어졌으며 지난해 12월과 올 1월에는 사상 최저 기록인 2.6%까지 내려갔다. 기대인플레이션이란 기업 및 가계 등 경제 주체들이 예상하는 미래의 물가상승률을 말하는 것으로 기대인플레이션이 높다는 것은 향후 물가가 계속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올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지난해와 비슷한 1.3%이거나 더 낮아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면서 디플레이션 우려가 확산되는 것을 염려하고 있다. 유럽이 직면하고 있는 것과 같은 디플레이션 상황은 아니지만 저물가가 계속 된다면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이다.

LG경제연구원은 ‘글로벌 디플레이션 리스크 커지고 있다’라는 보고서에서 “세계적으로 디스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그 원인으로 원자재가격의 약세와 성장세 저하, 낮아진 통화정책의 유효성 및 경제주체들의 인플레이션 기대 하락을 꼽았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제조업 비중이 높고, 우리경제의 개방도가 높기 때문에 결코 세계적 저물가 상황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지적했다.

시장의 디플레이션 우려에 한국은행은 ‘인플레이션 보고서’를 통해 “주요국의 디플레이션 사례를 통해 볼 때 예측 가능한 시계에서 우리나라에서 디플레이션 발생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반박했다. 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분기별 회복속도를 보면 바닥을 지나서 완만하게 올라가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경기 저점을 2013년으로 본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최근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디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으나 이는 공급 요인보다 수요 부족에 주로 기인하는 것”이라며 “이번 유가 하락은 주로 공급 요인에 의한 것이기에 수요 측면에 따른 디플레이션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말했다. 또 지난 2월 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는 “우리 경제상황은 디플레이션이 아닌 디스인플레이션 상황”이라며 “일부 전문가들이 우리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들어갔다고 걱정하지만 디플레이션은 물가가 마이너스로 가는 상황인데 물가는 3년째 1%대를 유지하고 근원물가는 2%대”라고 말했다.

우리 경제가 처한 상황이 디플레이션이든 디스인플레이션이든 중요한 것은 잠재성장률이 계속 떨어지고 있고 저물가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시장에서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도 낮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브라이언 애잇큰(Brian Aitken) 국제통화기금(IMF) 미션단장은 지난 2월 13일 열린 ‘2015 IMF 연례협의’ 결과 브리핑에서 “다은사이드 시나리오가 전개될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만약 발생한다면 그에 수반되는 비용은 좀 클 수 있다”며 “다운사이드 시나리오를 이야기할 때는 비단 디플레이션 뿐만 아니라 오랜 기간 인플레이션이 낮은 수준을 유지하는 것도 포함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공급 측 요인에 의한 저물가라도 장기화 되면 기대인플레이션이 하락하고 디플레이션 심리가 고착화될 수 있기 때문에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 등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영민 기자 | nexteconomy@nex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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