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 채널 유기적으로 결합한 옴니채널…중소기업에겐 ‘그림의 떡’

새해부터 유통업계에서는 ‘옴니(Omni)채널’이 화두이다. 옴니채널이란 여러 개의(Multi) 채널을 전체(Omni) 채널 관점으로 바라보고, 각 채널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소비자에게 일관성 있는 경험을 끊김 없이(Seamless)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사이트, 카탈로그 등 단순히 여러 개의 채널을 운영하는 것을 넘어 각 채널을 통합적으로 관리함으로써 일관된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오프라인 최대의 유통 공룡인 월마트는 해당 지역에서 발생한 온라인 매출을 오프라인 매장의 실적과 동일하게 인정하는 등 채널 융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월마트는 2011년 온·오프라인 시너지 전략을 총괄하는 기술 연구 허브인 ‘월마트랩(@WalmartLabs)’을 만들었다. 월마트랩에서는 매장·온라인·모바일을 결합해 소비자들이 언제, 어디서나 그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쇼핑할 수 있는 차세대 쇼핑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월마트랩이 개발한 시맨틱(Semantic) 검색 엔진인 폴라리스(Polaris)는 고객이 입력한 단어와 연관된 제품을 찾아주는 것뿐만 아니라 사용자의 SNS계정을 통해 사용자의 관심과 흥미를 끌만한 결과를 제공하면서 구매를 유도한다.

월마트에 따르면, 지난 몇 개월 동안 새로운 검색 엔진을 탑재한 웹사이트 월마트닷컴(Walmart.com)에서 폴라리스로 제품을 검색한 후 구매한 사용자가 약 10~1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메이시스(Macy’s) 백화점 역시 옴니채널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업체 중 하나다.

메이시스 백화점은 매장에 재고가 없는 품목을 그 자리에서 자사 온라인몰에서 주문할 수 있게 ‘Search and Send’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온라인 주문의 보다 빠른 배송을 위해 오프라인 매장을 온라인몰의 물류 센터로 활용하고 있다.

또한 옴니채널 마인드를 갖도록 직원 트레이닝을 실시하고 있고 지난해부터는 실적 발표 시 더 이상 온라인 채널 성과를 따로 구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시대에 더 이상 채널의 구분은 무의미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내서도 본격 시동…아직은 초기단계
국내에도 옴니채널 바람이 거세다. 롯데와 신세계 등 주요 유통 기업들이 옴니채널 구축을 위해 자금과 인력을 대거 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직 초기단계지만 점차 백화점·아울렛 등 오프라인 매장과 더불어 인터넷몰이나 모바일을 함께 이용하는 ‘옴니채널 쇼퍼’가 증가할 것으로 업체들은 내다보고 있다.
옴니채널 강화에 가장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곳은 롯데그룹이다. 롯데그룹은 백화점·대형마트·편의점·홈쇼핑·인터넷몰 등 롯데가 보유하고 있는 전 계열사 차원에서 옴니채널 서비스 강화에 나서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올해 최대 역점 분야로 ‘옴니채널’을 강조했을 정도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11월부터 본점에서 ‘스마트 비콘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스마트 비콘서비스’는 행사정보 제공, 할인쿠폰 증정 등 스마트폰을 통해 고객의 위치에 따른 다양한 쇼핑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본점 내 1000여개의 매장을 위치기반 서비스를 통해 검색하고 길 안내를 받을 수 있으며 롯데백화점에서 제공하는 ‘스마트 쿠폰북’ 앱을 통해 제공받을 수 있다.

롯데백화점은 스마트 비콘서비스를 백화점 전점으로 확대 시행해 연 5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10월 자체 인터넷쇼핑몰인 ‘롯데마트몰’을 재단장, 점포에서 고지하는 상품 설명과 식품 조리법 등을 휴대전화로도 확인할 수 있게 했다. 또 자체 인터넷쇼핑몰에서 구입한 상품을 야간에 특정 점포에서 찾아갈 수 있도록 한 ‘야간매장 픽업서비스’도 기존 7곳에서 76곳으로 실시 대상 점포를 확대했다.

신세계그룹도 지난 1월부터 옴니채널 구축에 본격 나섰다. 종전 서로 분리돼 있던 신세계백화점 인터넷쇼핑몰과 이마트몰, 이마트트레이더스몰 등 개별 쇼핑몰을 모두 합한 ‘SSG닷컴’을 출범, 150만여개의 상품을 소비자가 한곳에서 편리하게 둘러보고 구매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현대백화점도 과거 구매 이력에 따른 개인별 맞춤형 상품안내 메일 등을 받을 수 있는 앱을 출시했으며, O2O(online to offline) 커머스 플랫폼인 ‘얍(YAP)’과 SK플래닛의 ‘시럽’ 등과 제휴를 맺고 백화점과 아울렛 등에서의 비콘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국내 유통시장이 옴니채널로 재편되고 있는 만큼 빠른 시일 내에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며 “옴니채널 구축에만 성공하면 아마존 같은 유통기업에 뒤지지 않을 경쟁력이 생길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중소기업, 옴니채널 논의가 무색해
이처럼 옴니채널이 주목받고 있지만, 국내 중소기업들의 대응은 미진한 상황이어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3년 기준으로 미국 중소기업의 82%가 멀티채널 마케팅 프로그램을 이미 채택했다. 모바일 기반 또는 모바일에 최적화된 웹사이트를 구축한 비중도 60%로 대응이 빠른 편이다.

이에 반해 국내 중소기업의 경우 모바일 오피스 이용은 9.7%,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용은 7.8%, 전자상거래 활용도 19.9% 수준으로 대응과 투자가 매우 저조하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옴니채널 마케팅의 기초가 되는 국내 중소기업의 온라인 상품과 서비스 판매 비중이 OECD 회원국들 중 최하위 수준으로 나타났다. 특히 종사자 49인 미만 중소기업의 온라인 상품과 서비스 판매 비중은 10% 미만으로 옴니채널 마케팅 전략에 대한 논의가 무색할 정도라고 평했다.

최세경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온라인과 모바일을 위한 이커머스 채택의 가장 큰 장애가 ‘높은 채택 비용’과 ‘적절한 자금 부족’인 만큼 이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옴니채널 마케팅을 계기로 중소기업 판로를 확대하기 위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대상 상권통합관리시스템을 구축해 지원하는 한편, 옴니채널 기반 플랫폼과 핀테크(FinTech) 플랫폼을 연계해 활용할 수 있는 다각적 지원이 모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미림 기자 | nexteconomy@nex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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