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스마트폰을 넘어 초연결시대의 다단계판매

다단계판매가 진화하고 있다. 50여년 전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때의 다단계판매는 대단히 효율적인 마케팅이었다. 당시에는 미디어를 통한 광고나 홍보의 효과가 지금에 비하면 극히 제한적이었고 미비한 물류시스템으로 지역마다 창고와 상주 직원을 두어야 하는 등 판매망 설치에 투입되는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이러한 시기에 다단계판매는 광고 홍보비의 절감은 물론 판매망 설치에 따르는 비용도 최소화 할 수 있으면서도 판매원이 판매와 함께 또 다른 판매원을 모집하고 교육시키는 획기적인 마케팅 기법이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다단계판매의 모습도 조금씩 진화하고 있다. 다단계판매 기업들은 광고·홍보에 대한 전향적인 시각을 가지게 됐으며 이 밖에도 판매원 개인 매장의 도입, 다양한 마케팅 기법의 활용에 대해 거부감을 갖지 않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 판매원들이 판매를 할 때에는 물론이거니와 리크루팅에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비약적으로 발전한 IT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다단계판매원들의 시간과 공간적 제약을 줄여나가고 있다.

세상은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넘어 이제 사물인터넷(IoT)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사물인터넷은 사물에 센서를 부착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인터넷으로 주고받는 기술이나 환경을 일컫는다. 지금도 인터넷에 연결된 사물은 주변에서 적잖게 볼 수 있지만 대부분은 사람의 조작이 있어야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었다.

사물인터넷은 인터넷에 연결된 기기가 블루투스나 근거리무선통신(NFC), 센서데이터, 네트워크 등을 이용해 사람의 도움 없이 서로 알아서 정보를 주고받으며 소통을 한다.

50년 전 다단계판매원은 오로지 종이에 인쇄된 정보와 자신의 머리로 기억하는 지식만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일일이 만나 이야기하면서 제품을 판매하고 기회를 전달했었다. 그때의 다단계판매원이 가장 효과적으로 비즈니스를 진행하는 방법은 홈파티나 세미나를 통해 다수의 사람들에게 동시에 제품을 판매를 하거나 기회를 전달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나마도 홈파티는 가까운 이웃에 한정되고 세미나는 홍보방법이 지금에 비하면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기술적으로 본다면 이 시기가 다단계판매 1.0시대라고 볼 수 있다.   

20년 전, 세상에 인터넷이 보급되기 시작했다. 인터넷은 다단계판매 기업과 다단계판매원에게 대단히 효율적인 도구로 다가왔다. 자동차로 며칠 거리에 있는 다단계판매원도 회사에서 제공하는 각종 자료와 신제품 정보 등을 거의 실시간으로 받아볼 수 있는 것은 물론 동시에 다수의 소비자에게 접근하는 것도 손쉬워졌다. 더 나아가 외국의 소비자에게도 접근이 가능해졌으며 이로 인해 글로벌 비즈니스가 가능해졌다. 인터넷의 발달이 다단계판매의 발전에 커다란 공헌을 한 것이다. 국내 다단계판매의 역사가 이제 20년을 갓 넘긴 것이 우연은 아니다.

그리고 불과 몇 년 전 세상에는 스마트폰이 출현했다. 스마트폰은 인터넷으로 이미 전 지구적으로 지리적인 확장을 끝마친 다단계판매원에게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더욱 줄여준 것은 물론 아주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어떤 상황에서도 제품판매와 기회전달이 가능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버스나 기차 안에서도, 식당에서도, 길을 걸어가면서도, 심지어는 침실에서도 다단계판매원은 스마트폰을 통해 소비자에게 접근이 가능해진 것이다. 여기까지가 다단계판매 2.0시대다.

사물인터넷은 아직 우리가 친숙하게 느낄 만큼 우리의 일상생활에 들어와 있지는 않다. 고작해야 최근 구글이 내놓은 스마트 안경 ‘구글글래스’나 나이키의 건강관리용 스마트 팔찌 ‘퓨얼밴드’ 정도가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머지않은 장래에 사물인터넷이 우리의 일상을 크게 바꿔놓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신동형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연결 중심의 IoT 시대는 스마트 기기 중심의 모바일 시대와는 다른 새로운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며 “현재의 모바일 시대가 IoT 시대로 단기간에 변화되지는 않겠지만, 시장에서는 이미 IoT 시대를 위한 새로운 시도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사물인터넷 시대에 다단계판매는 어떤 모습으로 진화할까. 다단계판매 2.0 시대까지도 다단계판매는 그들만의 리그에 지나지 않았다. 다단계판매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고자 하는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정보가 전달되고 공유됐다는 점에서 1.0과 2.0의 차이는 기술의 발전에 따른 진화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나 사물인터넷으로 촉발되는 다단계판매 3.0시대는 지금까지의 다단계판매 모습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을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사물인터넷은 우리의 주변에 있는 모든 기계들이 네트워크를 통해 서로 연결되는 ‘초연결’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변의 모든 사람과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다단계판매와 유사한 점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사실 사물인터넷의 발달은 지금까지의 IT기술처럼 다단계판매에 유리하기 보다는 불리한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많아 보인다.

쉬운 예로 유비쿼터스(Ubiquitous) 헬스만 해도 그렇다. 사람들의 건강상태를 항시 체크하며 위급한 경우 자동적으로 메디컬센터에 통보, 치료할 수 있도록 하는 유비쿼터스 헬스가 보편화되면 사람들은 지금보다 자신의 건강에 관심을 덜 가지게 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축소되고 그만큼 다단계판매 시장도 불리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반면 다단계판매가 개인화된 제품을 취급하면서 오히려 지금보다 더 시장이 확대되고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가능성도 열려 있다.

어떤 방향이든 사물인터넷은 다단계판매의 모습을 지금과는 사뭇 다르게 변모시킬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바야흐로 다단계판매 3.0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이영민 기자 | nexteconomy@nex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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