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유통하면 공급자와 수요자 사이에 상품 수급의 장소적, 시간적 괴리를 해소하고 생산자로부터 소비자에게 상품을 이전해 주는 서비스로 이해한다. 소위 도소매업이나 물류, 창고업 등이 유통의 중요한 업종으로 되어 있고 오늘날에도 유통의 가장 중요한 역할의 하나임에 틀림없다.

물론 최근 들어서는 유통의 더욱 중요한 기능이 상품의 수요 공급에 대한 정보를 전달해 주는 것으로 옮겨가고 있고 실제로 인터넷 쇼핑몰 등은 다수의 공급자와 수요자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고 거래를 성사시키는 기능이 중심이 되고 오히려 물류나 결제기능은 부수적인 것으로까지 보인다. 인터넷 포털인 네이버가 유통의 중심에 서고 있고 온라인 서점으로 출발한지 20년도 안된 아마존이 세계최대 유통기업 월마트와 경쟁하는 거대 유통업체로 성장한 것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가 간과하는 것은 유통이 소비자에게 상품과 함께 신뢰를 팔고 있다는 점이다. 대금결제 에스크로우는 아주 단순하지만 소비자들에게 안심을 주는 유통의 신뢰확보 기능이다. 나아가 유통은 믿을 만한 생산자와 상품을 가려내어 소비자들의 선택을 도와주고 피해를 막아 준다.

사실 소비자들이 더 비싼 값을 치루면서 자신들이 원하는 곳에서 상품을 구입하기도 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도 그러한 것이고 또 중소기업들이 백화점 입점이나 유명 홈쇼핑 채널에서 시간을 따내려 하는 것도 그러한 이유일 것이다. 요즘 중소기업의 어려움이나 대기업과의 갑을관계가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자 많은 사람들은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이나 갑질과 같은 대기업의 횡포 등 행태 개선을 문제 해결의 핵심으로 보는 듯하다.

그러나 그러한 문제들이 사실은 소비자들이 중소기업을 믿지 못하고 대기업 상품을 선호하는 데서 비롯된 것임은 간과하고 또한 우리나라의 유통기능이 소비자들에게 중소기업의 상품도 믿을 만한 것이라는 신뢰를 파는데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인식이 부족하다.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파는 유통이 성공한 유통이며 유통의 커다란 부가가치 가운데 하나는 소비자들에게 믿음을 주는 데서 온다. 소위 단골 고객이란 것도 따지고 보면 신뢰의 산물이다. 아울러 중소기업의 상품을 신뢰와 함께 소비자에게 공급할 수 있는 유통업체가 많이 나오는 것이 우리 경제의 문제를 해결하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소비자피해 문제로 비난받던 업체들도 새해에는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팔고 사랑을 받는 유통기업으로 성장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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