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깐한 소비자 효과…백화점·대형마트 매출 ‘쑥쑥’


깐깐하게 원산지까지 따져가며 제품 또는 음식 메뉴를 선택하는 ‘퍼슈머’들이 늘어나면서 유통업계는 더 깨끗하고 더 정직한 제품을 내놓기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

‘퍼슈머’란 ‘pursue(추적하다)’와 ‘consumer(소비자)’가 합성된 신조어로 농수산물이나 축산물을 비롯해 가공식품을 선택할 때 이력과 원산지를 꼼꼼하게 살피는 소비자를 뜻한다.

좋은 원료와 재료는 살피는 것을 넘어 그 원료가 국내산인지 외국산인지, 유기농 재배, 무(無)항생제 축산 등을 고집하는 생산자를 직접 추적하는 등 구체적인 생산지역과 생산자 개인까지 확인한다.
이에 유통업체들은 이러한 퍼슈머를 붙잡기 위한 일환으로 생산자 이력 조회가 가능한 시스템을 도입하고 식품관을 리뉴얼 하는가 하면 식품업체들은 제품의 원료를 100% 공개하는 등의 초강수를 두고 있다.

식품관 바꾸니 매출 ‘쑥쑥’
생산자 이력 조회 시스템이 가장 먼저 시작된 곳은 백화점 업계이다. 2008년 광우병 소동 등으로 식품 안전에 대한 관심이 커지자 백화점 업계는 한우 판매 코너 등에 생산자를 확인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이와 함께 대대적으로 식품관도 단장에 나섰다. 신세계백화점은 2005년 신관 오픈 이후 처음으로 9년 만에 식품관 리뉴얼 공사를 진행, 지난 8월 본점 식품관을 ‘신세계 푸드마켓’으로 개장했다.

소비자들의 니즈에 부합한 무항생제육, 동물복지 농장 계란, 농장과 직거래한 친환경 유기농 야채, 전세계의 프리미엄 글로서리와 디저트, 그리고 트렌디한 맛집까지 프리미엄 식품관에 걸맞는 식품확대에 주력했다. 이러한 노력 결과 개장 한 달 간 본점 식품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늘었다. 식품 매출뿐 아니라 명품 매출도 덩달아 9.2% 증가했다.

부산 센텀시티점도 마찬가지다. 지난 6월 탈바꿈한 후 3개월 동안 식품이 56.5%, 명품매출이 11.7%나 증가했다. 전체 매출도 8% 올랐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무역센터점을 전체적으로 리뉴얼한 이후 올 9월까지 매출이 전년대비 20.8% 신장했다. 특히 식품관과 해외 패션관 매출이 각각 23.5%, 18.5% 신장해 리뉴얼 전보다 2~3배 이상 높은 신장률을 보였다.

대형마트들도 가정간편식, 자체브랜드(PB) 상품 고급화 등에 힘을 쏟고 있다. 이마트는 반찬·양념 브랜드 ‘피코크 찬(饌)’을 선보였다. 피코크 찬은 장조림과 멸치볶음 등 포장 반찬류 15종과 된장찌개와 해물탕을 위한 요리용 소스 19종, 매실 고추장 등 양념장 4종 등 37종으로 구성했다.

이마트는 피코크 찬을 위해 1년 6개월에 걸쳐 유명 맛집의 조리법을 연구했고, 주부 패널과 상품 개발자 등을 대상으로 맛 검증을 받았다. 또 명인이 담근 장을 사용해 품질을 높였고, MSG와 합성첨가물을 사용하지 않는 대신 참치 진액을 넣었다.

업계 관계자는 “식품관은 자체 매출 외에 고객 집객효과와 분수효과로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서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특히 백화점의 식품관 리뉴얼은 퍼슈머들의 새롭고 안전한 식품에 대한 니즈를 충족시켜 ‘분수효과’를 넘어 명품 구매객까지 끌어 모으는 ‘황금분수효과’를 안겨줬다”고 분석했다. 

원료 원산지 100% 공개


식품업체들도 퍼슈머를 잡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고려은단의 종합비타민제인 ‘비타플렉스’는 원료의 원산지를 100% 공개하고 있다.

유럽의 옥수수밭에서 시작된 영국산 비타민C(Ascorbic Acid 97%)를 독점으로 공급받아 만든 이 제품은 비타민C와 판토텐산은 영국산, 비오틴과 비타민E는 프랑스산, 비타민B1, B2, B6와 철, 마그네슘, 아연, 셀레늄, 요오드, 크롬은 독일산을 사용했다. 비타민B12와 엽산, 비타민D, 비타민E, 베타카로틴, 비타민A는 스위스산, 요오드는 이탈리아산이다. 미국산 나이아신과 구리, 망간이 함유돼 있고, 싱가포르의 셀레늄과 한국의 홍삼이 사용됐다. 추가성분으로 오메가3 혼합분말과 칼슘은 미국산을 사용하는 등 원료와 추가성분의 원산지를 100% 공개했다.

스쿨푸드는 식재료 선정에 공을 들이고 있다. 베이스가 되는 밥은 신동진 쌀에 다시마와 정종을 넣고 짓는다. 호남평야에서 왕겨숯과 왕초액을 사용해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한 신동진 쌀은 다른 품종에 비해 쌀알이 1.3배 커 그 맛이 부드럽고 독특한 찰기를 가지는 것이 특징이다.

김은 깨끗한 남해 바다에서 채취 한 것만 사용한다. 맑고 깨끗한 물에서 채취해 유해요소가 적고 적절한 일조량으로 다른 곳에서 생산된 김에 비해 맛과 향이 뛰어나다. 맑은 물에서 깨끗하게 채취한 김으로 만든 스쿨푸드의 마리는 좋은 식재료의 맛을 배가 시켜준다는 설명이다.

매일유업은 일본 방사능 유출로 인한 먹거리 안전성 문제가 있기 전부터 유아식에 사용하는 모든 원료 원산지를 100% 공개, 방사능 안심 등의 원칙을 세워 운영하고 있다. 조제분유인 ‘앱솔루트’의 경우 업계 최초로 원료 원산지를 홈페이지에 100% 공개했다.

또한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정부기관에서 사용하는 것과 동일한 수준의 방사능 오염검사 장비인 ‘고순도 게르마늄 다중파고분석시스템’을 통해 원료부터 완제품까지 제조 전 과정에 걸쳐 방사능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개발도상국의 자립을 돕기 위한 공정무역제품인지를 따지는 퍼슈머를 만족시키기 위해 스타벅스는 자체 원두 구매팀이 커피 원산지를 직접 찾아가 최고급 아라비카 원두만을 엄선해, 제3자 인증의 윤리구매 방식을 통해 국제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구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깐깐한 퍼슈머들을 두려워하기보다는 이를 기회로 삼고 잡으려는 업계의 노력은 앞으로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미림 기자 | nexteconomy@nex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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