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6대 홈쇼핑 불공정 행위…대규모유통업법 적용할 것

GS홈쇼핑, CJ홈쇼핑, 현대홈쇼핑, 롯데홈쇼핑, NS홈쇼핑, 홈앤쇼핑 등 6개사의 불공정거래 혐의가 도마에 올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6개 홈쇼핑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연말까지 심사보고서를 작성해 내년 초 위원회 심의를 할 계획임을 밝혔다. 공정위는 지난 9월 홈쇼핑 6개사에 대한 현장조사를 실시, 상당한 증거를 수집했다. 또 정흥원 국무총리는 11월 12일 ‘총리와 함께하는 중소기업 간담회’에서 “TV홈쇼핑 회사가 자율적으로 법을 지켜 나가도록 정부의 재승인 불허 의지를 적극 알려 달라”고 관계 부처에 주문했다.
 
홈쇼핑은 수퍼갑
국내 홈쇼핑 시장은 1995년 출범해 20년 동안 매년 두 자릿수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집에서 편하게 TV를 보면서 좋은 상품을 싸게 살 수 있다는 장점으로 출범 당시 34억원이었던 외형이 지금은 13조원을 넘고 있다.

그러나 시장 과열을 이유로 정부가 신규 진입을 규제, 20년이 지난 지금에도 홈쇼핑사업자는 6개사에 그치고 있다. 우리보다 시장 규모가 작은 일본에는 30개 업체가 있고 중국은 100개사가 넘는다.

홈쇼핑업계의 납품비리 등 불공정행위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것은 소수의 사업자가 시장을 독시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소수의 홈쇼핑 사업자가 시장을 독식하는 구조에서는 납품업체가 을이 될 수밖에 없고 홈쇼핑 사업자는 자연스레 수퍼갑이 된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홈쇼핑 사업자가 적어도 지금의 두배는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홈쇼핑 사업자가 수퍼갑의 위치에 있다 보니 수수료도 유통업계에서 가장 높은 수퍼수수료가 된다. 공정위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홈쇼핑 6개사의 평균 수수료율은 34.4%로 백화점의 28.9%보다 5.5% 높았다. 그러나 홈쇼핑업체가 납품업체에게 떠넘기는 배송비, 사은품, 모델료, 제작비 등을 포함하면 실제로는 50%를 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러한 수퍼수수료에도 불구하고 마케팅 능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으로선 홈쇼핑에 대한 의존도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러다보니 홈쇼핑만 배부른 상황이 됐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국내 유통시장 규모는 2013년 기준 약 268조원이며 이 중 홈쇼핑 시장 규모는 약 13조3000억원으로 전체 유통시장의 약 4.9%를 차지한다. 홈쇼핑 출범 첫해의 시장규모 34억원에 비하면 홈쇼핑은 엄청난 급성장을 한 셈이다. 시장규모 뿐아니라 홈쇼핑 사업자들의 내실도 탄탄해졌다.

홈쇼핑 6개사는 한해 평균 15% 이상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지난해 이들이 거둔 전체 영업이익은 6844억원에 달한다. 정우택 새누리당 의원에 따르면 5년간 홈쇼핑 사업자의 거래규모는 52조8000억원이고 제조업체들로부터 받은 수수료는 17조5000억 원에 달했다.

반면 지난 3년간 홈쇼핑 거래업체 중 153개 기업이 조세체납 등 부실상태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박완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홈쇼핑이 우월한 시장지위와 기업의 과수요가 몰리면서 과다수수료 등 이른바 ‘슈퍼 갑질’의 각종 불공정관행이 만연하면서 오히려 중소기업은 방송에 성공하고도 수익성은 악화되는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홈쇼핑은 복마전?
올해 초 롯데 홈쇼핑의 납품 비리가 터졌다. 검찰에 따르면 롯데홈쇼핑 이모(47) 전 생활부문장은 2008년부터 2012년까지 납품업체 5곳으로부터 방송출연 횟수 및 시간 등 편성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모두 9억원을 챙겼다. 또 전직 MD(구매담당자) 정모(44)씨는 2007년부터 2010년까지 납품업체로부터 현금과 고급 승용차 등 2억7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롯데홈쇼핑에 이어 업계 선두인 GS홈쇼핑이 전·현직 임원들의 납품비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는 GS홈쇼핑 전·현직 임원 2명이 가전제품 납품대행업체로부터 납품을 독점하도록 해주는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포착, 내사하고 있다.

또 NS홈쇼핑도 `카드깡` 업자를 동원해 매출을 부풀린 정황이 포착돼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검찰에 따르면 NS홈쇼핑은 카드깡 업자와 신용카드 결제 대행업체 등에 회사 자금을 건네주고 마치 NS홈쇼핑에서 물품을 구입한 것처럼 꾸며 허위 매출을 발생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올해에만 납품비리 등 불공정행위로 홈쇼핑업체가 수사선상에 오른 것은 롯데홈쇼핑, NS홈쇼핑, GS홈쇼핑 등 3개사다. 검찰 조사에서 드러난 홈쇼핑업체 직원들의 비리 행태는 다양했다. 뒷돈 요구에서부터 도박 빚을 대신 갚아 달라거나 이혼한 전처의 생활비까지 한마디로 복마전이 따로 없었다. 이처럼 올 들어 홈쇼핑의 불공정행위들이 줄줄이 드러나자 정부가 칼을 빼 들었다.

신영선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처장은 지난 10월 30일,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홈쇼핑 6개사에 대한 조사를 다 마쳤다”며 “지금까지 확인된 혐의 내용을 보니 마치 불공정행위 종합선물세트 같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말, 홈쇼핑 납품업체를 상대로 불공정행위에 대한 서면 실태조사를 실시했으며 지난 9월 이를 바탕으로 강도 높은 현장조사를 벌였다.

이번 조사에 대해 공정위는 지금까지처럼 공정거래법이 아닌 2012년 제정된 대규모유통업법을 적용할 계획이다. 대규모유통업법의 과징금 부과기준이 납품대금 또는 연간 임대료의 범위 내에서 산정하기 때문에 관련매출액의 2% 범위 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하는 공정거래법보다 처벌기준이 높다.

정홍원 국무총리도 지난 11월 12일 중소기업인들을 만난 자리에서 공정거래위원회·미래부 등 관계 부처가 적극 나서 홈쇼핑 비리를 근절시킬 것을 강조했다.

김용수 미래창조과학부 정보통신방송정책실장도 “TV홈쇼핑 회사들의 납품 비리의 심각성에 재승인 과정에서 TV홈쇼핑 회사의 불공정 행위를 엄정하게 심사해 재승인을 불허하거나 유효승인 기간을 단축하겠다”고 말했다.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11월 13일 ‘홈쇼핑 중소기업 납품비리 근절을 위한  방송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전병헌 의원은 “중소업체에 대한 납품비리를 저지를 경우 즉각적인 영업정지·승인기간 단축 등 처벌이 필요하다”며 “홈쇼핑 채널사업자는 정부로부터 승인받은 특정업체만이 할 수 있는 특권 사업인만큼, 사업자의 특권을 악용한 부정행위에 대해서는 승인을 내준 미래부가 책임감을 가지고 잘못된 관행을 뿌리 뽑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제7홈쇼핑 추진


정부는 지난 8월 중기제품과 농수산물 전용 공영TV홈쇼핑 신설을 확정하고 지난11월 17일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날 공청회에서 드러난 제7홈쇼핑의 골자는 기존 홈쇼핑 대비 10% 이상 낮춘 20% 상한의 판매수수료율과 상품은 창의·혁신상품을 포함한 중소기업제품 및 농축수산물을 최소 95%에서 최대 100%의 비중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또 한정화 중소기업청장은 11월 19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열린 ‘중소기업 판로지원 종합대책’ 브리핑에서 기발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창조혁신제품의 원활한 유통시장 진입을 촉진하는 종합 플랫폼 구축 계획을 밝혔다. 이에 따르면 중소기업청은 행복한 백화점이나 11개 정책매장 등을 제7홈쇼핑 브랜드와 연계해 일반 로드샵 등을 개편, 중소기업 혁신제품의 판로를 일원화하게 된다. 

이병권 중소기업청 공공구매판로과장은 “홈쇼핑이 갖고 있는 브랜드의 힘을 감안하면 이와 연계된 오프라인 매장은 홍보 효과가 지금의 형태에 비해 훨씬 강력할 수 있다”며 “온라인과 모바일, 오프라인 유통망을 연계해 중소기업 제품을 소개하고 향후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다른 유통채널로 확대하는 개념을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계획대로 중소기업 제품을 전문으로 취급하고 수수료 상한이 20%인 홈쇼핑 채널이 출발하면 홈쇼핑의 문호가 넓어져 기존 홈쇼핑 사업자의 불공정행위가 줄어들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홈쇼핑 사업자의 불공정행위를 척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의 안일한 시각을 바꿔야 한다.

정부는 홈쇼핑 비리가 불거질 때마다 5년마다 실시하는 재승인 심사에서 불이익을 주겠다고 엄포를 놨지만 정작 비리가 있어도 단발성 처벌로 끝날 뿐 홈쇼핑 사업자에게서 사업권을 박탈한 사례는 없었다.
이번 기회에 홈쇼핑 사업자에 대한 상설감시기구를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이다. 서용구 한국유통학회장은 “재승인 취소와 함께 홈쇼핑의 특수성을 감안한 상설감시기구를 마련해 감독을 강화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영민 기자 | nexteconomy@nex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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