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스물 여섯인 박유진씨는 지난 2012년 국내 처음으로 팥 테마 카페 ‘로쏘사’를 창업했다. 대학 졸업 직후 대기업에 입사했지만 신입사원 연수 첫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겠다”며 출근하지 않고 창업에 인생 승부수를 띄웠다. 그리고 창업 4개월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박 대표는 “스타벅스 능가하는 브랜드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설명했다.

홍선기 우리유통 대표(30)는 졸업을 앞두고 창업했다. 학창시절 단돈 20만원과 비행기 티켓 한 장만 들고 런던으로 가서 각종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아 세계일주를 했던 도전정신을 ‘취업’이 아닌 ‘창업’으로 연결했다.

대학생 등 청년들이 창업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은퇴와 함께 떠밀리 듯 창업에 나서는 베이비부머들과는 양태가 다르다. 청년들은 최근 트렌드를 파악해 톡톡 튀는 아이템을 찾아 자신의 특기에 맞춘 창업에 나서고 있다.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다.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관계자는 “전통적 창업 틀에서 벗어난, 그동안 없었던 아이템으로 창업하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어 “기존의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면서 경제적 수익도 창출하는 사업 아이템도 각광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물론 청년창업이 트렌드 반영에 유리하다고 해도, 실패 가능성은 있다. 선배 창업자들은 “눈높이를 낮춰 도전하면 그 경험자체가 가치가 된다”고 입을 모은다.

홍 대표는 “창업 그 자체의 경험만으로도 자기 개발이 되고 훌륭한 스펙이 된다”고 말했다. 소셜다이닝 업체 ‘집밥’의 박인 대표도 “일상 속에서, 회사생활하면서 ‘이렇게 하면 재밌지 않을까?’라고 상상만 해본 일을 실천에 옮기라”고 조언했다. 정부도 ‘창조경제’를 내세우면서 ‘제2의 벤처붐’을 일으키려고 하고 있다. 창업지원을 위한 제반 여건(교육 및 투자)을 확충해 ‘창업자’를 기다리고 있다. 각 대학들도 앞을 다투어 ‘창업센터’를 신설하거나 강화하고 있다.

청년창업 “그 어느 때 보다 좋은 기회”


청년창업은 고용 없는 성장 국면을 벗어나기 위한 주요한 대안이라는 측면에서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청년창업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이 다양해지고 있는 것인데, 이는 창업이 대학생 등 청년들에게 도전해 볼만한 가치로 부각되는 배경 중 하나이다. 이를 박연우 무역협회 기업경쟁력실장은 “청년창업은 그 어느 때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은 기회를 맞고 있다”고 표현한다.

그는 “산업 패러다임이 제조업에서 지식기반으로 바뀌면서 목돈 없이도 창업이 가능해지고 있다”면서 “청년창업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면서 자금은 물론 교육, 마케팅, 멘토링 등 창업 관련 서비스를 받기 쉬워졌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우리 경제가 몇 년째 더딘 성장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의 전통적인 기업들에 경제의 미래와 고용을 맡기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측면도 있다.

번뜩이는 아이디어, 참신한 기술, 지칠 줄 모르는 개척정신으로 신사업과 글로벌 시장을 개척할 젊은 플레이어들의 잇단 등장이 절실한 상황인 셈이다.

실제로 취업보다는 창업을 선택한 한 청년창업자는 “창업을 하든 취업을 하든 힘든 건 매한가지”라면서 “대기업에 취업한 선배들이 입사한 지 얼마 안 되어 이직하거나 직장인들이 사오정의 벽을 넘지 못하고 뒤안길로 쓸쓸히 퇴장하는 모습을 보고 과감하게 창업에 도전했다”고 밝히고 있다.
창업과 취업 중 어느 쪽이 더 어려운 선택이었는지 대해 스스로 고민해 본 결과, 전문성을 살려 보람과 성취가 더 클 것으로 보이는 창업에 방점을 찍었다는 의미다.

창업, 게임처럼…“즐겨야 끝까지 갈 수 있다”
“승리와 좌절이 있었지만 세상 모든 일은 끝까지 가는 사람을 당해내지 못한다. 끝까지 가는 방법은 즐기는 것뿐이다.” 권영준 시저스파트너스 대표가 한 언론매체에서 한 말이다.

권 대표는 17년 간 창업하면서 달려왔던 시간을 되돌아보며 얼마 전 책, ‘게이미피케이션 세상을 플레이하다’(공저·한국게임학회)를 냈다. 이 책에서 권 대표는 창업을 독려하면서 ‘창업 게이미피케이션’을 제안한다.

게이미피케이션이란 지식 전달, 행동 유도, 마케팅 등에 게임 요소를 접목한 것을 의미한다. 창업 게이미피케이션은 말 그대로 창업도 RPG(역할수행게임)처럼 즐겨보자는 것이다.
권 대표에 따르면 이미 창업 시장에는 게이미피케이션이 많이 도입돼 있다.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에서 미션이 주어지거나 오디션 형태로 우승자를 가리는 등의 방법은 게이미피케이션의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면서 권 대표는 창업자는 게임 속 주인공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창업을 선택한 이유가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인지, 그 문제가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분인지 아니면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인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 게임 퀘스트를 해결하듯 시장에서 부딪히며 성장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게임 레벨이 낮은 초기에는 작은 퀘스트를 여러 번 해결해가며 성장해가는 것처럼 창업도 처음부터 소위 대박을 내려고 욕심내기 보다는 시장에서 부딪혀가며 실력을 쌓아야 한다는 것이다.
즉 머릿속에만 있던 아이디어를 고객에게 직접 선보였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주의를 기울이고 거기서 얻은 피드백을 통해 창업가의 레벨을 높여가는 것이다.

아울러 길드의 활용도 제안했다. 게임에서 혼자 거대한 성을 함락하기에는 역부족인데, 게임 커뮤니티인 길드를 활용하면 여럿이 힘을 합쳐 커다란 목표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창업자들끼리 모여 건전한 경쟁과 협력을 통해 더 큰 시장, 즉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권 대표는 “건강한 창업 생태계는 우리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라며 “다른 창업자와의 교류를 통해 좋은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 배우는 과정을 거쳐 함께 성장하는 환경을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체계적 교육이 성공확률 ‘높인다’
최근 통계청에 따르면 창업기업이 3년 후까지 생존할 확률이 절반에 채 미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90% 이상의 생존율을 보여주는 창업기업들이 있었다.이렇게 높은 생존율을 보여주는 창업기업들의 비결이 뭘까.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발표한 창업기업들의 생존율 관련 조사에서 그 해법의 일단을 찾을 수 있다. 이 조사결과를 보면 한 마디로 “전문가들로부터 체계적으로 교육을 받았던 창업기업이 그렇지 않은 창업기업보다 생존율이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는 국세청 휴·폐업 조회 시스템을 통해 그동안 ‘청년전용창업자금’ 사업으로부터 지원을 받은 창업기업들의 올해 1분기까지의 기업 활동 여부를 전수 조사했다.

조사대상은 2년차 기업 1037곳, 3년차 기업 1169곳이었다. 그 결과 ‘청년전용창업자금’ 사업을 통해 창업한 기업들의 2년차 생존율은 98.9%, 3년차 생존율은 98.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통계청이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전체 창업기업의 2년차와 3년차의 평균생존율은 각각 61.3%와 48.4%였다. 이를 감안하면 창업교육을 받은 기업의 생존율은 2배 이상 높았다.

이들 창업기업들은 ‘청년전용창업자금’ 지원을 받았다.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시행하고 있는 ‘청년전용창업자금’ 지원사업은 만 39세 이하의 예비 창업자 또는 창업한지 3년 이내의 기업대표자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지원내용을 살펴보면 자금융자와 교육, 컨설팅으로 나눌 수 있다.

자금융자의 경우 연2.9%의 고정금리와 5년 이내의 상환기간을 조건으로 기업 당 최대 1억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그리고 지원 대상 기업으로 선정되면 중소기업연수원에서 일정 시간 창업교육을 이수하게 되고, 융자 후 1년간 관련 컨설팅이 제공된다.

물론 최대 1억원까지 자금지원을 받는 부분에서 다른 창업기업들과의 출발이 좀 다른 건 아닐까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다. 자금 차이에서 생존율의 차이가 나는 것 아니냐고 볼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중소기업청과 창업진흥원이 지난 7월에 발표한 ‘2013년 창업기업 실태결과’를 보면 전체 창업기업의 평균 창업사용자금은 2억2000만원이었다. 이는 ‘청년전용창업자금’에서 최대 1억원까지 지원하는 자금융자가 창업기업들의 높은 생존율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대목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실상 창업의 승패는 ‘청년전용창업자금’ 사업의 지원내용 중에서 자금지원이 아닌 교육부분에서 결정됐다. 창업기업들의 생존율이 서로 커다란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바로 ‘창업교육’에 있는 것이다.

청년창업은 대부분 생애 처음으로 시도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단순히 자금지원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어려움들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외부 전문가들로부터 체계적으로 창업교육을 받을 필요가 있다.

서울신용보증재단은 2006년부터 예비창업자들이 창업교육을 필수적으로 이수하도록 했다. 그 결과 창업기업의 4년차 생존율을 78.26%까지 끌어올렸다. 이 수치 역시 일반기업의 4년차 생존율인 35.1% 보다 두배 이상 높다. 이는 창업교육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앞으로 자영업자들과 ‘생계형 창업’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창업 유형별로 세분화된 창업교육 프로그램이 지속적으로 확대돼야 한다는 의미다.

한 창업전문가는 “자영업자들 중에서 창업 후 5년 뒤에도 살아남아 있는 비율은 다섯 명 중 한 명에 불과하다”며 “한국경제에서 자영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하면 굉장히 심각한 상황인데, 일단 다양한 창업교육을 통해 생존율을 높이는 것이 소상공인들을 위한 효과적인 대책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지성 기자 | nexteconomy@nexteconomy.co.kr

 

저작권자 © NEXT ECONOM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