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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십리가 절반이다.
  • 이성연 애터미 경제연구소장
  • 승인 2014.11.26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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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국시대에 있었던 일이다. 중원의 서쪽 끝에 위치하고 있는데다 주(周)나라 왕실 성인 희(姬)씨가 아니어서 제후국들로부터 무시를 당하던 진(秦)나라는 제25대 군주인 효공(孝公)이 상앙(商?)을 중용하여 두 차례에 걸친 변법(變法)을 감행함으로써 강국으로 부상하였다. 진시황이 천하통일(BC 221)을 할 수 있는 기틀이 이때 다져졌다. 효공의 뒤를 이어 군주가 된 혜문왕(惠文王)은 국세를 더욱 높였으며 진나라로서는 처음으로 왕호(王號)를 사용하였다. 혜문왕의 뒤를 이은 무왕(武王)도 진나라의 세력을 더욱 확대함으로써 진나라는 제후국들 중 가장 강성한 나라가 되었다.

그런데 이렇게 국세(國勢)가 강성해지자 무왕은 교만해지기 시작했다. 이에 한 신하가 무왕에게 간언했다. “제가 듣기에 왕자(王者)는 싸움에 이겨도 교만하지 않고 패자(覇者)는 맹주가 되고도 원망을 사지 않는다 하였습니다. 이기고도 교만하지 않기 때문에 세상 사람들이 복종하는 것이오 맹주가 되고도 원망을 사지 않기 때문에 이웃 나라가 복종해오는 것입니다. 지금 대왕께서는 위(魏)나라와 조(趙)나라에게는 크게 은덕을 베풀면서 왕에게 땅을 빼앗긴 제(齊)나라는 가볍게 여기시니 이것이 곧 교만입니다. 의양(宜陽) 싸움에서 이긴 후 그때 우방이었던 초나라와의 친교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으니 이것이 곧 원망을 사는 것입니다. 제가 대왕을 위해 대신 걱정해 드리건대 그렇게 하시면 안 됩니다. 시경(詩經)에 ‘처음은 누구나 잘하지만 끝을 잘 마무리하는 사람은 적다(靡有不初, 鮮克有終)’ 하였습니다. 그 때문에 선왕들은 시작과 끝을 다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시경에 ‘백 리를 가는 사람은 90리를 절반으로 여긴다(行百里者, 半於九十)’고 했습니다. 이것은 마지막 마무리가 어렵다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전한시대 경학가인 유향(劉向)이 지은 전국책(戰局策) 중 진책(秦策)에 기록된 내용이다.

이러한 고사(故事)에서 반구십리(半九十里)라는 사자성어가 만들어졌다. 백리를 가려는 사람은 구십 리를 가고서 이제 절반 왔다고 여기라는 뜻이다. 그만큼 마지막 10%를 잘 마무리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강조한 말이다.

일반적으로 인간은 성공을 거두면 교만해지는데 이 교만이 몰락의 단초가 된다.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라는 베스트셀러 작가로 유명한 짐 콜린스는 책이 출간된 지 10년도 안 돼 위대한 기업으로 지목되었던 기업들이 처참히 무너지는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고, 왜 강하고 위대한 기업들이 몰락하는지를 연구하여 <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라는 저서를 출간하였다. 짐 콜린스와 연구팀은 6000년에 걸친 기업의 역사를 조사하여 기업이 몰락하는 5단계를 도출해냈다.

짐 콜린스에 따르면 기업이 몰락하는 첫 단계는 ‘성공으로부터 자만심이 생겨나는 단계’이다. 성공을 당연한 것으로 간주해 거만해지고 진정한 성공의 근본요인을 잊어버릴 때 몰락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성공의 요인을 살펴보면 운과 기회, 함께 일한 사람 등 환경적 요인이 중요한 역할을 한 경우가 많은데 그 사실을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자신의 능력과 장점을 과대평가하면서 교만해지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환경변화에 둔감해지고 정신상태가 해이해진다. 긴장이 풀어지고 모든 문제를 아전인수 식으로 해석하며 남의 의견을 잘 듣지 않고 독선에 빠진다. 이런 상태에서도 그때까지 축적한 탄력 덕분에 한 동안은 앞으로 계속 나갈 수 있다. 이걸 근거로 자신이 계속 잘하고 있다고 착각한다. 그러나 그 탄력이 떨어지면 어느 날 갑자기 위기에 직면한다. 그러나 이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위기가 아니라 안으로 곪을 대로 곪은 종기가 터지는 것에 불과하다. 이 단계에서 상황을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겸손해지지 않으면 몰락의 길로 달려간다.

 영국의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그의 저서 역사의 연구에서 역사발전의 원동력은 도전과 응전이라고 주장하였다. 토인비는 강연이나 저술에서 청어와 물메기 이야기를 자주 인용했다고 한다. 바로 이 사례가 도전과 응전의 논리를 잘 설명해주기 때문이다. 청어는 영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고급어종이라고 한다.

그런데 청어는 북해나 베링해 등 먼 바다에서 잡히기 때문에 싣고 오는 도중 대부분이 죽어버려 싱싱한 청어를 먹기가 쉽지 않았다고 한다. 그에 따라 살아 있는 청어의 값이 냉동청어에 비해 2배 정도 비쌌다고 한다. 그래서 어부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런던까지 청어를 싱싱하게 산 채로 운반하려 했으나 도무지 방법을 찾지 못했다. 그런데 한 어부의 청어만은 런던에 도착할 때까지 싱싱하게 살아 있었다. 그 비밀을 알고 보니 청어를 넣은 수조에 청어를 잡아먹고 사는 물메기를 함께 넣은 것이었다. 그러면 물메기는 청어를 한두 마리 잡아먹지만 나머지 수백 마리는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정신없이 도망 다니느라 런던에 도착할 때까지 살아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적당한 스트레스(도전)가 청어를 살아남게 한 원동력이 된 것이다. 이와 같이 생명체는 한 없이 편안한 경우에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적당한 도전이 있을 때 살아남는다는 것을 ‘청어의 법칙’이라고 한다.

 이제 청마의 해인 갑오년도 한 달 남짓 남았다. 백 리를 달리는데 구십 리를 온 것이다. 마지막까지 물메기와 함께 수조에 있는 것처럼 긴장을 풀지 말고 한 해를 잘 마무리하자. 사실 우리가 사는 환경은 도처에 물메기가 득시글거리는 수조와 같다. 끊임없는 도전이 밀려오는 환경인 것이다. 허리띠 풀지 말고 응전해 유종의 미를 거두고 다가오는 을미년(乙未年)을 희망차게 맞이하자.      

이성연 애터미 경제연구소장  nexteconomy@nex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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