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상을 경악시킨 사건들이 이제 서서히 세간의 뇌리에서 멀어져 가는 듯하다. 세월호 참사 사건은 갈등만 심화시킨 채 160일을 넘기고 있고, 군내 가혹행위 사건도 망각의 늪으로 빠져 들어가고 있다. 무엇하나 분명한 결론 없이 갈등만 심화시키고 있으니 답답하기만 하다. 이러다 슬그머니 또 다른 관심거리로 묻혀버릴까 심히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아니나 다를까 정부는 이러는 사이 ‘세금인상’과 ‘부자감세’라는 이슈로 슬그머니 우리 곁으로 다가와 어려움을 가중 시키고 있다.  

담뱃값을 2000원 인상하고 주민세와 자동차세를 2~3년에 걸쳐 100% 인상한다고 정부가 발표했다. 가업 상속 기업에게 재산의 1000억원까지 면세해주는 기획재정부의 감세 법안도 내 놓은데 이어 조부모가 손자 교육비로 1억원까지 증여할 경우 증여세를 물리지 않는 조세특례 제한법 개정안(새누리당 류성걸 의원 대표 발의)까지 들고 나왔다.

복지혜택을 늘리기 위해 적당한 범위 내에서의 세금 인상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한 정부의 세금 인상 방안은 모든 국민에게 해당되는 일괄세금인 역진세 성격을 띠고 있어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중소기업과 서민들에게는 주머니 사정이 더욱 어렵게 되었다. 세금은 모든 국민에게 공평하고 평등해야 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그러나 일부 정부 정책을 보면 그렇지 않은 부분이 있다.

기획재정부는 가업 상속 기업에게 재산의 1000억 원까지 면세해주는 감세 법안을 내 놓았다. 30년 이상 장수한 안정된 중소·중견기업의 오너가 가업을 자식에게 승계할 때 오너의 재산 중에서 1000억원까지 면세혜택을 주겠다는 법안이어서 기업의 상속증여체계를 통째로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10억도 100억도 아닌 무려 1000억원까지 면세혜택이 주어지면 부의 대물림이 공공연히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조부모가 손자 교육비로 1억(현재 미성년자의 경우 2천만원까지 비과세)원 까지 증여할 경우 증여세를 물리지 않는 조세특례 제한법 개정안(새누리당 류성걸 의원 대표 발의)까지 들고 나온 것 등이 대표적인 부자감세 아니겠느냐라는 여론이 비등하다. 명문대에 입학하려면 조부모의 재력, 아버지의 무관심, 어머니의 정보력이 필수라는 세간의 말이 더욱 강화될 모양이다. 이런 법안들이 소위 ‘부자감세’로 비쳐지기 때문이다.

필자는 본 지면을 통해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내놓은 주택경기 부양책의 일환인 LTV(주택담보인정비율)과 DTI(총부채상환비율)의 인상을 우려한 바 있다. 이로 인한 가계부채의 증가는 경제 전반에 걸친 부실로 이어질 것이 불을 보듯 뻔 하기 때문이었다.

정부는 이렇듯 경제 상황의 위중함을 강조하지만 한편으로는 세금을 인상하며 서민과 중소상인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것은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세금을 인상할 때는 미래가치에 대한 투자이다. 정부는 지금 대한민국의 어려운 시대상황을 고려해야 함에도, 현재의 정치상황과 어두운 경제 상황에 대하여 국민의 얼어붙은 체감 경기를 감안하지 못한 채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대선 공약에서 “증세는 없다” “증세 없는 복지”를 말했다.
지금 대한민국 국민은 박근혜 대통령이 ‘약속’한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꿈 꿀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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