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제품의 가치를 재창출…기업의 또 다른 마케팅 수단


소비자들이 시장에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기존 제품을 자신에 맞게 수정하거나 혹은 재창조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 전문가들은 이를 ‘크리슈머’의 등장으로 해석한다.

‘크리슈머’는 창조를 의미하는 크리에이티브(creative)와 소비자를 의미하는 컨슈머(consumer)를 조합한 용어로, 소비를 통해 욕구를 충족하는 수준을 넘어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는 소비자들을 일컫는다. 크리슈머들의 활동은 블로그나 SNS를 통해 공유, 확산되면서 이제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이에 기업에서도 이를 활용하는 마케팅이 증가하고 있다.

크리슈머, 새로운 가치 창출
식품업계는 최근 크리슈머가 증가하면서 ‘믹스 레시피 네이밍’이 마케팅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기존 제품에서 맛 볼 수 없는 새로운 맛에 위트 있는 이름까지 붙어 입소문을 타고 대중화되고 있다는 것. 레시피가 간단하고 최적의 황금 비율과 조합으로 맛까지 보장된 경우라면 확산 속도는 더욱 빠르다. 

스타벅스에는 메뉴판엔 없지만 소비자들의 입소문을 타고 공식화된 메뉴가 있다. 이른바 ‘악마의 음료’로 불리는 이 음료는 벤티 사이즈(591㎖)의 그린티 프라푸치노에 에스프레소 샷과 초콜릿 시럽, 자바칩을 2회 추가한 대용량 음료이다. 한잔의 열량은 무려 900㎉로, 일반 카페라떼 열량의 9배에 달한다.

스타벅스에서 제공되는 무엇이든 마실 수 있는 무료 쿠폰으로 가장 비싼 음료를 즐기는 방법을 궁리하던 소비자에 의해 탄생한 음료로 스타벅스 마니아들 사이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고객의 입맛에 맞게 재료를 직접 골라 먹기를 원하는 20~30대 소비자들이 개발한 레시피가 SNS 등 입소문을 타면서 하나의 메뉴처럼 공식화됐다”고 설명했다. 

코카콜라사는 ‘환타 믹스’ 제품에 재치 있는 이름 붙이기에 힘을 쏟고 있다. 기존 환타를 오렌지, 포도, 파인애플, 딸기 등 각각 다른 향을 섞어 만드는 과정을 영상으로 보여준 후 소비자들의 아이디어를 구하고 나선 것. 이를 위해 지난달부터 ‘너만의 환타를 만들어봐’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나만의 음료를 만들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심리를 겨냥한 것으로 ‘썬더 플레이버’, ‘베리스트롱’, ‘오빠의 비밀’ 등 위트 넘치는 기발한 이름들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짜빠구리’로 재미를 본 농심은 오징어 짬뽕과 짜파게티의 조합인 ‘오빠게티’가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을 통해 또 한 번 소개되면서 매출 상승세를 이어나가고 있다. ‘짜파게티’의 맛에 ‘오징어짬뽕’ 특유의 시원하고 얼큰함을 가미해 매콤한 ‘삼선해물짜장’맛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인기 비결로 손꼽힌다. ‘국민간식’ 초코파이를 활용해 집에서 손쉽게 만들 수 있는 ‘노오븐 베이킹’ 레시피 또한 주부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푸딩그릇에 초코파이, 치즈, 블루베리 순으로 올리고 전자레인지에 30초간 데워주면 된다.

푸드칼럼니스트로 활동하는 파워블로거를 통해 소개된 이 푸딩 레시피는 간단한데 비해 완성도 높은 디저트를 맛볼 수 있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소비자 통해 시장의 니즈 파악
소비자와 함께 제품에 관한 모니터, 체험 등을 통해 달라진 시장의 니즈(needs)를 찾아내고 있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아메리칸 라이프스타일 아웃도어 백 브랜드 하이시에라는 젊은 세대의 라이프스타일을 제품에 반영하기 위해 일반 대학생을 비롯해 예술과 패션에 관심이 많은 대학생 그룹을 구성해 주력상품에 대한 토론회 자리를 마련했다.

토론회에서는 참여 학생들의 하이시에라 주력 제품에 대한 설문과 젊은 세대들이 선호하는 스타일 방향, 니즈(needs)를 파악하는 시간을 가졌으며, 참여 학생들은 직·간접적으로 관심 있는 브랜드의 제품 기획 및 생산, 디자인에 대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됐다는 평이다. 하이시에라 관계자는 “첫 런칭 이후 마련한 토론회로 인해 타깃 고객들의 실질적인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자리가 됐다”며 “2014 F/W제품에 참여 학생들의 조언과 라이프스타일을 디자인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화L&C는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고 활동적인 주부들로 구성된 소비자패널 ‘엘렌’을 모집, 건자재 디자인과 개발에 참여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실제 주부의 입장에서 소비자와 시장의 소리를 대변하는 역할은 물론, 다양한 문화강좌를 직접 체험한 후 체험 활동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전달해 주는 메신저 역할을 병행하고 있다.

최근 출시한 유아용 EQ매트 ‘칼라메이트’, 국내 최초 DIY륨 바닥재 ‘한화 쉬:움’ 등이 주부들의 의견을 반영해 개발한 제품으로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밖에도 CJ제일제당은 ‘톡톡(Talk Talk) 주부연구원’을 운영 중이다. 맛집 탐방이나 시판 제품에 대한 조사 등 여러 가지 활동뿐만 아니라 프로젝트 팀을 구성, 각 팀원들이 아이디어 공유를 통해 새로운 제품을 기획하고 직접 제품을 개발·제작하는 소비자 참여형 프로그램이다. 또한 ‘주부를 위한 제품 개발 공모전’을 실시, 주부들에게는 그간 쌓아온 노하우를 마음껏 발휘하는 동시에 제품으로도 완성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각종 제품을 자기만의 음식으로 만드는 게 추세”라며 “기업 입장에서도 이러한 크리슈머들의 행보는 시장을 개척하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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