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V·DTI 완화 정책을 우려한다


“현재의 부동산 규제는 한여름 옷을 한겨울에 입고 있는 격”이다.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내정된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이 현재의 부동산 정책에 관련하여 한말이다. 이 말을 듣고 필자는 언뜻 전설의 고향에 나오는 얘기가 생각난다.

화창한 봄날 어느 마을에 옷장수가 나타났다. 비단으로 지은 여름옷을 잔뜩 풀어놓고 손님을 모으고 있었다. 마을에는 몇 해째 흉년이 들어 먹고살기도 힘든데 옷을 산다는 것은 엄두도 낼 수 없는 일이다. 파리만 날리던 옷장수는 한 가지 꾀를 냈다. 이자놀이꾼을 찾아가 마을사람들이 옷을 사 입고 싶어도 돈이 없어 못사니 그들에게 옷 살 돈을 빌려주라고 제안한 것이다. 이자놀이꾼이 갚지도 못할 사람들에게 빚을 줄 수 없다고 하자 옷장수는 들고 간 여름옷을 펼쳐 보이며 말했다. “곧 여름이 되면 옷값이 천정부지로 뛸 것이오. 옷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면 되지 않겠소?” 옷장수는 혹시라도 원금을 못 갚으면 담보로 잡은 옷을 자기한테 되팔라고까지 했다. 옷장수 말에 귀가 솔깃해진 이자놀이꾼이 마을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주기 시작했고 옷장수는 크게 한몫 잡아 마을을 떠났다.

여름이 왔다. 이자에 허덕이던 사람들이 견디다 못해 봄에 장만한 여름옷을 장에 내다 팔기 시작했지만 사려는 사람들이 없었다. 마을사람들은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울며 겨자 먹기로 여름옷을 입어야 했다. 하루하루 버티기조차 힘겨운 여름을 나고 가을이 왔지만 형편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추운 겨울을 견디고 있던 어느 날, 또 다른 옷장수가 마을에 나타났다. “겨울에 여름옷을 입고 있으면 되겠소? 자, 여기 비단 겨울옷이 있으니 한 벌씩 사 가시오.” 마을사람들이 먹고 죽을 돈도 없다고 하자 옷장수가 웃으면서 말했다. “아이고, 누가 자기 돈 주고 옷을 산답니까. 이자놀이꾼에게 가면 돈을 빌릴 수 있습니다. 지금 입고 있는 여름옷도 그렇게 장만들 했다면서요. 제가 그럴 줄 알고 이자놀이꾼에게 다 얘기해두었습니다.” 사람들은 옷장수의 말에 또 한 번 속아 이자놀이꾼에게 빚을 내어 겨울옷을 장만했다. 봄이 왔지만 보릿고개를 넘기지 못하고 마을사람들이 모두 굶어죽었다는 소문이 퍼졌다. 조정에서 진상을 조사하기 위해 암행어사를 급파했는데 현장을 조사한 암행어사가 올린 조사 내용에 이렇게 적혀 있었다.

“참으로 기이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조사한 바로는 모두 굶어죽은 것이 틀림없는데 하나 같이 따뜻한 비단옷을 입고 있었습니다. 집집마다 장롱 속에는 비단으로 된 여름옷도 있었습니다.”

최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내정자는 LTV(주택담보대출비율)·DTI(총부채상한비율)규제 완화를 시사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LTV, DTI 등의 정책은 과거 시장이 한여름일 때 만든 여름옷과 같다. 이미 한겨울이 왔는데 여름옷을 입고 있어서야 되겠는가.”

어느 옷장수의 꼬임에 빠져 어린 백성이 이자를 못내 굶어 죽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현재 대한민국의 가계부채는 1000조 원을 넘어섰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내정자의 LTV·DTI 완화 정책은 가계부채만 늘릴 뿐이며 결국 제2의 IMF를 불러 올 수 있다. 반드시 제고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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