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거리제한 폐지…예외규정 필요

그간 골목 상권을 위협하던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과 치킨집 등에 적용된 신규 출점 거리제한 규정이 올해 8월부터 사라진다. 지금까지 커피숍·빵집은 500m, 치킨집은 800m, 이내 동일한 브랜드의 프랜차이즈 매장이 들어설 수 없었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1일 기업 활동을 과도하게 제약하는 18개 모범거래기준 및 가이드라인을 폐지해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런 가이드라인은 강제성이 없는 권고사항이지만 기업들이 사실상 따를 수밖에 없는 규제로 여겨져 왔다.

특히 커피숍, 편의점, 빵집, 치킨집 등 새로 문을 여는 프랜차이즈 매장의 거리를 제한 해온 공정위 모범거래기준 또한 폐지된다. 공정위는 자산 총액 5조 원 이상 대기업집단 소속 회사의 거래업체 선정 기준을 상세히 나열한 규제도 함께 사라진다. 공정위는 “기업 활동을 제약하는 18개 모범거래기준과 가이드라인을 8월까지 폐지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공정위는 골목상권을 위협하는 편의점과 빵집, 커피숍, 치킨 전문점 등 각각 250m, 500m, 800m 등으로 거리를 제한했다.

웃음 띤 프랜차이즈 업계
2012년부터 도입된 프랜차이즈 입점 거리 제한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권고 사항이지만,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대부분 가이드라인 지침을 ‘지시’로 받아드렸다. 프랜차이즈 업계에선 그간 거리제안 규정 두고 “상권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과도한 규제”라고 주장해 왔다. 특히 인구 밀도가 높은 서울·경기·대전 등 수도권 유동 인구가 많은 상권에서는 500m 이내에 빵집이 2곳이 있어도 영업이 잘될 수 있고, 반대로 유동 인구가 적은 상권은 500m 이내에서도 손님이 없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프랜차이즈 업계 주장을 받아들여 골목상권을 위협하는 ‘거리 제한’에 대해 더 이상 권고 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이같이 공정위가 거리 제안을 올해 8월까지 폐지키로 하자 프랜차이즈 업계는 환영하고 나섰다. 한 편의점 가맹본부 관계자는 “그동안 모범거래기준 등으로 신규점포 출점에 제약을 받아왔지만, 이번 조치로 출점에 다소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오는 8월 14일부터는 개정된 가맹사업법에 따라 프랜차이즈 본사의 과도한 신규 가맹점 개설이 제한된다. 작년 7월 임시국회를 통과한 가맹사업법은 점포 개설 시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주가 협상을 통해 설정한 ‘영업 지역’에 따라 신규 점포 개설을 제한하도록 했다. ‘영업 지역’ 규제는 지도상에 표시한 구역에 따라서 가맹점의 영업 구역을 나타낸다는 점에서 일정 거리 반경으로 입점을 제한한 ‘거리 제한’과 구별된다. 지금은 프랜차이즈 업체가 거리 제한을 어겨도 처벌할 수단이 없다. 하지만 앞으로는 ‘영업 지역’ 규제를 어기면 공정위가 프랜차이즈 업체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 등 제재를 가할 수 있게 된다.

이같은 법 개정에 대해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이미 점주와 계약 시 계약서에 거리제한 항목이 명시돼 있어 모범거래기준을 폐지해도 현실적으론 계속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특히 작년 가맹본부와 점주 사이에 갈등이 불거진 이후 자정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업체들이 과도하게 새로 출점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한 편의점 점주는 “개정 가맹거래법에도 점주 보호조항이 있어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게 됐지만 만일 가맹본부와 점주 사이에 분쟁이 발생할 경우 을(乙)인 점주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이 불안한 것은 사실”이라며 우려했다. 제과 프랜차이즈 업계는 이번 공정위 조치에 환영하면서 동반성장위원회의 출점제한도 재논의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조심스럽게 지적했다.

공정위가 거리제한 기준을 폐지하기로 한 만큼 개인빵집과 대형 베이커리 사이에 다시 논의해서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동반위는 작년 2월 빵집을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면서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은 중소 제과점에서 도보로 500m 이내에는 출점하지 못하도록 한 바 있다. 한 대형 베이커리 업체 관계자는 “공정위도 거리제한을 폐지한 만큼 비슷한 규제인 동반위 출점제한도 특수 상황에 대한 예외규정을 두는 등 융통성을 발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영태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국장은 “이번 공정위 조치는 산업계의 건전한 성장을 저해하는 규제를 현실에 맞게 개선한 것”이라며 “동반위 규제가 이번 조치와 일정 부분 충돌하는 만큼 금명간 협회의 입장을 문서로 담아 전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당혹감 감추지 못한 동반위
그러나 동반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모범거래기준은 대기업 빵집 사이에 적용되던 규제로 동반위 출점제한 권고와 다르지만, 전반적으로 규제가 완화되고 대기업 빵집이 늘어나게 되면 동네 빵집에도 여파를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동반위 관계자는 “공정위 조치는 동반위 권고와 별개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대기업과 동네빵집 간 거리 제한에도 세부 내용을 조정하자는 의견이 나올 수 있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동네 빵집을 대표하는 대한제과협회 김서중 회장은 “대기업 빵집이 늘어날 수 있겠지만 동반위 권고에 따른 동네 빵집 500m 거리 제한은 그대로 유지돼야 한다”면서 “골목 상권 침해 소지가 생길 경우 즉각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선 거리 제한이 폐지되면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시내 중심가 등에 앞다퉈 신규 점포를 개설해 기존 가맹점주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거리 제한이 폐지되어도 가맹사업법에 따른 영업 지역 규제로 과도한 신규 출점을 제한할 수 있다”며 “만약 프랜차이즈 업체가 기존 가맹점주와 계약 갱신 시 과도하게 영업 지역을 축소하도록 요구할 경우 거래상 지위 남용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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