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하다는 선입견에 정부, 유해하지 않다

때 아닌 MSG가 화제다. 우리가 유해할 것으로 막연하게 생각했던 MSG에 대해 얼마 전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대대적으로 인체에 해가 없다고 홍보하면서 대부분의 소비자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과연 MSG는 안전할까?

식약처, 안전성 입증 됐다
지난 2월 26일 식약처는 ‘식품첨가물 안심하세요’라는 소책자를 제작해 배포한다고 발표했다. 이 소책자에는 국제적으로 안전성이 입증된 식품첨가물에 대해 국민들이 알기 쉽게 만화 등 다양한 형식과 사례 중심으로 설명돼 있다. 특히 L-글루타민산나트륨에 대해 감칠맛을 내는데 사용하는 대표적인 식품첨가물로서 사탕수수의 원당을 주원료로 발효해 생산된 것으로 국제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JECFA)에서도 안전하다고 발표한 바 있다고 설명 했다. 바로 이 L-글루타민산나트륨이 요즘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는 ‘MSG’를 뜻한다.

L-글루타민산나트륨은 그 자체는 아무런 맛이 없지만 음식이 가진 원래의 맛을 좋게 하는 성질이 있다. 물에는 잘 용해되는 반면, 에틸알코올에는 잘 녹지 않으며 이노신산과 혼합하여 맛의 상승효과를 높이는 것을 이용해 복합 화학조미료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미원’의 주원료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MSG에 대해 불신감을 가지게 된 것은 1968년경 중국 음식을 먹고 목 뒤와 등, 팔이 마비되는 듯한 증상을 느꼈다는 사람이 한 의학 학술지에 편지를 보낸 사건 때문이다. 일명 ‘중국식당증후군’이라는 것이다. 또 1969년 미국산 인공감미료 싸이클라메이트가 판금조치 됐고 이어 과학전문지 ‘사이언스매거진’에서 동물실험 결과 MSG가 뇌기능장애를 일으켰다고 밝혔다. 당시 조지 맥가번 미 상원의원은 MSG의 안전성이 증명 될 때 까지 시판을 금지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러한 사실이 보도되면서 국내에서도 MSG에 대한 불신감이 커져갔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착한식당’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주로 MSG를 사용하지 않는 식당을 방송하면서 MSG는 나쁘다는 인식을 더욱 고착화 시켰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 송광호 의원은 국무총리실 대상 국정감사에서 MSG와 관련한 자영업자들의 고충을 전하고 정부 부처 간 엇박자 정책에 대한 해결책을 촉구했다. 송 의원에 따르면, 정부는 1980년대 중반 MSG를 안전한 식품첨가물로 공인했으며, 2010년 식약처가 이를 재확인 했다. 그리고 지난 2월 식약처에서는 MSG의 무해성을 홍보하는 소책자를 발간하기에 이른다.

MSG, 유해한가
MSG가 유해하다 측은 그 증거로 ‘중국식당증후군’을 꼽는다. 그러나 이 증상은 일부 사람들에게서 나타날 수 있는 일시적 과민반응으로 섭취 후 2시간 이내에 사라지는 것이 보통이다. 또 최근의 WHO, 호주, 일본 등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MSG와 ‘중국식당증후군’ 간에는 상관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국제전문기구인 JECFA(FAO/WHO합동 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에서도 위해성 관련 인체안전기준치인 1일섭취허용량(ADI)을 별도로 정하고 있지 않는 NS(Not Specified) 품목으로 분류하고 있다.

식약처에서 발간한 ‘식품첨가물 안심하세요’라는 소책자를 보면 글루타민산은 유제품, 육류, 어류, 채소류 등과 같이 동·식물성 함유 식품에 천연으로도 존재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2012년 미국 식품의약품청(FDA)에서는 천연식품에 함유된 글루타민산 성분과 식품첨가물인 L-글루타민산나트륨(MSG)이 똑같은 대사과정을 거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다시 말해 지금까지의 공식적인 견해로 보면 MSG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증거는 없다. 물론 지금도 MSG가 들어간 음식을 먹으면 몸에 이상이 생긴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종종 있다. 하지만 음식에는 여러 가지 물질이 들어 있기 때문에 섣불리 MSG 때문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과연 MSG는 ‘절대’ 안전할까. 순수한 L-글루타민산나트륨만이라면 아마도 ‘안전’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시중에서 유통되고 있는 대부분의 조미료는 L-글루타민산나트륨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또 각종 가공식품에도 L-글루타민산나트륨만 첨가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식품첨가물이 함께 들어가고 있다. 여러 가지 성분들을 복합적으로 섭취했을 때의 안전성에 대해서는 규명된 바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MSG에 대한 불안감이 여러 가지 성분들을 복합적으로 섭취했을 때의 안전성 때문에 생긴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쉽게 맛을 낼 수 있다는 것에 대한 무의식적인 반발은 아닐까. 어머니의 손맛이 사실은 어머니의 손맛이 아니라 조미료의 맛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는 건 아닐까. 그러나 순수 천연 재료와 정성을 다해 우려낸 깊은 맛을 조미료를 넣는 것으로 대신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저작권자 © NEXT ECONOM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