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부한 상주인구와 유동인구, 개발호재로 더 크게 도약할 것

더 이상 ‘뒷구정’이길 거부한다. 90년대 최대 전성기를 구가하며 ‘제2의 압구정’으로 불리던 신천역 상권. 인근 단지의 재건축 돌입으로 인구가 줄자 그 명성이 퇴색한 모습을 보였다. 압구정의 아류 ‘뒷구정’이 아닌 독보적인 상권으로 재탄생한 신천역 상권을 알아보자.

잠실 개발과 함께 상권도 성장
1970년까지만 해도 ‘섬’이었던 잠실이 물막이 공사를 통해 드넓은 육지로 변신했다. 채소밭에 불과했던 섬에 아파트가 들어설 수 있는 기초가 다져진 것이다. 그 후 속속 지어진 주공1~5단지(1만9180가구), 우성1·2·3단지(1842가구), 아시아선수촌아파트(1356가구) 등 8만여 명이 넘는 인구를 잠실로 끌어들이며 상권이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

지난 1986년과 1988년 개최된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은 아파트가 주였던 잠실 벌의 운명을 전격적으로 바꾼 계기가 됐다. 1984년 종합운동장의 신축을 필두로 1988년 롯데백화점 오픈, 1989년 롯데월드의 개장은 다양한 연령대의 외부 인구를 들일 수 있는 요건을 제공했기 때문. 이에 이미 개발이 완료된 잠실역 대신 아파트와 가까우면서도 개발이 덜 된 신천역 상권이 세를 키워나가게 됐다.

우연치 않게 탄생한 신천역 상권이지만 풍부한 상주인구와 유동인구를 바탕으로 무서운 성장 속도를 보인다. 특히 지하철 2호선 종합운동장역, 신천역 더블 역세권에 놓인 데다 인근 위치한 버스 정류장만도 5개. 종합운동장, 롯데월드 등의 원인 외에도 외부 인구를 유입할 수 있는 충분한 요건을 갖춘 셈이다. 그런데 신천역 상권은 상업지역인 대로변을 제외한 대부분 구역이 제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묶여 있어 시설에 따른 마땅한 주차시설을 갖추지 못한 특징이 있다. 때문에 올림픽로, 올림픽대로 등 뛰어난 도로망에도 차를 가지고 접근하기 힘든 편. 애초 젊은 층 위주로 성장했다지만 대중교통을 통한 접근만이 가능해지며 10~20대 초반이 유동인구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편향적인 상권으로 자라게 된다.

젊음과 활기를 무기로 가장 비싼 상권 대열에 오른 지 약 10여년 만에 신천역 상권에도 불황의 그늘이 깊게 드리워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2004년 이후 인근 잠실주공 1~4단지가 재건축에 들어가며 빠져 나간 인구만도 6만여명. 아무리 외부 유입 인구가 많다지만 상권을 지탱하던 인근 단지 사람들이 없어지면서 상권이 예전만 못한 게 사실이다.

권리금 회복·임대료·매매가 강세
아파트가 헐리고 인구도 줄었지만 악재는 다시 기회가 돼 돌아오는 법. 2006년 4단지 입주를 시작으로 2007년 5월 3단지, 2008년 5월 2단지, 같은 해 9월 1단지의 입주가 이뤄졌다. 여기에 1~4단지 총 2365가구가 늘어나면서 몇 년간의 불황을 견딘 상인들에게는 축복이었다.

신천역 상권 중에서도 최고 노른자위 땅은 바로 A구역이다. 분식점, 호프집, PC방, 비디오방, 노래방 등 먹거리, 놀거리 상권으로 가득 찬 이 구역은 손님들의 대부분이 용돈을 타서 쓰는 계층. 때문에 불황에도 그럭저럭 버티긴 했지만 매출이 떨어져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는 상인들이 많다.

신천역 4번 출구에서 이어지는 대로변 B구역은 전형적인 상업지역의 모습을 띠고 있다. 높게 들어선 빌딩에는 1층은 편의점, 브랜드매장, 부동산 등이 입점해 있고 2층부터는 사무실, 병원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특히 만남의 장소인 맥도날드는 상당한 인구를 끌어들이는 역할을 한다.

아파트의 철거로 가장 타격을 입었던 C구역은 신천역 3번 출구에서 새마을시장으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전통시장이다. 반찬가게, 청과물, 옷가게 등 다양한 상품을 팔고 있는 새마을시장은 3, 4단지 주민들이 주요 고객이다. 아무리 마트, 백화점이 가까이 있다 하더라도 반찬, 과일 등은 전통시장을 많이 이용하기 마련이다. 이에 한때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현재는 알짜 상권으로 분류된다.

D구역은 상권 구역 내 꼭 자리 잡고 있는 모텔촌으로 이뤄져 있다. 인근 음식점, 호프집 등과 맞물려 투자 대상 1호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경기 침체로 찾는 이가 없다는 게 인근 공인중개사들의 설명이다. 매수자가 줄어들며 가격도 전성기에 비해 한참 떨어진 상태. 5~10억 정도 되는 대출금을 떠안을 경우 30억 정도면 거래할 수 있다.

천주교 잠실성당을 기점으로 뒤쪽에 있는 E구역은 외부인구보다 인근 다가구 주민 또는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한다. 주로 횟집, 고깃집, 음식점으로 구성돼 있어 어린 층보다는 30~40대가 많이 찾는 편. 단골을 확보한 곳이라면 외진 곳에 있어도 장사가 잘 되지만 그렇지 않은 점포는 폐업이나 업종 변경도 많은 구역이다.

신천역 상권은 인구의 급속한 감소로 잠시 웅크렸을 뿐 재건축 아파트 입주, 9호선 개통, 제2롯데월드 등 개발호재로 더 크게 도약할 것으로 보인다. 가능성이 높은 상권인 만큼 상가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매기도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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