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명 중 1명은 해외직구족…배송기간 길고 반품 못하는 단점

값싼 물건을 찾는 알뜰 구매자가 늘고 인터넷·모바일쇼핑이 확산되면서 해외에서 물품을 직접 구매하는 ‘해외직구’ 소비 행태가 크게 번지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해외 쇼핑에 익숙한 유학생 등 일부 소비자들만 이용하던 것이 이제는 인터넷의 발달과 해외 배송 시스템의 간편화, 관련 정보의 공유가 활발해지면서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 

배송 기간이 길다는 단점이 있지만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살 수 있는 장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특히 해외 브랜드의 경우라면 많게는 30% 가량 싼 값에 구입할 수 있다. 또한 품절됐거나 국내로 아예 수입이 안되는 상품 등 다양한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는 것도 구매 증가 요인으로 분석된다.

해외직구 열풍에 관련 시장도 호황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온라인 쇼핑족 16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해외 직접 구매 이용실태에 대한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 중 24.3%가 해외 인터넷쇼핑몰이나 구매대행 사이트를 이용해 상품을 구매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온라인 쇼핑 소비자 4명 중 1명이 해외직구 쇼핑을 한다는 얘기다.

직구를 하는 이유로는 응답자의 67%가 국내 동일상품보다 저렴한 가격이라고 답변했으며 그 밖에 다양한 상품 종류와 우수한 품질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알뜰소비·가치소비의 확산과 더불어 개성과 품질을 찾으려는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해외직구가 점차 늘고 있다”며 “특히 SNS·블로그 등을 통해 해외직구 이용방법이 공유되거나 직구 사이트들이 구매절차를 간소화하면서 이용 편의성이 증가된 점도 해외직구 활성화에 한 몫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미 FTA 발효에 따른 관세인하와 면세한도액 상향도 이런 추세를 거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12년 3월 한·미 FTA 발효를 기점으로 미국에서 직접구매를 할 경우 관세를 물리지 않는 구매금액 상한선이 기존 15만원 이하(상품가격+배송비)에서 200달러 이하로 상향 조정됐다.

실제 “관세혜택 증가로 해외직구 횟수와 이용금액이 종전보다 증가했다”는 답변이 20.5% 였다.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해외직구 건수와 이용액은 2010년 318만 회, 2억4200만 달러에서 2011년 500만 회, 4억3100만 달러로, 한·미 FTA가 발효됐던 2012년에는 720만 회, 6억 4200만 달러로 급증했다.

더욱이 해외직구 경험자들 대부분이 ‘해외직구를 지속적으로 이용할 것(96.0%)’이라고 답해 관련 시장은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해외직구족’이 늘어남에 따라 직접구매를 도와주는 대행업체들이 속속 생겨나 현재 해외 직접구매 대행업체는 1000곳을 넘어섰고, 배송을 대행해 주는 업체도 250여곳이 성업 중이다.

유통업체, 활로 모색에 구슬땀
이처럼 해외직구가 늘어나면서 국내의 쇼핑 판도가 큰 변화를 맞고 있다. 지난해 국내 해외 직접구매시장은 전년 대비 무려 50% 가까이 늘어난 1조원 규모로 추산되고 있다.

여기에 세계 최대 온라인 유통업체인 아마존의 국내 진출도 가시화되고 있어 해외직구 증가는 더욱 가속될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의 한국어 사이트가 열리면 아마존을 통한 직구 또한 급증할 것이란 전망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해외직구 등 소비자들의 똑똑한 구매 확산이 폐쇄적이던 국내 유통 시장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내에서만 비싸게 받는 식의 배짱영업이 힘들어지는 것은 물론, 동일 제품 간 가격 인하 경쟁이 촉발될 것이란 분석이다. 

그동안 독점 수입권을 지닌 특정업체들이 독과점 지위를 활용해 국내 소비자 가격을 현지 가격보다 높게 책정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이와 함께 국내업체의 설 곳이 좁아질 것이란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현재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추후 해외직구가 더욱 확산될 경우 국내 소매시장이 잠식될 수 있다”며 “유통기업은 물론, 국산제품을 생산하는 제조기업의 매출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백화점은 피해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여영상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해외직구가 차지하는 품목을 대부분 취급하는 백화점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영상 연구위원은 “백화점이 보유한 명품브랜드의 수요와 차별적 서비스 등에 대한 수요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다만 합리적 소비 확산에 따른 온라인으로의 수요 이동에 따른 영향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형마트들은 병행 수입 등의 방식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수입선을 다변화해 싼 물품을 직접 가져다 팔겠다는 것. 실제로 이마트는 병행 수입을 통한 매출액이 2009년 10억원에서 지난해 600억원으로 늘었다.

온라인몰들은 해외 직구 시스템을 도입하며 해외 수입 상품을 강화에 나섰다. 옥션은 지난해 3월 ‘원클릭 직구’를 론칭했다. 기존 해외쇼핑 시 불편했던 결제 시스템과 고가의 배송비, 어려운 상품 반품·취소 등의 단점을 보완한 것이 특징이다.

11번가는 ‘1:1 구매요청’ 서비스를 강화했다. 소비자가 해외브랜드 제품을 사달라고 요청하면 현지 MD가 직접 구매해 배송까지 해주는 게 핵심이다. 마진을 추가해도 국내 판매가 보다 10∼50%가량 저렴하다는 설명이다. 이밖에 G마켓도 해외쇼핑에 관한 모든 것을 통합 서비스하는 ‘글로벌 쇼핑관’을 오픈·운영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로 향하는 국내 소비자들을 잡기 위해 유통기업은 병행수입 등을 통해 저렴한 가격으로 수입품을 공급해야 한다”면서 “제조업체 역시 국산품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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