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요즘 재밌게 즐겨보는 TV프로가 하나있다. 바로 개그콘서트 코너 중 하나인 황해에서 ‘당황하셨어요?’란 유행어와 함께 어설픈 보이스 피싱 조직을 연기하는 프로다. 개인정보를 빼내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조선족 보이스 피싱을 패러디한 희화극이다.
아니나 다를까 무려 1억400만건에 달하는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개그보다 더 개그스런 일이 새해 벽두부터 발생했다. 대한민국을 혼돈에 빠뜨렸다. 급기야 대통령까지 진화에 나섰으니 예삿일은 분명 아니다.
이는 대한민국의 엄청난 양의 ‘공공재’가 사유물처럼 유통된 것이다. 누구든 마음대로 가져다 쓸 수 있고 누가 쓰고 있는지도 알 수 없는 공포스런 일이 발생한 것이다. 이런 일이 이번에만 발생한 것이 아니다.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머리를 조아리며 대책을 내놓지만 번번이 털리고 만다. 문제의 카드사들은 개인정보를 활용해 매출을 올리는데만 급급했고 정작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의 정보를 관리하는데 는 비용을 쓰지 않았던 것이다.
카드사는 이번에도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카드 부정사용액 등에 대한 고객의 피해를 전면 보상할 것과 신용카드 사용내역 문자 서비스를 일정기간 무료제공 한다는 등 대책을 내놓았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의 분노는 조금도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카드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집단소송을 벌이는 등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
간단한 금융거래에도 개인정보 활용에 대한 동의를 대책 없이 ‘강요’받았던 우리들 아니던가. 더 기가 막힌 일은 본인의 개인정보가 유출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카드사의 사이트에 들어가면 또 다시 개인정보 활용에 ‘동의’해야 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생선(개인정보)이 없어졌다는 소문을 듣고 생선을 맡겨둔 고양이(카드사)한테 내 생선은 제대로 있는지 확인하려 했더니 다시 생선을 맡겨야하는 한심한 꼴이다.
무슨 대책을 내놓고 카드사 대표들이 물러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상 잘 알고 있다. 면피용 일 뿐이다.
보안이 담보되지 않은 정보화 시대가 얼마나 위험한 허상에 지나지 않는지, 우리사회가 얼마나 개인정보의 유출에 무력한지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태다.
짐작컨대 이번 개인정보 유출은 비단 카드사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빙산의 일각일 가능성이 크다. 일상적으로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카드사 말고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백화점카드를 비롯해 할인점, 편의점에서도 적립이나 할인을 미끼로 카드를 발행해주고 고객의 정보를 받아간다. 통신사들과 연계한 카드까지 더하면 모르긴 해도 신용카드보다 더 많을 수 있다. 특히 다단계판매 업계에 노출된 개인정보도 500여만건이나 된다. 우리나라 최고의 보안시스템이라 자랑하는 은행도 이지경인데 유통업체들의 개인정보 관리가 어떨지는 가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지금이라도 관계당국에서는 카드사뿐 아니라 유통업계의 개인정보 관리에 대해서도 칼을 빼들어야 할 것이다. 
정부의 솜방망이 처벌이 이런 사태를 야기했다고 본다. 따라서 정부는 현재보다 처벌을 백배 강화하는 법규를 만들어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 개인정보 유출은 중대한 ‘인권침해’이기 때문이다.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저작권자 © NEXT ECONOM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